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장병완 “신고리 원전 중단은 ‘정치적 행위’…제왕적 대통령제 폐단”

2017-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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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상임위원장 릴레이 인터뷰] <1>국민의당 소속 장병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 인터뷰

에너지 안보 취약 감핵이 적절…전력수급 요금인상 논란은 기우

중장기적 에너지수급정책 결정…독일, 사회적 공론화 25년 걸려

장병완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4일 국회 산자위원장실에서 가진 본지와 인터뷰에서 신고리 원자력발전소(원전) 5·6호기 잠정 중단과 관련해 “한국 정치의 최대 문제 중 하나인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이라고 밝혔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최신형 기자 =“대통령 말 한마디로 ‘신고리 원자력발전소(원전) 5·6호기 잠정 중단’을 결정했다. 법적으로는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만이 원전 공사를 중단할 수 있다. 무슨 법적 근거가 있느냐. 이는 ‘정치행위’다. 한국 정치의 최대 문제 중 하나인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이다.”

장병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산자위) 위원장(3선·광주 동구남구갑)은 지난 14일 국회 상임위원장실에서 본지 이승재 부국장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한 ‘경제 상임위원장 릴레이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본 방향은 산자위의 기조와 같지만, 문제는 정책 속도”라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장 위원장이 대표 발의한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지난 3월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는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에너지기본계획 등을 세울 때 경제성 외에 환경과 국민 안전성 등의 명시를 의무화하는 게 골자다. 이 때문에 법안 발의 당시부터 저탄소 시대인 ‘신(新) 기후체제’에 최적화된 법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원전을 둘러싼 극단적인 원전 ‘옹호파’와 ‘반대파’의 충돌은 점입가경이다. 장 위원장과의 인터뷰 시작 직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경주시 북군동의 스위트호텔에서 기습 이사회를 열고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을 의결했다. 한수원 노조 측은 “도둑 이사회는 무효”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보수진영은 ‘원전 마피아’로 전락했다. 진보진영은 출구 없이 ‘묻지마식 탈핵·탈원전’을 외친다. 중용도 제3의 길도 없다. 갈등 이슈마다 양극단으로 갈리는 한국 사회의 민낯, 그 자체다. 사회적 대타협은커녕 이성적인 합리적 결론 도출을 위한 협치를 걷어차버린 셈이다. 장 위원장도 이 지점을 우려하며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2020년 완공인 신고리 원전 5·6호기는 문재인 정부와 관계가 없다”며 “이것은 한 정부가 아닌 국가의 중장기적인 에너지 방향의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5년의 기간 동안 사회적 공론화를 통한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는 데도, 정부가 정치적 액션을 취하고 있다는 얘기다. 장 위원장은 “‘원전 제로(0)냐, 아니냐’보다 중요한 것은 가동비율 자체를 먼저 낮추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위원장은 ‘탈핵·탈원전’이나 ‘원전 마피아’ 등의 정치적 프레임에도 경계를 나타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을 다 폐기할 수는 없다. 탈(脫)원전보다는 '감(減)원전', '탈핵'이 아닌 ‘감핵'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며 “신재생 에너지와의 공생 관계 형성을 위한 모멘텀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 혼자 할 수는 없다. 반드시 국회와 국민과 함께 논의하고 가야 한다”고 충고했다.

장 위원장의 고민은 원전뿐만이 아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청구서, 즉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도 난제다. 장 위원장은 “미국 및 중국과의 통상 전쟁이 임박한 상황에서 FTA 협상을 책임져야 할 통상교섭본부장이 공석”이라며 “자기 사람보다는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임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의 경제기조인 ‘착한 성장’에 대해선 “네이밍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신산업과 서비스업 육성에 나서야 한다”며 “이를 4차 산업혁명과 접목, 융·복합을 통해 성장과 고용 창출에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장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독일·스위스 등 30년에 걸쳐 국민투표로 결정”
 

장병완 위원장은 “지금의 문제는 ‘정책 속도에 대한 문제’이지, 단순히 탈원전을 추진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의 충돌 양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탈원전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3월 위원장이 대표 발의한 ‘전기사업법 개정안’ 통과로 에너지 정책의 대변화를 기대했지만, 정부의 속도전으로 갈등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탈원전 필요성을 놓고 ‘세계적 추세’ vs '에너지 위기론'이 충돌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의 문제는 ‘정책 속도에 대한 문제’이지, 단순히 탈원전을 추진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의 충돌 양상은 아니다. ‘전기사업법’ 개정 때 경제성만이 아닌 환경과 국민 안전까지 고려하는 정책을 전력수급계획과 에너지기본계획에 반드시 반영하도록 의무화했다. 때문에 지금 정부의 방향이 그동안 우리 위원회에서 논의했던 방향과 배치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탈원전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가 ‘공론화위원회의 최종결론을 따르겠다’며 사실상 재검토 의사를 내비쳤다. 영구 중단이나 백지화보다는 ‘유예기간’으로 해석된다.
“공사 일시 중단에 들어간 신고리 5·6호기의 현재 공정률은 28.2%, 건설비용은 1조6000억원이다. 문제는 우리의 에너지 안보 취약성이다. 우리나라는 인근 국가들과 에너지 플랫폼을 공유하지 못한다. 고립된 형태로 에너지수급을 결정한다. 즉, 에너지믹스의 조합 형태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전문가를 제외한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결정할 수는 없다.”

-정부 정책 과정의 문제점이 적지 않아 보인다.
“사회적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독일은 25년이 걸렸고 스위스는 33년간 5번에 걸쳐 국민투표를 했다. 전문가 등의 치열한 토론 없이 정권 차원에서 결정하는 것은 문제다. 속도도 빠르고 절차적 측면에서 미숙하다. 일반 배심원들 판단에만 맡겨서야 되겠나. 정부와 국회, 전문가 등이 소통 과정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

◆“신고리 중단으로 전기요금 인상? 기우에 불과”
 

장병완 위원장은 “신고리 원전 5·6호 중단은 올해 여름 전력 수급이나 전기요금 인상 등은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탈원전 논란의 핵심 쟁점은 △올해 여름 전력 수급 △전기요금 인상(물가 인상) △사회적 합의 등 크게 3가지다. 여야나 보수와 진보진영이 이를 놓고 충돌하고 있는데, 하나하나 짚어 달라.
“탈원전 문제는 에너지수급정책의 변화를 전제로 한다. 즉, 중장기적으로 안전과 효율을 동시에 고려하는 에너지정책의 방향에 관한 것이다. 올해 여름 전력 수급이나 전기요금 인상 등은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처럼 원전 중심으로 갈 것인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갈 것인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다.”

-2011년 발생한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사태)은 우려에 불과하다는 것인가.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완공은 5년 이후다. 문재인 정부와 관계가 없다. 이는 중장기적인 방향의 문제다. 옛날에 지은 석탄발전소에서는 유해물질이 배출되지만, 지금은 아니다. 미국이 원전을 유지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냐. 전기의 안정적 공급 및 에너지 안보 등에 대한 일종의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탈핵’이라는 표현을 쓰니까. 그러면 ‘원전 제로’냐는 문제에 직면한다. 원전 가동 자체의 비율을 낮추는 게 선행돼야 한다. 탈핵·탈원전보다는 ‘감핵’으로 표현하는 게 맞다는데 동의한다. 감핵·감원전이다.”

-신재생 에너지 단가 기준도 난제다. 지난해 기준 신재생 에너지 단가는 kWh당 186.7원이다. 이는 원자력(67.9원)과 석탄(73.9원)의 2배가 넘는다. 물가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2030년까지 신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을 20%로 늘리겠다는 정부 정책이 성공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장기적으로 핵폐기물 처리 비용, 미세먼지 등 국민건강권에 대한 비용을 고려하면, 신재생에너지 비용이 높다고만 할 수 없다. 중장기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가 이뤄지면, 신재생에너지와 화석에너지 발전단가가 같아지는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를 달성할 수 있다.”

-예산전문가 입장에서 원전의 예산 측면도 관심사가 될듯하다. 어떤 점을 주의 깊게 봐야 하는가.
“올해부터 시행하는 농촌태양광사업이다. 태양광만으로는 환경이나 고용에 도움이 별로 안 된다. 쌀농사로 소득을 많이 올리지 못하는 농민들에게 논 일부를 태양광발전용지로 바꾸는 사업이다. 이는 농민들 일부를 태양광 사업에 공동 참여하게 하고 혜택을 나눠주는, 일종의 ‘소득보전’이다. 올해 농가 1000호 정도 시행하고 있다.”

◆“美中과 통상전쟁 초읽기, 전문성 갖춘 인사 중요”
 

장병완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 [대담=아주경제 이승재 부국장 / 정리=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산자위 이슈는 이뿐만이 아니다. 당장 한·미 FTA 재협상도 문제다. 정부조직법 처리 지연으로 우리 쪽 통상교섭본부장이 부재한 상황이다. 우려는 없나.
“많은 우려를 하고 있다. 국회 정상화를 통해 여야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다만 정부도 인사를 잘 해야 한다. 캠프나 선거대책위원회에 참여한 인사를 인선하면 안 된다. 당장 미국 및 중국과의 통상전쟁을 목전에 둔 상황이 아니냐. 그 분야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임명해야 한다.”

-그간 외교부와 산자부는 ‘통상기능 이관’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산자부 내 통상교섭본부를 설치키로 한 것에 동의한다. 조직을 한번 바꾸면 적응 기간이 6개월 정도 걸린다. 다만 독립성과 전문성이 중요하다. 독립성을 보장하는 통상교섭본부냐, 이게 핵심이다.”

-한·미 FTA 재협상이 본격화하면 국회 과제도 만만치 않다.
“개선점이 필요할 경우 산자위 차원에서도 적극 협력하겠다.”

◆“文정부 ‘착한성장’…신산업·서비스업 육성해야”
 

장병완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착한 성장’으로 정해진 데 대해 “진짜 착한 성장은 ‘신산업과 서비스업’ 육성이다. 이를 4차 산업혁명과 접목, 융·복합을 통해 성장과 고용 창출에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뉴 뉴트럴 시대에 직면한 4차 산업혁명도 난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과도한 규제로 4차 산업혁명이 지지부진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한다. 동의하나.
“규제의 내용이 아닌 방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을 일자리 무덤이라고 하지만, 사라지는 직업만큼 새로운 직업도 등장할 것이다. 교육방식 및 제도적 인프라 정비가 중요하다.”

-국정감사가 시작되면, 조선·해운 등의 구조조정도 뜨거운 감자로 재부상할 전망이다. 구조조정에서 중요한 원칙은 무엇이라고 보나.
“부실경영주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과 함께 정부의 정책실패, 국책은행의 부실 관리·감독, 회계법인의 분식회계 관여 등 철저한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 특히 책임 규명이 공개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담보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는 ‘착한 성장’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성장에 있어서 ‘착한 성장’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다만 지난 정부의 창조경제는 ‘쇼’ 성격이 강했다. 진짜 착한 성장은 ‘신산업과 서비스업’ 육성이다. 이를 4차 산업혁명과 접목, 융·복합을 통해 성장과 고용 창출에 나서야 한다.”

-마지막 질문이다. 최근 당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호남 민심은 어떤가.
“중요한 것은 호남이 더불어민주당의 ‘단독당 체제’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기류는 요즘 생긴 게 아니라, 지난 수십년간 축적돼온 것이다.”

[대담=이승재 부국장 / 정리=최신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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