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중국의 窓] 中 당대회, 절차적 정당성과 합의의 모호성

2017-07-13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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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공산당 통치 합법성의 근간

[양갑용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

양갑용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정치학 박사)

중국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19차 당대회)가 올 하반기에 개최될 예정이다. 지도부 신·구 교체와 정책의 조정이 있을 이번 당대회는 ‘시진핑 집권 제2기’의 방향을 보여주는 가늠자 역할을 한다.

당대회 개최가 임박할수록 대내외의 관심은 중국으로 쏠린다. 중국의 변화에 따라 세계정치와 경제도 일정 부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공산당 당대회는 중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하는 중요한 정치행사다.

당대회는 제도화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당대회는 지난 1978년 11차 당대회 이후 정례화됐다.

특히 개혁·개방 실시 이후 1982년 제12차 당대회부터 지난 2012년 18차 당대회까지 단 한 번의 예외 없이 5년 주기로 개최됐다. 이는 중국정치가 점차 제도화되고 있다는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절차의 제도화와 달리 승계의 정치는 여전히 불확실하고 때로는 모호하다.

올가을 당대회 개최는 절차의 정당성에 따라 합리적으로 예측 가능하다. 그러나 누가 최고지도부에 입성하는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합의의 정치가 여전히 작동하기 때문이다.

중국정치는 절차적 정당성 이면에 합의의 모호성이 여전히 공존하고 있다. 절차 정당성이 합의의 모호성을 예쁘게 ‘포장’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모호성 때문에 훼손되기도 한다.

합의의 모호성을 극복하는 길은 바로 당대회에서 좋은 사람을 뽑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당대회에 참가하는 대표들을 잘 선발하는 일이 중요하다.

중국은 보이지 않는 내적 합의에 기초해 최고지도자 그룹이 만들어진다. 내적 합의라는 과정은 밖에서 들여다볼 수 없기에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비록 모호한 과정일지라도 선발된 간부들이 당원들과 국민들의 폭넓은 동의를 구하고 신뢰를 획득한다면 절차적으로 덜 민주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합의의 모호성을 어느 정도 상쇄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적어도 중국공산당은 이렇게 생각한다.

2017년 6월과 7월 19차 당대회에 참가할 이른바 ‘썩 괜찮은’ 대표를 선발하는 과정이 전국 각지에서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공산당은 8944만7000명(2016년 말 기준)의 당원이 있다. 이 가운데 19차 당대회에 참가할 대표는 2300명이다. 19대 대표는 지방 성급 단위 선거구 31개를 비롯해 중앙직속기관, 중앙국가기관, 중앙금융계통, 중앙직속기업계통 등 총 40개 선거구에서 당원들의 직접 선거로 선발된다.

선거 절차와 방식은 절차의 정당성에 부합하도록 매우 체계적이고 통일적으로 진행된다. 선발 절차와 방식에서는 최소한 이른바 ‘당내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전체 대표 2300명 가운데 지난 10일 현재까지 31개 지방 성급 선거구에서 1576명, 중앙국가기관 선거구에서 186명, 중앙직속기관 선거구에서 109명, 베이징(北京)소재 중앙직속기업 선거구에서 53명 등 1924명이 선출됐다.

2300명이라는 규모는 이미 지난해 10월 18기 6중 전회 폐회 직후, 11월 당중앙이 확정했다. 이는 18대에 비해서 30명 증가한 숫자다. 전국 기층 당 조직과 당원 수가 증가했고, 생산과 업무 제1선 대표 참가 독려의 영향이라고 당중앙은 설명하고 있다.

중국공산당은 합의의 모호성을 압도하는 절차 정당성 확립이 중국공산당의 통치 합법성의 근간이라고 보고 있다.

대표 선출은 ‘당의 19대 대표 선거 업무에 관한 통지’ 규정에 따라 진행된다.

일반적으로 당대회 대표 선출 절차는 △인사 추천 △기층 당조직과 당원 참여 △조직 관찰 후보자 명단 확정 △조직 관찰 진행 △당조직, 당대표, 당원, 군중 의견 청취 등 다섯 단계를 거친다.

조직관찰이 끝나면 대표 후보자 명단을 확정한다. 다음으로 대표 후보자 예비 인선을 확정하고 바로 선거 단위 대표대회나 대표회의를 개최해 대표를 인선한다. 차액선거(差额选举)와 등액선거(等额选举)를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복잡한 단계를 거쳐 선발된 전국 40개 선거구의 2300명 대표는 대표대회가 개최되기 하루 전 마지막으로 19대 대표자격심사위원회 자격심사를 거쳐 다음날 열리는 19차 당대회에 참석하게 된다.

앞서 말한 대로 중국정치에서 대표 선발 절차의 정당성은 합의의 모호성을 극복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중국정치가 비록 제도화의 길을 걷게 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모호한 내부정치(inner politics)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내부정치를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규범이 확실하게 정립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절차 정당성은 늘 합의의 모호성을 포장하는 데 요긴하게 작동해왔다.

절차라는 형식을 통해서 내용의 공백을 채워가는 노력이 19차 당대회 대표 선출 정당성의 강조에서 읽히는 대목이다.

좋은 제도가 늘 좋은 사람을 뽑진 않는다. 그럼에도 중국공산당은 좋은 제도가 좋은 사람을 뽑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들이 절차적인 정당성을 갖춘 선발 제도의 최적화를 위해 노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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