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부터 유네스코까지 툭 하면 탈퇴...트럼프 '노맨 리더십'에 국제사회 혼란 가중

2017-10-1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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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부 "반(反)이스라엘, 체납금 부담 등 이유로 탈퇴"

탈퇴 20여 년만에 2002년 재가입...비슷한 이유로 재차 탈퇴 방침

TPP·파리협정 탈퇴 이어 세이프가드·나프타 폐지 등 연쇄 극단 조치

"PKO 중단 등 추가 협약 번복시 국제협력 관계 타격 가능성"

프랑스 파리에 있는 유네스코 본부 외관 모습. [사진=연합/AP]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기구 유네스코(UNESCO) 탈퇴를 공식화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시작으로 파리협정, 유네스코까지 탈퇴하기로 한 가운데,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노맨(no-man)' 리더십이 향후 국제사회에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정치 성향 강해서" 미국, 1984년 이어 두 번째 탈퇴 수순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의 12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에게 탈퇴 의사를 공식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포린폴리시 등 현지 언론들은 미국 정부가 유네스코 탈퇴를 검토하고 있으며 내주 초 결론 내릴 것으로 내다봤었다. 

유네스코 탈퇴 배경으로는 △ 반(反)이스라엘 성향 비난 △ 유네스코 체납금 부담 완화 △ 유네스코 조직의 개혁 필요성 촉구 등이 꼽힌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유네스코가 반(反)이스라엘 성향이라고 비난해왔다.

유네스코는 지난 7월 요르단 강 서안 헤브론 구시가지를 이스라엘이 아닌 팔레스타인 세계 유산에 등록했다. 지난해에는 이스라엘의 반발에도 동예루살렘에 있는 이슬람과 유대교 공동성지 관리 문제에서 팔레스타인의 손을 들어줬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등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親)이스라엘 성향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다음날 가장 먼저 전화회담을 한 정상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다.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의 남편인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은 유태계 미국인이다.

거액의 체납 분담금도 탈퇴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미국은 지난 2011년 유네스코의 팔레스타인 가입 승인에 불만을 품고 분담금 가운데 연간 8000만 달러(약 903억 1200만 원) 이상을 삭감 조치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삭감액이 매년 체납액으로 남아 현재 미국이 유네스코에 진 빚은 5억 달러(약 5644억 50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유네스코 탈퇴 결정은 분담금 삭감 조치 이후 6년 만에 나온 것이다. 미국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때인 지난 1984년 유네스코의 방만한 운영과 정치적 편향성을 이유로 유네스코를 탈퇴했다가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인 2002년 10월 재가입한 전력이 있다.

유네스코 규정에 따라 미국의 유네스코 탈퇴는 내년 12월 31일부터 효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미 국무부는 "탈퇴하더라도 세계유산 보호, 언론자유 옹호, 과학적 협력과 교육 증진에 대한 견해를 계속 유네스코에 전달하기 위해 정식 옵서버로 활동하겠다"는 입장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 TPP·파리협정 등 툭 하면 폐지 탈퇴 카드에 국제사회 혼란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에도 여러 차례 유네스코 탈퇴 방침을 시사해왔다. 미국CBS 등 현지 언론은 실제로 지난 9월 뉴욕에서 마련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유네스코 탈퇴 방침 의사를 전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유네스코의 최대 후원국인 데다 이스라엘까지 탈퇴 의향을 나타내면서 당장 유네스코 운영에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들에 따르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미국의 탈퇴 방침에 대해 "용기 있고 도덕적인 결정"이라고 강조한 뒤 자국 외무부를 통해 유네스코 탈퇴 준비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깊은 유감을 표명한 상태다. 

미국 정부가 경제·외교 분야 국제 협약을 일방적으로 탈퇴하겠다고 밝힌 것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벌써 네 번째다. 취임 사흘만인 지난 1월 23일에는 대통령령으로 TPP 탈퇴 의사를 밝혔다. 6월에는 지구 온난화 대책의 일환인 파리 기후변화협정(파리협정)의 탈퇴 입장을 굳혔다. 이달 12일에는 유네스코 탈퇴를 통보했다. 

툭하면 국제 협약의 폐기 가능성을 내비치는 바람에 상대국이 곤혹스러워 하는 상황이 이어지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 우선주의에 따라 철강, 알루미늄 등에 이어 태양열 전지판(태양전지)에 이르기까지 외국산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 발동 조치 방침을 잇따라 밝혔다. 최근에는 제4차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이 열리는 가운데 협정 폐기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자국의 이익을 앞세워 일방적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미국은 앞서 TPP와 파리협정에서 잇따라 탈퇴한 데 이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을 대상으로 분담금 증액 압박을 하는 과정에서도 탈퇴 카드를 꺼냈었다.

외신들은 전임 오바마 행정부에서 추구했던 유엔 등 동맹국과의 다자 협력 우선 정책과는 대조적인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향후 유엔평화유지활동(PKO)과 유엔 인구기금 등의 출연금 삭감,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의 탈퇴를 추진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미국의 고립 노선이 국제 협력 관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유네스코는 교육·과학·문화의 보급과 교류를 통한 국가 간 협력 증진을 목표로 설립된 유엔 산하 기구다. 균등한 교육 기회 제공, 문화유적지 보호, 후진국 여성 교육 지원 등의 활동에 집중한다. 본부는 프랑스 파리에 있다. 회원국은 195개국이다. 2016~2017년 예산은 6억 6700만 달러(약 7529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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