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미래를 이끌 황금산업 ⑥의료기기 산업

2017-08-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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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2022년 시장 규모 ‘세계 2위’… 글로벌 브랜드 맞서 ‘국산화’ 박차

2010년 이후 연평균 13% 이상 고속 성장… 당국도 2020년까지 1조7000억원 투입

中 의료기기 시장은 글로벌· 지역 브랜드 각축장… 한국 기업들도 진출 서둘러야

지난 반년 사이에 중국 의료기기 시장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중국국제의료기기전시회(CMEF·China International Medical Equipment Fair)는 매년 봄과 가을에 개최되는 중국 최대 의료기기 전시회다. 1979년 시작됐으니 올해로 38년의 전통을 자랑한다. 매 전시회마다 수백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갈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지난해 10월 중국 선전(深圳)에서 개최된 ‘CMEF 2016 Autumn’에 대표적인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인 GE와 필립스, 지멘스가 동시에 불참했다. 이를 두고 당시 중국 의료기기 업계에서는 이들 기업들이 중국 정부의 의료기기 정책에 대한 불만을 ‘불참’으로 표출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회자됐다.

그 기업들이 반년 후인 지난 5월 상하이(上海)에서 개최된 제77회 ‘CMEF 2017 Spring’에 다시 나타났다. 당초 불참할 것으로 예상됐었지만 오히려 대규모의 화려한 쇼케이스에 최첨단 제품들을 보란 듯이 전시하며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세계적인 의료기기 업체들이 자존심을 굽히면서까지 다시 참가한 이유는 무엇일까? 홍순욱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KMDIA) 상근부회장은 “세계 4위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의 중국 의료기기 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는 전략적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굴지의 기업들조차도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 중국 의료기기 시장이라는 의미다.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는 리서치 전문기관 BMI Espicom에 따르면 중국 의료기기 시장규모는 2015년 기준으로 178억 달러(약 20조원)로 추정된다. 세계 4위 수준이다. 2010년 이후 연평균 13.4%의 고속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기업인들이 느끼는 체감 속도는 어떨까. 상하이 전시회에 다녀온 서영석 원텍㈜ 연구소장은 “오래전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국 전시회를 다녀오는데 방문할 때마다 성장 속도가 너무 빨라 두려울 정도”라며 “메디컬 디바이스 전문기업인 우리 회사도 중국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중국 의료기기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의료기기 시장규모 세계 1위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 보스턴컨설팅(BCG)은 최근 중국 의료기기 시장규모가 비약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오는 2022년에 세계 2위로 올라설 것으로 예측했다. 유럽과 일본을 제친다는 설명이다.

중국의 1인당 의료비는 465달러(2015년 기준)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52만원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세계평균 1인당 의료비 1794달러에 비하면 4분의1 수준이다. 중국의 경제성장 속도와 1인당 소득증가 추세를 감안하면 1인당 의료비가 높아질 가능성이 많음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의료수준 제고와 의료서비스 확대에 심혈을 쏟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Healthcare Service Plan 2015~2020’이라고 이름 붙여진 의료체제 개혁안이다.

개혁안은 각 성(省)마다 대형병원과 중의학병원을 의무적으로 설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공립병원의 의료수준 개선과 민영의료 활성화도 추진하고 있다. 민간과 외국자본의 투입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이런 과정을 통해 국가 전체의 의료수준이 높아지고 낙후된 지역의 의료서비스가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의료기기 산업은 고령화와 질병, 생활습관 등으로 꾸준하게 수요가 발생하는 분야다. 중국 의료기기 시장도 의료기기 연구개발 필요성과 첨단설비에 대한 수입 수요 등으로 인해 시장 규모가 점점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승종한 코트라 정저우무역관 과장은 “중국의 경제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건강의식이 점차 강화되면서 의료기기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선진국은 의료기기 시장 규모가 전체 의료시장 총규모의 42%를 차지하고 있으나 중국의 경우는 의료기기 시장이 전체 의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1 수준인 14%에 불과해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중국의 의료기기 산업 연구개발(R&D) 투자액은 판매수익의 3% 정도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선진국들의 15% 수준에 비하면 5분의1에 불과하다.

중국 위생부는 ‘건강한 중국 2020년 만들기 전략보고서’를 통해 의약품, 의료기기, 대형의료설비 분야 지원을 위해 2020년까지 100억 위안(약 1조7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경제성장 속도에 발맞춰 의료서비스 수준을 함께 올리겠다는 의지의 발로였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해외 기업의 중국 의료기기 시장 진출을 돕겠다는 뜻도 밝혔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중국이 최근 3년간 세계에서 수입한 의료기기 규모는 2014년 19억1000만 달러, 2015년 21억1800만 달러, 2016년 23억4200만 달러로 매년 두 자릿수의 성장률(각각 18.8%, 10.9%, 10.6%)을 보였다.

중국이 의료기기를 수입하고 있는 상위 10대 나라에는 의료분야 선진국인 미국, 독일, 일본을 비롯 개발도상국이자 의료강국인 멕시코와 이스라엘, 복지강국인 스웨덴, 아일랜드, 스위스 등 이 포함돼 있다.

중국 내 의료기기 제조업체 수는 2만여 개에 달한다. 기업 당 평균 연매출액은 수백만 위안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영세하다. 연간 매출규모가 5000만 위안(약 83억원)이 넘는 기업은 1800개 정도다. 기술 업그레이드와 기업의 규모화를 위한 기업 간 M&A(인수·합병)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중국의 의료기기 제조사들이 생산하는 품목은 의료용 소모품과 환자 보조기, 치과용품 등 중저가 제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CT와 MRI 등 고가의 첨단 장비는 글로벌 기업들이 생산하는 제품의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중국 리서치 업체인 즈옌쯔쉰(智研咨詢)에 따르면 2015년 중국 의료기기 매출액은 568억5800만 위안(약 9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93% 성장했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매출액 기준 연평균성장률은 17.53%에 달할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5년 중국 의료기기 매출액 10대 지역은 광둥(13.39%), 허난(10.10%), 베이징(6.94%), 저장(6.92%), 안후이(5.90%), 산둥(5.75%), 쓰촨(5.48%), 상하이(5.21%), 헤이룽장(4.53%), 후난(4.50%)으로 나타났다. 이들 10대 지역이 중국 전체 의료기기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8.7%에 달한다.

중국 정부의 의료기기 산업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국산화다.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지가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의료기기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만 18개에 달한다. 의료기기등록관리방법, 체외진료시험기등록관리방법, 의료기기설명서, 등록관리규정 등이 그것이다. 의료기기 국산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은 의료기계검사관리조례가 시행된 2014년 6월부터다. 이 조례에 따라 자국 의료기기 기업에 대한 각종 등록절차와 조건을 완화했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의료기기 산업 발전 5대 방향에는 디지털 진단 설비, 조직 회복과 재생 소재, 분자 진단기기와 실험기기, 인공기관과 생명지원 설비, 건강검측장비가 포함돼 있다. 여기에는 의료기기 산업의 발전이 내수시장과 경제를 살리는 중요한 불씨가 될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다.

중국 정부는 스마트 의료 체계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코트라는 의료정보검측, 건강정보검측 및 평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시스템 구축 등 인프라 구축이 매우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진단하고 있다.

지금 중국 의료기기 시장은 글로벌 브랜드와 로컬 브랜드의 각축장이 됐다. 로컬 브랜드는 기술에 대한 집약도가 낮고 제품 경쟁력 또한 GE와 필립스, 지멘스, 올림푸스 등 글로벌 브랜드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 글로벌 기업들은 우수한 R&D기술과 제조기술을 기반으로 우수한 제품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중국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국산화 정책에 따라 로컬 기업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마이뤼의료(邁瑞醫療), 카이리의료(開立醫療)가 대표적인 사례다. 또 첨단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도 등장하고 있다. CT와 MRI 분야에서 상하이리엔잉의료과기유한공사가 생산하는 제품이 중국 내 인지도에서 1위 자리에 올랐다. 수량뿐만 아니라 품질 측면에서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상하이 국가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CMEF Spring 2017’에 참가해 강원-충북 의료기기 공동관을 운영하기도 했던 김권기 (재)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 기업지원본부장은 “중국 로컬 브랜드 제품은 기술력이 높아진데다 가격까지 합리적이어서 갈수록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머지않아 광활한 중국에서는 글로벌 브랜드와 로컬 브랜드의 진검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의료기기 산업의 성장곡선이 가파르다. 우리의 발걸음도 더 민첩해져야 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생존을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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