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석규의 대몽골 시간여행-17] 어머니는 어떻게 영웅을 길렀나? ①

2017-08-11 13:18
  • 글자크기 설정

[사진 = 배석규 칼럼니스트]

▶ 마주보고 서 있는 母子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차로 1시간 정도 동북쪽으로 달리면 휴양지 테렐지를 만나게 된다.
울란바토르를 방문하는 관광객이 거의 필수적으로 들리는 관광 코스다.
 

[사진 = 칭기스칸 청동 동상(울란바타르 교외 공원)]

테렐지 가는 길에서 옆길로 들어서면 거대한 칭기스칸 동상이 서 있는 공원을 만나게 된다. 높이 40M, 폭 30M 크기에 무게가 250톤이나 되는 거대한 동상이다.
동상 안 1층에는 몽골의 역대 칸들의 초상화를 비롯한 역사물들을 전시해 놓고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가면 칭기스칸의 머리 부분에 만들어진 전망대에서 주위를 살펴볼 수 있다.
필자는 2015년 여름을 비롯해 두 차례나 동상을 방문한 적이 있다.

칭기스칸 동상이 바라보고 있는 쪽 멀리에 또 하나의 여성의 동상이 서 있다. 바로 칭기스칸의 어머니 호엘룬의 동상이다.
몽골의 후손들은 그들의 영웅 칭기스칸은 어머니 호엘룬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말채찍을 잃어버리고 어머니에게 호된 꾸중을 들었던 칭기스칸이 그 채찍을 찾았다고 알려진 곳에 칭기스칸과 어머니 호엘룬의 동상을 세웠다고 한다.
 

[사진 = 칭기스칸 말 채찍(칭기스칸 공원 전시)]

몽골에서는 말채찍을 찾으면 남자에게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얘기가 있다. 실제로 동상 안에 있는 전시실에는 거대한 말채찍이 전시돼 있었다.
칭기스칸의 동상의 시선은 어머니 호엘룬과 그 너머로는 멀리 그가 태어난 다달솜을 향하고 있다.

대부분의 민족이 그렇겠지만 몽골인들의 어머니에 대한 마음은 각별하다. 대중가요에 사랑 다음으로 많이 등장하는 소재가 어머니일 정도니 그런 정서를 이해할 만하다.
호엘룬과 칭기스칸 모자관계가 그런 정서에 영향을 줬는지도 모르겠다.

▶ 강철 여인 호엘룬
모든 몽골인들로부터 추앙받을 만큼 호엘룬은 영웅을 만든 여장부였다.
남편 예수게이가 갑자기 죽으면서 호엘룬은 주위에 모두에게서 외면당한 채 하루아침에 모든 희망이 사라져 버렸다.
극도로 곤궁한 처지에 빠졌지만 호엘룬은 여장부답게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몸과 마음을 다잡았다. 남편이 살아있었다면 그 뒷바라지를 하면서 평범하게 살아갔을 이 여인은 어린 자식들의 굶주린 배를 채워주면서 아버지 못지않은 강인한 인물로 키워내기 위해 강철 같은 여인으로 새롭게 거듭났다.

몽골비사는 그런 호엘룬을 이렇게 찬양하고 있다.

"모자를 단단히 눌러쓰고 허리띠를 바싹 졸라매고
오논강 상류로 하류로 뛰어다니며
산 이슬과 머루를 따서 밤으로 낮으로 허기를 달랬다.
담력을 가지고 태어난 어머니 호엘룬이
축복받은 아이들을 기를 때
잇개나무 막대기를 잡고 원추리 수리취를 캐서 먹었다.
호엘룬이 자총이(뿌리가 보라색인 파), 달래로 기른 아이들은
칸이 될 만큼 자랐다.
원칙 있는 어머니 호엘룬이 산나리로 기른 아이들은
절도 있는 현자로 자랐다.
아름다운 호엘룬이 부추, 달래로 키운
철부지 아이들은 훤훤 장부가 됐다."

몽골비사의 이 시구는 호엘룬이 어린자식들을 데리고 얼마나 어려운 생활을 이어갔는지 짐작케 해준다. 고기를 주식으로 하는 몽골인이 야생과일과 풀뿌리 등 초근목피로 살아갔다는 것은 가축 한 마리 소유하지 못한 최하급의 생활을 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그렇게 어려운 가운데서도 호엘룬은 남편 없는 집안의 가장으로서 품위를 지키며 꿋꿋하게 아이들을 키워 나갔다.
복타모자(몽골족 귀족출신 여인들이 쓰는 일자형의 모자)를 단단히 눌러쓰고 벗지 않았다는 것은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결코 품위를 잃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허리띠를 바싹 졸라맸다는 대목에서는 생존을 위한 철저한 투쟁정신을 엿볼 수 있다. 어머니 호엘룬의 이 같은 자세는 테무진 형제들이 자긍심을 잃지 않도록 만들어 준 것은 물론 그들 스스로 생존을 위해 어머니를 적극적으로 돕도록 만들었다.
적어도 테무진 가족은 테무진이 이복동생을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호엘룬의 지도 아래 어려움 속에서도 잘 성장해 왔던 것으로 볼 수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