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의 정치학] 민심 업은 文대통령 딜레마…‘민심 역설이냐, 정면 돌파냐’

2017-06-19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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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추가경정예산 관련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 본청을 나서고 있다.[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허니문 기간 높은 국민적 지지율을 등에 업고 연일 정면 돌파에 나섰다. 야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을 강행한 것이 대표적이다. 문 대통령은 ‘강경화 논란’이 극에 달했을 때도 “최종 판단은 국민 몫”이라고 말했다. 대선 후보 시절 인위적 정계개편 논의 때마다 “국민만 보고 간다”고 선을 그었다. 이른바 ‘여론전’을 앞세운 마이웨이다.

흔히 대통령의 지지율은 ‘정치적 자본’으로 통한다. 국정수행 긍정 평가와 국정 추진 속도가 비례관계인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치적 자본을 확보하면 할수록 헌법이 부여한 권한을 합법적으로 조속히 행사할 수 있는 범위가 넓다는 얘기다. 
그러나 여론 정치는 국정수행 동력을 위한 불씨일 뿐, 마지막 퍼즐은 아니다. 민심 없는 정치도 불가능하지만, 민심만으로 정치적 난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계수전쟁인 여론 정치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한·미 및 한·중 정상회담 등 고도의 정치적 행위를 돌파할 수 없다는 얘기다. 내치의 핵심인 협치도 마찬가지다. 19일 오전 예정된 국회 상임위원회는 문 대통령의 ‘강경화 임명’에 반발, 모두 파행됐다. 이른바 ‘여론의 역설’에 걸린 것이다.

◆대통령, 유일한 전국단위 선출직…계수전쟁의 유혹

정치권과 정치전문가들에 따르면 유일한 전국단위 선출직 공직자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임기 5년을 기준으로 ‘상고하저’(上高下低)의 특징을 지닌다. 87년 체제 이후 김영삼(YS)·김대중(DJ)·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모두 임기 말 권력누수(레임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지율이 바닥을 치면 당에서 축출, 끝내 탈당 수순을 밟기도 했다. 

문 대통령도 허니문 기간 상고하저의 수혜를 톡톡히 봤다. 취임 한 달간 각종 여론조사에서 80%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한 문 대통령은 트럼프식 행정명령인 업무지시를 통해 검찰 개혁 등 적폐 청산에 속도를 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 고공행진 이유로 △포스트 탄핵 후 대선 승리 △보수의 대안 세력 부재 △허니문 기간 등을 꼽은 뒤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은 경제나 외교 등 어떤 부분의 성과에서 나타난 결과물이 아니다”라며 “지지율을 과시해서도, 지나치게 의존해서도 안 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성과에 의한 지지율이 아니라는 것은 그만큼 ‘하방 경직성’이 클 수 있다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경제나 외교적 성과가 나타나기 전, 측근들의 스캔들이 발생할 경우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역대 대통령마다 권력형 게이트를 기점으로 추풍낙엽 떨어지듯 지지율이 하락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정치적 자본’으로 통한다. 국정수행 긍정 평가와 국정 추진 속도가 비례관계인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치적 자본을 확보하면 할수록 헌법이 부여한 권한을 합법적으로 조속히 행사할 수 있는 범위가 넓다는 얘기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文대통령, 성과 무관한 지지율…하방경직성↑”

문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다. 후보 시절 공약한 ‘5대(탈세·투기·위장전입·논문표절·병역면탈) 비리자 공직 배제 원칙’의 덫에 빠졌다.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물론, 국회 인사청문회를 기다리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등도 위장전입 의혹 등에 휩싸였다.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허위 혼인신고’ 논란 끝에 자진 사퇴했다. 문재인 정부 낙마 1호다.

결국 지지율에 균열이 발생했다. 이날 공표된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의 6월 둘째 주 정례조사(지난 12~16일까지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9%포인트·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75.6%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주 대비 3.3%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반면, 부정적 평가는 같은 기간 2.7%포인트 상승한 17.4%를 기록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 9일(81.6%) 이후 5일 연속 하락했다.

배 본부장은 “문 대통령이 경제 성과나 외교에서 일정 부분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지지율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며 “여론은 때로는 국정동력의 동력으로 작용하지만, 때로는 제동을 걸 수도 있다. 여론은 의존이 아닌 관리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휴일인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은 직후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청사에 출근하고 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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