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훈풍에도 웃지 못하는 조선업계

2017-04-21 17:00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 송종호 기자 = 대우조선해양이 극적으로 회생 기회를 마련했지만 국내 중소조선 업체들은 웃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지원 정책이 대형업체에만 초점이 맞춰지면서 흑자를 기록하고도 고사 위기를 넘어서지 못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성동조선해양, SPP조선 등이 수주절벽으로 일감이 떨어지면서 사실상 제 2의 대우조선 사태를 겪고 있지만 정부는 방관하는 모양새다.  

성동조선해양은 지난해 영업이익 391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전년 대비 4.7% 증가한 1조7727억원이었다. 지난 2009년 1298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고, 2010년 채권단 자율협약에 들어간 이후 첫 흑자를 낸 것이다.

이번 흑자는 선박 수주가 아닌 성동조선해양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이뤄진 결과다. 성동조선해양은 지난해부터 수주실적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과거 수주한 선박 인도 및 인원 감축 매각 등으로 흑자를 만들어 냈다. 모처럼 흑자를 기록했지만 내부사정이 수주절벽을 버텨낼 상황이 아닌 것이다.

성동조선해양은 구조조정을 통해 2010년 2500여명 이었던 근로자수를 최근 1460여명 규모로 대폭 줄였다. 또 지난달부터 320명이 휴직에 들어갔으며, 조만간 그 대상을 더욱 늘릴 예정이다.

경남 사천에 있는 SPP조선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SPP조선은 2월 마지막 선박을 인도한 이후 사실상 폐업한 상태다. 관리 인력 10여명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중소조선사들이 생사에 기로에 서있지만 정부는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8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중소·중견 조선사는 더 이상 추가 조치할 게 없다”라며 “현재로 봐서 진행되는 방향이 특별히 달라지지 않는다”라며 중소조선사 지원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제 2의 대우조선 사태에 대한 위기감이 커졌지만 되레 정부는 이중 잣대를 들이댄 모양새다. 정부의 이중 잣대는 임 위원장의 말 속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날 임 위원장은 중소조선업체의 구조조정에 대해 “철저히 자구노력을 통해서 부족자금을 조달하고, 조달이 어려우면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라고 밝힌 것이다.

정부의 지원이 부실한 상황에서 중소조선사를 둘러싼 대외환경은 더욱 절망적이다.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선박의 척당 단가가 꾸준하게 하락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LNG선 척당 단가는 지난달 말 1억8600만달러(약 2118억원)를 기록했는데, 이것은 올 초 1억9100만달러(약 2175억원) 대비 3% 줄어든 것이다.

선박단가는 꾸준하게 떨어지고 있지만 중국의 저가 수주 공세는 오히려 강화되면서 중소조선사들이 버텨낼 체력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3월 현재 중국의 글로벌 시장 수주 점율율은 30%달하는 반면 국내 조선사는 23%에 그치고 있다. 업계는 중국의 수주 점유율이 높은 가장 큰 이유로 저가 수주를 꼽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열악한 가운데 정부의 지원 정책은 빅 3 중심의 회생 방안”이라면서 “중소 조선업의 상실은 국내 전체 조선업의 부실을 불러올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