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화보]중국 대형항공기 ‘비상(飛翔)’의 역사

2017-06-22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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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칭차오 교수 [사진=본인 제공]


상하이 자오퉁<交通>대학교 과학사와 과학문화연구원 부연구원 황칭차오(黃慶橋) =중국이 독자 개발한 중대형 상용여객기 ‘C919’가 첫 비행에 성공하며 중국 민간항공산업의 발전에 중요한 발자국을 남겼다. 여객기가 창공으로 비상하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만큼 중국 항공산업의 꿈과 노력을 되돌아보고 발전사를 되짚는 일에는 여러 의미가 있다.

항공산업의 ‘차이나 드림’
항공산업에 대한 중국인들의 꿈은 190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09년 무렵 중국인 펑루(馮如) 씨는 미국 오클랜드에서 중국인 최초의 비행기를 제작해 시험 비행에 나섰다. 세계 첫 비행기는 1903년에야 미국의 라이트 형제에 의해 발명되었는데, 당시 열강의 각축장이었던 중국으로서는 과학적 위업을 달성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중국에서 비행기 개발이라는 명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항일전쟁 시기에 이르러서였다. 일본군 침략자들은 막강한 공군력을 앞세워 중국군과 무고한 백성들을 향해 무자비한 폭격을 퍼부었다. 중국인들은 일본군의 만행에도 당황하거나 굴하기는 커녕, 이때부터 ‘항공구국(航空救國)’의 싹을 틔웠고, 항공기는 중화민국 정부의 전략적 정책으로 채택되기까지 했다.
중국 정부는 먼저 미국 군용기를 대량으로 사들여 스스로 항공무장력을 갖췄고, 미국 공군에 대(對)일본 작전 참여를 요청하기도 했다. 미 의용군(AVG) 소속 공군부대인 ‘플라잉 타이거’와 일명 ‘낙타 혹’이라 불린 당시 군수물자의 공중수송로 ‘타봉항선(駝峰航線·Hump Course)’ 등에는 당시의 기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중국 정부는 항공기 제작 준비를 위해 항공위원회와 항공연구원을 설립하고, 제조공장과 수리기지를 짓기 시작했다. 각 대학에도 항공엔지니어 관련 학과와 수업을 개설해 인재 육성에 나섰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신 중국)이 수립되자 국방상의 이유로 항공기 제조가 필수 전략으로 대두됐다. 하지만 당시 지도자들은 공군 군사력 보강을 위해 전투기 제조에만 몰두했기 때문에 민간 항공기에 관심을 쏟을 여력이 없었다. 게다가 당시에는 공군에게 필요한 전투기를 소련한테서 구입해야만 했는데, 그래서 원자폭탄과 미사일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중국의 경제력으로 보나 산업화 수준이나 제조 역량으로 보나 단시간 내에 항공기를 제조해 실전용으로 투입한다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어려웠다.
중국의 항공기 산업, 그 중에서도 대형 항공기 산업은 1970년에 이르러 전환점을 맞이했다. 그 해 여름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이 상하이(上海)를 시찰하며 “상하이는 공업 기초가 탄탄하니 비행기를 제조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그 뒤 ‘708 공정’이라 불린 대형 항공기 제조사업이 시작됐고 10년도 안 돼 ‘윈(運)-10’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윈-10은 항공계 종사자들이 피땀 흘려 개발한 진정한 의미의 중국 대형 항공기로 평가된다. 윈-10은 대규모 장시간 시험비행에도 성공했지만, 자금 문제로 1980년대 중반 조용히 퇴역했다.
그 후 세계 항공업계에 큰 변화가 일어나며 민간 항공기 시장에는 대형 항공기에 대한 어마어마한 수요가 발생했다. 하지만 이는 줄곧 미국의 보잉과 유럽의 에어버스 양사가 독점해 왔다. 매년 거액의 금액을 지불하고 양사의 대형 항공기를 구입해야 했던 중국 정부는 2000년대 초 대형 항공기를 자체 제작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대형 항공기에 주력한 이유
2009년 보잉사와 에어버스사는 향후 20년 전세계 민간 항공기 시장에 대한 전망보고서를 내놓았다. 2009~2028년 전세계 민간 간선 여객기(100좌석 이상)에 대한 양사의 시장수요 예측은 일치했다. 양사는 모두 중국 경제의 빠르고 안정적인 성장이 시장수요 창출에 주요한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 예측했다. 이들은 앞으로 20년 간 중국에 3800대 가량의 신규 대형 항공기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고, 이에 대한 직접적인 경제적 가치가 4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항공산업은 지식·기술·자본이 집약되어 있고 가치사슬이 길어 중국의 기술 발전을 촉진하면서 연관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도 이끌 수 있는 분야다. 이 때문에 중국이 항공기 개발로 얻을 수 있는 과학지식·기술·경제적 부가 효과는 추산할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하다. 항공엔진 개발을 예로 들면, 단위중량당 새로이 창출되는 가치를 따졌을 때 선박이 1, 자동차가 9, 컴퓨터가 300, 지선 비행기는 800인 반면 항공엔진은 무려 1400에 달한다는 일본 관련 업계의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다.
또 대형 항공기 개발은 이런 경제적 가치 외에도 전략적으로도 큰 의의를 가지고 있다. 현대 항공산업은 그 탄생부터 국방산업의 색채를 강하게 띠고 있다. 항공기 역시 처음에는 군사용으로 개발됐다. 이 때문에 현대의 항공산업은 전형적인 군민(軍民)합동산업으로 여겨진다. 세계의 모든 항공기 제조사(그 중에서도 보잉과 에어버스)들은 군용기와 민용기를 동시에 생산하고 있다. 지금도 보잉사의 최대 고객은 미군이다. 이런 점에 비추어 중국이 대형 항공기 사업에 뛰어든다면 항공기 개발 수준과 역량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었다.
현대 사회에서 항공기가 차지하는 특수한 역할과 가치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현재는 여러 가지 전통적인 전략임무가 대부분 항공기를 통해 수행되지만, 앞으로는 재난 구조나 대규모 인력과 물자 긴급수송 등 국가에 중대 비상사태가 발생할 때 항공기는 독보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또 민용기의 95%는 국가가 비상사태에 돌입하게 될 경우 전투기나 기타 특수한 용도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다.
 

5월 5일, C919가 처녀비행을 마친 뒤, 기장 차이쥔(蔡俊)과 C919 총괄 설계사 우광후이(吳光輝)가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며 감사의 뜻을 표하고 있다.[사진=인민화보 쉬쉰(徐訊) 기자]


‘심장병’과 ‘신경증’
항공업계에는 “중국이 대형 항공기를 만들려면 ‘심장병’과 ‘신경증’을 극복해야 한다”는 재미난 말이 있다. 여기서 심장병이란 항공 엔진이 비행기의 심장이라는 점에 비추어 중국의 항공 엔진 제조기술이 ‘수준 미달’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신경증이란 항공전자시스템이 비행기의 신경이라고 한다면 중국은 이 부분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대형 항공기 개발에서 항공 엔진은 핵심 중의 핵심이다. 항공 엔진은 인류 역사상 가장 복잡하고 정밀한 산업 제품으로 꼽힌다. 엔진 1개에 들어가는 부품만 1만개가 넘고, 개발 과정도 가히 ‘공정과학기술의 극한에 대한 도전’이라고 일컬어질 정도다. 이 때문에 항공 엔진에는 늘 ‘산업의 왕관에 박힌 진주’, ‘산업의 꽃’과 같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또 인류가 산업혁명을 일으킨 지 300년 이래 가장 주목 받는 기술적 성과로도 여겨진다. 2009년 초 중국 정부는 거액을 투자해 상하이에 중항(中航·AVIC)상용항공엔진유한책임회사를 설립한 데 이어 2016년 8월에는 다시 중국항공엔진그룹을 설립했다. 이렇게 정부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보내는 까닭은 항공 엔진이 항공기 제조의 ‘중국산 심장’이기 때문이다.
신경증이란 중국의 비행기항공전자시스템이 개선해야 할 방향을 의미한다. 엔진·기체·날개 같은 것들이 비행기의 하드웨어 장치라면, 항공전자시스템은 소프트웨어에 해당한다. 즉 비행기의 정보화를 가능케 하는 핵심 장비이자, 정보를 감지하고 표시하며 처리하는 센터 역할을 한다. 인체의 장기에 비유하자면 항공전자시스템은 머리 부분과 가장 유사하다. 비행기의 눈과 귀, 입과 대뇌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항공전자시스템의 성능과 기술 수준에 따라 비행기의 전체적인 성능이 결정되고, 실제 성능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항공전자시스템은 비행기의 효율성이나 에너지 절약, 운송비 절감 등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재 중국에서는 전자정보기술, 인터넷기술, 소프트웨어기술, 마이크로전자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며 항공전자시스템의 모듈화·표준화·구조화·소프트웨어화·개방화가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여세를 몰아 전자항공시스템의 종합화·스마트화·정보화·네트워크화·자동화·통합화를 가속화해야 중국이 선진국을 추격하고, 심지어 그들을 뛰어넘게 될 날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 본 기사는 중국 국무원 산하 중국외문국 인민화보사가 제공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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