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가상화폐의 미래

2017-08-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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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장치 없는 시한폭탄" 경고에도 글로벌 기업들 속속 결제수단 채택

실물 없어 보관 편리·환율과 무관·계좌 개설 용이·익명성 보장 등 최대 장점

비트코인, 금처럼 안전자산 인식에 실물화폐 위협… 세계 금융시장 영향 확대

MS 등 기업 수천 곳 결제수단 채택… 韓 국민은행, 포인트 비트코인 전환

가상화폐(cyber money)의 ‘맏형’ 격인 비트코인이 지난 8월 1일 둘로 쪼개졌다. 가상화폐 분열은 ‘이더리움’이 지난해 ‘이더리움(ETH)’과 ‘이더리움 클래식(ETC)’으로 분열한 이후 두 번째다.

비트코인은 올드 버전과 뉴 버전으로 세포 분열했다. 올드 버전은 기존의 블록체인(Block Chain)을 업그레이드한 비트코인을 말하고, 뉴 버전은 새로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탄생한 ‘비트코인캐시(BCC·Bitcoin Cash)’를 말한다.

왜 둘로 쪼개졌을까. 비트코인의 존재 기반인 블록체인에 발생한 기술 문제 해결 방법에 대한 채굴업자들 간의 이견과 갈등이 분열의 불씨가 됐다. 블록체인에 발생한 기술 문제의 핵심은 비트코인 거래 내역의 처리 속도 지연이었다.
 

[그래픽=임이슬 기자]



블록체인은 ‘공공 거래 장부’라고도 불린다. 말 그대로 거래 장부를 공개해두고 관리한다는 뜻이다. 비트코인을 사용하는 모든 사용자가 거래 장부를 함께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다.

비트코인 사용자는 최근 10분 동안 돈을 주고받은 내역을 가지고 있던 거래 장부의 끝에 써 넣어야 한다. 거래기록(블록)이 생성되는 순간이다. 블록이 새로 만들어지면 모든 비트코인 사용자들이 나눠 가져간다. 이런 작업을 10분에 한 번씩 반복한다. 물론 이 작업은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연결된 컴퓨터가 알아서 처리한다.

그러니까 ‘블록(block)’은 10분에 한 번씩 만드는 거래내역 묶음을 말한다. 블록체인은 블록이 모인 거래장부 전체를 가리킨다. 블록체인은 가상화폐를 거래할 때 발생할 수 있는 해킹을 막는 기술로 인식되기도 한다. 위조와 변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날고 기는 해커라고 하더라도 10분에 한 번씩 새로운 블록이 형성되는데다 세계에 흩어진 그 많은 사용자들의 장부를 동시에 해킹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다양한 확장성과 투명한 추적 관리, 글로벌 플랫폼 역할 등도 블록체인이 세간의 주목을 받는 이유다.

문제는 비트코인 거래 내역 처리 속도다. 기존 비트코인이 거래되는 블록체인은 10분당 1메가바이트(MB) 용량의 블록을 생성해 거래 내역을 처리한다. 1초당 평균 7개의 거래내역을 처리할 수 있다. 비트코인 거래량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던 과거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용자가 급증(20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하고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거래 내역을 처리하는 속도가 늦어졌다. 거래 내역을 빨리 처리하기 위해 채굴업자들에게 ‘급행료’를 지불하는 경우까지 생겨났다. 비트코인 네트워크에서는 채굴업자들이 은행과 같은 역할을 하며 송금 수수료를 받는다.

이에 따라 거래 처리용량을 늘리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됐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세그윗(SegWit·Segregated Witness)’을 통해 블록 용량을 늘려야 한다. 10분당 1MB였던 기존 블록 처리용량을 2MB로 늘리는 작업이다. 세그윗은 개발자와 채굴업자, 거래소 등 비트코인 생태에 관계되는 구성원들의 동의가 있어야 진행이 가능하다. 이 세그윗이 지난 1일 시행된 것이다.

세그윗을 반대한 세력이 있었다. 중국의 일부 비트코인 거래소와 채굴업자들이었다. 이들은 블록 처리용량을 2배 늘리는 세그윗 도입을 반대하며 새로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가상화폐를 만들겠다며 독자 노선을 천명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비트코인 캐시(BCC)’다.

이들이 세그윗 도입을 반대한 것은 수수료 수익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다. 블록의 거래내역 처리용량이 2배로 늘어나면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거래가 늘어나게 되고, 이는 수수료 수익 악화로 귀결될 것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이번 비트코인 분할 과정은 중국 마이너(채굴자)와 사업자들이 비트코인 생태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둘로 쪼개진 가상화폐를 재평가하는 과정에서 비트코인 시장 전체가 큰 충격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으나 현재까지는 평온한 상태다. 디지털 가상통화의 선두주자인 비트코인은 분열 이후에도 가격이 사상 최초로 4000달러를 돌파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비트코인을 보는 시각은 두 가지다. 하나는 ‘상품’이고, 다른 하나는 ‘통화’다. 상품은 말 그대로 실체가 있는 것처럼 상품으로 보는 것이다. 통화는 온라인 결제 등의 실용적인 수단이 될 것으로 보는 입장이다. 둘 중 어느 것이든 간에 가상화폐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반적인 인식이다.

가상화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비트코인에 이어 시가총액 2위 가상화폐인 ‘이더리움(Ethereum)’ 공동창업자인 찰스 호킨슨은 지난달 20일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가상화폐 시장은 시간이 째깍째깍 가고 있는 시한폭탄”이라며 가상화폐 시장에 불고 있는 광풍에 대해 경고했다. 거래에 안전장치가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는 “사람들이 빠르고 손쉽게 돈을 버는 데 눈이 멀었다”며 지금은 열기를 식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런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화폐의 혁명적인 진화라고 일컬어지는 비트코인은 세계 화폐시장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달러의 새로운 경쟁상대가 될 것으로 주목받는다. 비트코인의 성장과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비트코인은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 네트워크를 타고 돌아다니는 가상화폐여서 실물이 없다. 실물이 없기에 보관의 번거로움을 덜 수 있고 안전하다. 1:1로 주고받는 P2P방식으로 거래되기에 별도의 금융회사를 거칠 필요가 없다. 개인이 중앙은행이 되는 셈이다. 온라인으로 유통되기에 간편하고 신속하다. 환율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계좌를 만들 때도 신분증 검사나 개인 신용평가가 필요 없다. 비트코인의 계좌는 ‘지갑’이라고 불린다. 지갑마다 30자 정도로 이루어진 고유번호가 있다. 한 사람이 지갑을 여러 개 만들 수 있다. 개수에 제한은 없다. 또 금융기관의 관리를 받지 않아 보유자의 개인정보가 기록되지 않는다. 거래 익명성이 보장된다. 비트코인이 국제 화폐로서 손색이 없는 이유다.

이런 장점들로 인해 비트코인은 이제 달러 결제의 편의성을 돕는 ‘도구’가 아니라 달러를 대체하는 ‘화폐’로 인식되고 있다. 국제간 결제나 금융 거래에서 통용되는 통화를 의미하는 기축통화(基軸通貨)의 유력한 후보로 급부상했다.

기축통화는 계산의 단위, 교환의 매개, 가치의 저장 등의 기능을 보유해야 한다. 중국이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역부족이다. 화폐의 역할인 가치의 저장단위로서 신뢰 받기엔 아직 이르다. 국제거래 결제수단으로 쓰기에도 통상적, 정치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2009년 1월 혜성처럼 등장한 비트코인으로 인해 새로운 기축통화로의 국면 전환 분위기가 무르익어가고 있다.

비트코인은 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개인의 경제활동을 돕는 도구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비트코인의 지속적인 성장세는 실물화폐를 위협하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가상현실 시대와 4차 산업혁명까지 가세해 비트코인이 세계 화폐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세계적인 금융기업인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기관투자자들이 비트코인과 같이 영향력이 큰 가상통화를 더 이상 무시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 최대 결제업체 페이팔(PayPal)과 델(DELL), 세계 최대 IT업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의 유력기업들이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채택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채택하고 있는 기업은 수천 개에 달한다.

중국도 가상화폐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최근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국제통화기금에 대한 특별인출권을 가상화폐로 교환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현재 중국은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로 비트코인 거래를 규제하고 있지만 비트코인 사업 확대를 허용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KB국민은행이 포인트를 비트코인으로 전환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등 비트코인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비트코인을 법정 화폐로 지정하기엔 시기상조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제야 제도화를 위한 첫발을 뗐다. 국회에서 가상통화 관련 영업에 규제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가상화폐 거래가 급증하고 있지만 가상화폐에 대한 법정 규정이 없는 데다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는 등 투자자(이용자) 보호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투기 세력에 대한 규제 조치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은 최근의 분열 소동에도 불구하고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가상화폐는 시한폭탄”이라는 전문가의 경고도 새겨들어야 하겠지만, 비트코인을 필두로 한 가상화폐는 우리 생활 속으로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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