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인사이트] AR글래스가 예고하는 ‘씨스루(See-Through) 미디어 시대’

2017-09-22 00:00
  • 글자크기 설정

윤경림 한국가상증강현실산업협회장

[윤경림 한국가상증강현실산업협회장]

지난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 박람회인 MWCA(Mobile World Congress America)가 열렸다. ‘기술의 요소(The Tech Element)’를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무선통신과 미디어의 융합기술인 가상증강현실 (VR/AR)이었다.

금번 전시는 단순히 VR/AR 단말 신기술을 홍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상생활과 산업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 서비스로 발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음성 및 제스처 컨트롤 기능을 갖춘 최첨단 AR글래스 시연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발길이 몰렸다.

이러한 추세는 금주 서울에서 개최된 아시아 최대 가상증강현실 행사인 ‘Korea VR 페스티벌 2017’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페스티벌에 참여한 국내외 주요 업체 76곳 중 증강현실(AR)과 관련된 단말과 솔루션을 선보인 곳의 비중이 50%를 넘었으며, 적용 분야도 국방, 의료, 제조, 교육 등 다양했다. 요컨대, 미국과 한국에서 개최된 대표적인 행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특징은 실용성을 갖춘 ‘AR글래스 시대’의 예고라 하겠다.

2012년 처음 출시된 구글 글래스를 필두로 한 초기AR글래스는 당시 기술적 한계로 인해 대중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렇다 보니 AR 하면 포켓몬Go나 스노우와 같은 스마트폰 앱들만 떠올리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AR앱들은 제한된 스마트폰 화면 안에서의 단순 Overlay 기능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AR의 가능성을 보여주기엔 부족함이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전시∙시연된 MS홀로렌즈, 뷰직스(Vuzix), 메타(Meta), 다큐리(DAQRI) 등 완성도 높은 최신 AR글래스의 등장을 많은 사람들이 반기는 것이다.

또한, 애플, 매직리프, 인텔, HTC 등 많은 기업들이 다양한 컨트롤 기능까지 갖춘 AR글래스를 출시할 예정이어서 2018년이 AR시대의 원년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사실, 증강현실(AR)은 가상현실(VR)과 달리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VR은 현실세계와 차단되는 분리단말인 HMD를 통해 가상의 세계를 체험하게 해준다. 반면, 증강현실은 투명한 AR글래스를 통해 일상의 배경 위에 필요한 정보를 투과(See-through)하여 보여주는 미디어이다.

따라서, AR은 게임 및 엔터테인먼트 등 소비성 콘텐츠 뿐 아니라, 정보검색과 생산성 향상이 필요한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생활 서비스로 자리잡을 수 있다.

구글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인간과 미디어의 상호작용 중 90%는 스마트폰, TV등 물리적 스크린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패러다임은 AR글래스의 발전과 함께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스크린을 대신하는 AR 글래스를 통해 내 눈에 비춰지는 세상은 모든 것이 정보로 가득하고, 음성과 제스처를 통한 AR 인터페이스는 자유롭고 편리하다. AR글래스를 쓰고 길을 나서면 지리, 교통, 날씨 등 원하는 정보를 불편한 손동작 없이 한눈에 볼 수 있다. 한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양 엄지로 검색어를 입력하는 번거로움도 없으니, 한 손은 아이 손을 잡고 다른 손으로 아이스크림을 즐겨도 된다.

이미 항공, 자동차, 군수, 의료, 물류 등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는 AR글래스의 편의성과 생산성을 활용하기 위한 시도가 활발하다. GE, 보잉, 지멘스, 아우디, 벤츠, DHL 등 많은 기업들이 생산현장에 AR글래스를 적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생산성이 40% 이상 향상되고 에러율이 최대 90% 이상 낮아진 사례가 발표된 바 있다.

그렇다면, 일상생활은 물론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는 ‘씨스루(See-Through) 미디어 시대’에 대한 우리의 준비는 어떠한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에 따르면, 우리의 VR/AR 기술 및 콘텐츠 경쟁력은 미국의 3분의 2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필자가 안타까운 것은 세계 최초로 5G 올림픽을 개최할 정도로 우수한 네트워크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정작 이런 네트워크가 필수 기반인 AR 글래스나 솔루션 개발이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에 많이 뒤쳐져 있다는 것이다.

뒤쳐진 AR 경쟁력을 빠른 시간 내에 따라잡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진 강점에 집중하는 레버리지 전략이 필요하다. 필자는 5G 기술을 활용한 ‘산업용 AR 플랫폼’ 육성이 첫 단추라고 생각한다. IoT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복잡한 AI 컴퓨팅까지 구현해야 하는 산업용 AR 시장은 5G 네트워크가 결합될 때 비로소 폭발적 시장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세계 최고의 네트워크 인프라와 제조업 기반을 갖춘 우리나라가 글로벌 주도권을 선점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정부, 학계, 산업계 모두가 분산된 역량과 창의성을 산업용 AR 생태계 구축에 모아야 할 때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