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號 출범 2題] 양심적 병역 거부 인정될까

2017-09-2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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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심 판례 뒤집는 무죄 선고 잇따라

조재연·박정화 대법관까지 전향적 입장

동성혼·낙태 등 대법 판단 달라질 전망

전향적이고 개혁적인 성향의 새 대법원장이 임명됨에 따라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하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 거부' 등 사회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주요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도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그동안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 거부와 관련해 유죄 판결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하급심 법원들은 대법원의 판례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하는 '하급심 반란'을 이어가고 있다.

대법원은 2004년 7월 전원합의체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를 유죄로 판단한 이래 판례를 바꾸지 않고 있다. 헌법재판소도 2004년과 2011년 양심적 병역 거부를 처벌하도록 한 관련 법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병역법 제88조 제1항은 '현역입영 또는 소집 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이나 소집기일부터 정해진 기간이 지나도 입영하지 아니하거나 소집에 응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2004년 서울남부지법에서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해 첫 무죄 판결이 나온 이래 하급심에서는 관련 사건에 대한 무죄 선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광주지법이 항소심 사상 처음으로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해 무죄 선고를 했다. 무죄를 선고한 하급심의 경우 "극단적 비폭력주의자에게 군대 입영을 강제하는 것은 그의 인격적 존재가치를 허물어버리는 것으로서 양심의 자유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58·사법연수원 15기)이 지난 11일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 따르면 그는 "(양심적 병역 거부 문제에 대해)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전제로 대체복무제 도입을 통해 양심적 병역 거부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조재연·박정화 대법관까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양심적 병역 거부가 병역법상 정당한 입영 거부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일부 하급심(1·2심) 법원 판결에 대한 질문에는 "대법원에서 곧 관련 문제를 다룰 것으로 보여 구체적인 답변을 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김 대법원장의 과거 판결을 보면 '기본권 보장'과 '소수자 보호'를 위해 헌법과 법률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점에서도 양심적 병역 거부에 관한 판단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동성혼 합법화 문제와 낙태죄 처벌과 관련해서도 법원의 판단이 달라질지 주목된다. 김 대법원장은 앞서 동성혼 합법화 문제에 대해선 찬·반 즉답을 밝히지 않았지만 "동성애 및 성소수자의 인권도 우리가 보호해야 할 중요한 가치"라면서 "다만 현재 헌법에 허용되지 않고 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아울러 낙태죄와 관련해서도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임신 초기에 한해 낙태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현재의 시대상을 반영한 듯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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