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칼럼] 장하성 실장의 "재난적 양극화" 주장과 OECD 통계의 남용을 경계한다

2017-06-1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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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태칼럼

[사진 = 이병태 교수]


장하성 실장의 "재난적 양극화" 주장과 OECD 통계의 남용
이병태 (KAIST경영대학 교수 · KAIST 청년창업투자지주 대표)

최근 장하성 정책 실장은 “소득 양극화가 재난에 가깝다”고 주장하며 신정부 일자리 정책의 정당성 홍보에 나섰다.

시골의 식당 등 과 영세 사업장에 외국인 근로자들이 넘쳐나고, 국민들의 해외여행 지출이 10% 이상 늘고 있는 나라의 경제가 재난적이라는 주장은 터무니없다. 그의 "재난적 상황"이라는 근거는 2016년의 소득분배지표로 소득 지니지수가 전년 대비 0.009 악화되었으며, 소득 5분위 배율 또한 0.34배 증가했고, 상대적 빈곤율이 전년에 비해 0.9% 증가했다는 점에 근거하고 있다. 만약 한 해에 지니지수가 0.009 상승한 것이 재난적 수준이라면, 2009년의 0.314에서 2015년까지 지난해 상승분의 무려 2.2배 넘게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소득 5분위 배율 또한 같은 기간에 지난해의 악화 수치의 두 배가 넘게 개선된 것은 가히 천국적 수준이라고 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그는 여전히 재난적 수준이라고 청년들에게 분노하라고 호소해 왔다.

우리나라의 14.7%의 빈곤율은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매우 낮은 편이다. 16%이던 2014년 통계에 의하면 상대적 빈곤 비중은 조사대상 162개 국 중에서 30위 중반으로 일본, 독일, 벨기에, 덴마크 비슷하거나 양호하다.

다른 나라에서는 CEO 연봉이 치솟는 것이 상대적 소득격차의 확대를 초래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그러한 현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상대적 빈곤의 확대는 통계에서 잡히지 않던 청소년과 건강한 노령 인구의 시간제 노동 참여의 확대와 가계 분화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이 들 중 많은 수는 가계의 보조적 수입원일 가능성이 크다. 노인빈곤만 해도 우리나라 자녀들은 아직도 30%가량 부모의 경제적 보조를 하여 통계에 잡히지 않는 소득 이전이 발생하고 있다. 만약 OECD 통계처럼 고령층의 반이 상대적 빈곤층이라면 거리는 노인 노숙자로 가득할 것이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이 2016년 한 해 만에 갑자기 구조적으로 크게 변화했을 리는 없다. 그렇다면 2016년의 악화된 수치는 노동시장의 구조적 현상이 아니라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더 높다. 사드 문제로 인하여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했고 중국 진출의 기업들의 성과가 부진했고, 대통령 탄핵과정의 정치적 혼돈으로 인해 기업들의 투자와 사회공헌 활동이 정지된 해이다.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린 정부가 컨트롤 능력을 잃어 필요 이상의 많은 피해를 내면서 한진해운이 파산하고 조선산업의 구조조정이 행해졌다. 한마디로 위기 관리 능력이 없는 정부와 정치권이 초래한 일시적 혼란의 비용일 가능성이 더 크다.

나라마다 경제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OECD 통계의 단순비교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헬조선과 양극화의 유행어가 흐려 놓은 일반 국민의 인식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실업률은 아직도 OECD국가에서 가장 낮다. 청년실업 또한 OECD 평균의 반 이하에 해당한다. 그만큼 우리는 일자리 나누기에 적극적인 나라다. 2016년 OECD 통계는 금융위기 이후 시간당 실질임금 상승률에서도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네번째로 높게 나타난다. 임시직의 비중은 높은 편이지만 금융위기 이후가 장 크게 축소하고 있으며 시간제 고용은 매우 낮는 나라다.

우리나라 전체 국민의 소득 분포를 말해주는 2016년 지니지수 0.294는 OECD 국가 중에서 중위권이다. 하지만 국민의 지니계수는 인구가 많고 나라가 크면 경제 권역이 다양하기 때문에 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보다 소득 분포가 양호하다고 나타나는 나라들은 대부분 인구가 몇 십만에서 몇 백만의 소국들이 대부분이다. 인구를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소득 분포는 매우 양호한 상태로 나타난다.

노동자의 연간 노동 시간은 파트 타임 노동자가 늘면 줄어든다. 월등히 노동시간이 짧게 나타나는 네덜란드의 2015년 시간제 노동자의 비율이 40%에 육박하고 독일은 25%인 반면, 우리나라는 8%에 불과하다. 우리 노동시장이 시간제 보다는 전일제로 구성되어 구조가 마치 우리가 OECD 국가중 두 번째로 긴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으로 오해되고 있다.

OECD에 비해 공공부문의 고용 비중이 매우 낮다는 해석 또한 성급하다. 우리가 사립학교 사립병원에 의존하는 교육과 의료가 유럽국가들은 공공에서 담당하다 보니 행당 부문의 공무원 수가 월등히 많고 고령화의 단계에 따라 사회복지 부분의 비중이 다른데 우리가 아직은 고령화 정도가 낮은 젊은 국가이기 때문에 차이가 나는 것을 우리 공무원 수가 5배 적어서 공공부문 고용을 늘려야 한다는 것 역시 통계의 오용에 해당한다 .

물론 우리 경제는 많은 문제와 도전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정책은 정확한 문제 파악과 원인 진단이 전제돼야 한다. 장하성 실장의 "재난적"이라는 진단에 이의를 다는 것은 원인 진단의 편향성과 경제의 정치화 가능성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정치적으로 호응이 큰 구호들은 검증 과정없이 정책이 되는 인기영합주의적인 직접민주주의의 폐단이 점증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 개인의 편향성에 근거한 정책실장의 선동적 구호는 매우 위험하다. 그의 편향성이 바로 정책에 반영될 가능성 때문이다.

  ※ 위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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