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노조 동의 없는 성과연봉제 도입은 무효" 잇따라 인정

2017-08-20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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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 노조 손 들어줘…HUG 이어 두 번째 승소 판결

文정부 폐기 수순…기업도 자체 폐지·소송 취하 급무살 탈 듯

법원이 기업들의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에 제동을 걸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성과연봉제가 폐기 수순에 들어가면서 기업들의 자체 폐지와 소송 취하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노동조합의 동의 없이 진행된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발해 지난해부터 진행 중인 소송은 현재 약 30건에 달한다.

'성과연봉제'란 직원들의 업무능력 및 성과를 등급별로 평가해 급여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앞서 박근혜 정부는 공공기관 개혁의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성과연봉제 철폐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한 것은 올 봄 대통령선거를 앞둔 시점이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이 집권시 성과연봉제 철폐를 주장했고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성과연봉제 철폐는 기정사실화됐다.

결국 지난 6월 16일에 열린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에서 성과연봉제를 강제로 도입하지 않고 이사회 의결이나 노사 합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처리하도록 의결했다. 폐기나 철회라는 단어가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성과연봉제의 백지화를 의미하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최근 법정에서 성과연봉제 도입 문제를 두고 노동계의 손을 들어주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박근혜 정부 당시 핵심 정책으로 추진됐던 성과연봉제는 폐지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최근 IBK기업은행 노동조합이 "노조 동의없이 시행된 성과연봉제 도입은 무효"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5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이은 두 번째 승소판결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부장판사 권혁중)는 지난 10일 기업은행 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낸 '성과연봉제 도입 무효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에 따라 기업은행은 올해부터 적용한 성과연봉제를 폐지하기로 결정하며, 지난 18일 이사회를 열고 성과연봉제를 폐지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국책은행 중 이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제를 폐기한 것은 기업은행이 처음이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5월 23일 이사회를 열고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로 결의해 올해 1월부터 직원들의 성과 평가를 진행하고 내년부터 평가 결과에 따라 급여를 차등 지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노조 측은 의결로만 개정을 강행하려 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노조의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확대실시로 기존 호봉상승으로 인한 임금상승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며 "성과연봉제 도입으로 차등 지급률이 확대되면서 일부 근로자들의 불이익 역시 상당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국가스공사도 지난달 12일 이사회를 통해 3·4급 직원에 대한 성과연봉제를 폐지했다. 공사는 서울스마트워크센터에서 열린 이사회를 통해 보수체계를 원점으로 되돌리기로 최종 의결했다. 이사회의 결과에 따라 가스공사는 1·2급 직원에 대해서만 성과별로 연봉을 차등 지급한다.

성과연봉제 의결 당시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한국가스공사지부는 "보수 체계는 노·사 간 합의를 거쳐 결정해야 될 사안이지만 사측이 노조 합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고 주장하며 소송 등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국가스공사는 향후 성과연봉제 폐지로 지급된 성과연봉제 인센티브 22억원을 정부에 반납할 예정이다.

지난 5월에도 법원은 같은 이유로 주택도시보증공사 근로자들이 사측을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해 노조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변경해 무효라고 판결했다.

한편 근로기준법을 보면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해 기존 근로조건의 내용에 일방적으로 불이익을 주도록 변경하려면 근로자 집단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가 필요하다. 이 때 동의의 방법은 노조가 있는 경우에 과반수 투표를, 노조가 없는 경우엔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과반수 동의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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