'그림 참 묘하네 시간이 멈춘듯 고요~' 박돈 화백 70주년 회고전

2014-03-26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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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작화랑(27일부터)-조선일보 미술관(26일부터)서 개인전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그림은 이상한 기운을 내뿜는다. 목가적이면서도 환상적이고 몽환적이다.

 클릭, 하는 찰나의 그 순간이 클릭된 듯 고요한 흐름이 딱, 멈춘듯하다.
 미술평론가 신항섭씨도 "정지된 듯한 시간, 적요의 세계가 견고하게 자리하고 있다. 정신적인 힘이 무엇인지 실감할 수 있을 정도"라고 평했다.

 아주 단아하고 간결하게 집약해냈지만 어떤 힘이 느껴지는 이 그림은 원로화가 박돈(88ㆍ본명 박창돈)화백의 그림이다.

  80년대 이미 미술시장을 사로잡았다. 당시 좀 산다하는 사모님들 집에 '박창돈 그림' 하나쯤은 걸어야 할 정도로 유명했다.

  "그림 잘 그린다"는 선생님 칭찬때문이었다. 중학생인 17세 소년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그렇게 붓을 잡은지 70년째를 맞았다. 

 "올해 안에 전시회를 꼭 열고 싶은데 전시장을 좀 알아봐주오."

  올초 청작화랑 손성례 사장은 박 화백에게 느닷없는 전화를 받았다. 화백과는 87년부터 인연을 맺어온 터였다.   

 미수의 나이에도 여전히 그림을 그리던 박화백을 잘 알고 있던 손 대표는 전시를 추진했다. "큰 전시장에서 하고 싶다"는 박화백의 말도 순순히 따랐다. 조선일보갤러리가 운좋게 대관이 됐고, 마침 이전한 청작화랑도 마무리가 다 된 상태여서 두군데서 전시를 열기로 했다.

 "혹시나…. 해서요." 청작화랑 손 사장은 "노화백들이 전시를 하고싶다고 하면 많지는 않지만 그런일이 일어나기도 한다"면서 부랴부랴 전시 준비를 했다고 했다.

하지만 박 화백은 '기침해소' 로 기관지가 좋지 않은것 말고는 건강하다고 했다.   

 
 박 화백은  이번 전시 도록도 직접 챙겼다. 손수 볼펜으로 이력서를 쓰듯 '삶의 자취'를 한문과 한글을 섞어 백지에 빼곡히 썼다.

 황해도 장연 출신으로 1948년 해주예술학교 미술과를 졸업한 뒤 해주미술학교 교사를 지내다 남하한 작가는 미술계에서 꼬장꼬장한 작가로 알려져있다.

 최근에도 대형화랑에서 초대전을 열자고 했지만 거절했다고 한다. 몇년전 그 화랑과 전시를 추진하다가 작품가격 문제로 말썽이 난후 다시는 말을 섞지 않는다는 것. 
 
 손성례 사장은 "박화백은 정직하고 타협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의 성격은 팜플릿에 나타나있다. "자신이 생각하는 진정한 의미의" 개인전 11회만 표기했다. 실제로는 20회가 넘는 전시를 했지만 화랑 초대전 등(11회)을 제외했다는게 손사장의 설명이다.

 정직하고, 고요한,그래서 명정한 세계로 이끄는 박돈 화백의 70년 화업을 조망하는 회고전이 27일부터 서울 강남구 신사동 청작화랑에서 열린다.

 황토색으로 마치 흙벽에 그려진 벽화같은 독특한 작품은 유화로 그려졌다. 하지만 유화의 느낌이 들지 않고 매끄러운 흙벽과 같은 마티에르(질감)가 나는 이 비법은 여태껏 아들에게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실향민인 박 화백이 고향길을 찾는 것 같은 작품은 성냄도 벗어놓고 탐욕도 벗어놓고 바람처럼 구름처럼 살다가라는 듯, 느림의 미학을 선사한다. 전시는 4월 20일까지. 26∼31일 조선일보 미술관에서도 열린다.(02)549-3112.
 

일출봉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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