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범 기자의 부동산 따라잡기] '양날의 검' 분양가상한제

2017-09-12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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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5일 정부의 '8·2대책 후속조치'를 통해 부활한 '분양가상한제'가 최근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이번 후속조치 내용 중 투기과열지구 추가 지정 등은 충분히 예상됐던 문제지만, 분양가상한제 부활은 사실상 분양시장에 미칠 파장이 꽤나 큰 사안이기 때문이죠.

분양가상한제란 주택분양 시 택지비, 건축비에 건설업체들의 적정이윤을 더해 분양가격을 산정하는 제도를 뜻합니다.

정부가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하는 이유는 분양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고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이는 분양가격 자율화가 집값 상승의 주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정부의 인식에서 출발합니다.

분양가상한제가 전면 도입되기 시작한 시점은 참여정부 시절인 지난 2007년입니다. 그 전에는 이와 유사한 '분양원가연동제'가 1989년부터 실시됐고 10여년 후인 1999년 분양가 자율화 실시로 사라졌다가, 다시 2005년 판교신도시에 도입된 바 있죠.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에 따라 꽤나 부침을 겪은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 건설사들이 주택 분양가를 낮게 책정해 수분양자들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당분간 서울 강남권 블루칩 단지들의 초고가 분양가 책정 흐름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분양가상한제가 단기적으로 분양가격 상승 억제에 효력을 발휘하는 정책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죠.

하지만 분양가상한제는 거시 경제의 흐름에서 살펴볼 때 파생 변수가 많아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당장 공급자의 채산성이 악화돼 신규주택의 질이 악화되고, 공급 위축도 불가피해집니다. 최근 수도권 일대의 경우 부동산 시장이 공급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분양가상한제 도입은 자칫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 있죠.

무엇보다 큰 문제는 인기 지역 단지의 경우 '청약 로또'로 기능하기 쉽다는 점입니다. 분양가가 강제적으로 조정되니 일대 기존 아파트와의 가격 간극이 크게 벌어지고, 시세 차익을 기대하는 예비 청약자들이 몰리는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신규 아파트가 기존 아파트보다 20%가량 시세가 낮게 분양된다 한들, 지역 평균치에 수렴하는 데는 불과 2~3년도 안 걸린다는 점을 수많은 수요층이 학습해왔기 때문이죠. 오히려 정부가 분양시장을 안정시키기는커녕 투기를 조장하는 제도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확실한 것은 분양가상한제는 '분양가 안정'과 '시장 교란'을 모두 일으킬 수 있는 '양날의 검'이라는 점입니다. 정부는 애초 도입 취지대로 가격 안정을 최대 한도로 이끌어낼 수 있는 제도 운영의 묘수에 대해 절실히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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