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창] 중국의 표나는 '롯데 털기’

2016-12-07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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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생활경제부장]

중국의 딴죽걸기가 도를 넘었다.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 결정에 반발해 한류와 유커(중국인 관광객)를 제한하더니 무역관세를 트집 잡아서는 한국기업의 수출길을 막았다. 이것도 부족했는지 이제는 국내 대기업 한 곳을 아예 '표적'으로 삼았다.

지난 1일 중국 정부발 소식이 그렇다. 중국은 지난달 29일부터 현지에 진출한 롯데그룹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고강도 세무조사와 소방·위생 검사를 벌였다. 상하이는 물론 베이징, 청두 등 중국내 150여개 롯데점포가 그 대상이다.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해 공식채널은 끈 채 주변 소식통을 통해 “관련성이 없다”는 뉴스를 흘리며 '물타기'에 나섰다. 하지만 전후 상황을 따져보면 한반도의 사드배치에 따른 보복성 조치라는 해석은 어찌보면 팩트에 가깝다. 

그도 그럴 게 이번 조치는 롯데가 경북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한 직후에 나왔다. 여기에 중국에서 활동 중인 외국계 기업 중 세무조사와 소방·위생 점검을 동시에 받은 기업이 롯데가 유일하다는 점도 의도성을 부추긴다. 특히 앞서 랴오닝성 선양의 롯데백화점과 영화관, 레스토랑 등이 입주한 복합건물의 경우 이미 올 들어 현지 소방당국으로부터 소방상태가 우수한 건물로 지정돼 표창까지 받았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문화와 무역 분야에서 더 노골적이다. 한한령(限韓令·한류제한령)을 내세워 한류 연예인의 중국 방송 출연을 막는가 하면, 단체관광객의 한국방문을 제한했다.

무역 분야에서도 보복의 칼날은 거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중국 세관이 한국의 식품·화장품 수입 통관을 불합격시킨 건수는 148건으로 대만에 이어 2위 규모다. 2014년부터 올해 9월까지 한국 제품의 수입불허 건수만 542건. 통관을 거부한 이유도 옹졸하다.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인증서·합격증명서와 같은 통관 서류 불합격(28건)이 가장 많았다.

중국의 롯데 압박이 보복성 조치라는 해석은 다른 국가 사례로도 유추 가능하다. 앞서 중국은 2014년 미국과 남중국해 문제로 갈등을 겪었을 때 중국내 월마트 매장에 대해 소방점검을 벌이며 미국을 압박했다. 2008년에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를 만나자, 에어버스 항공기 150대 구매계약을 연기하고 카르푸에 대한 불매운동을 전개하는 등 프랑스기업에 보복성 조치로 일관했다.

중국은 세계 2대 경제대국이자 한국으로선 전체 수출의 약 25%를 차지하는 최대교역국이다. 하지만 세계 경제시장에서 중국이 공공연히 국제 무역규범을 파괴하고 있는 만큼 우리 정부도 이제는 좀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대응태세를 취할 때가 왔다. 

미국과 EU는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상 ‘시장경제국지위(MES)'로 인정하지 않았다. MES로 인정받지 못하면 반덤핑 제소를 당했을 때 제3국의 가격 기준으로 덤핑여부가 판정되는 불이익을 당한다는 점을 염두에 둔 조치다.

최근 일본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그에 반해 한국은 2005년 중국에 대해 이미 MES를 인정했다. 우리정부가 미국, 유럽 등과 발맞춰 중국의 무역규범을 무시하는 행태에 강하게 대응해야 할 시점이다.

중국은 스스로를 대국(大國)이라 칭한다. 시진핑 체제가 들어선 이후에는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들어간다는 의미에서 ‘신형대국’을 외친다. 하지만 정치적 이슈에 대해 경제적으로 일일이 보복하는 '소심한 나라'라면 2016년 중국은 소국(小國)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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