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 회장 별세]“나는 전문경영인”, ‘한국 석유화학 세계화 기여’

2017-10-22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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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화학 외길 이수영 회장의 경영철학(1)

이수영 OCI그룹 회장[사진=OCI그룹 제공]


“우리가 그동안의 경제적 성과를 토대로 자신감을 갖는 것은 필요하지만 자신감을 넘어 자만에 빠지는 것은 철저히 배격해야 합니다.”

6년간 자리를 맡아왔던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히기 직전인 지난 2010년 2월 3일, 경총 주최로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33회 전국 최고경영자 연찬회’에서 이수영 OCI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당시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일본 토요타 자동차가 대규모 리콜 사태를 예를 들어 자만에 빠진 기업은 한 순간에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임을 강조한 것으로 경제단체장으로서 기업인들에게 던진 마지막 당부였다.

기업인 이 회장의 일생은 ‘자만에 대한 경계’로 요약할 수 있다. 드러나지 않고, 과시하지 않으며, 50년간 석유화학 외길을 걸으며 OCI그룹을 재계 순위 24위 기업으로 키웠다. 또한 경총 회장, 대한빙상기업연맹 회장 등도 역임하며 한국 경제와 체육계에

◆“나는 오너가 아니라 전문 경영인”
1942년 9월 5일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마지막 개성상인’으로 불리는 부친 송암(松巖) 이회림 창업주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6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나 경기고와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제학을 수학했다. 1969년 그룹 계열사인 청구목재 기획실장으로 입사해 기업인으로의 첫 발을 내딛은 뒤 1년 만에 그룹 모체인 동양화학공업 전무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인 경영자 수업을 받았다.

당시 동양화학공업은 사세를 본격적으로 확장하기 직전에 세계경기 불황의 여파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에 부친은 자신을 돕고 장기적으로 뒤를 잇도록 하기 위해 장남을 회사로 불러 들였다.

그는 국내 최대 무기화학업체인 동양화학공업의 지위를 더욱 단단히 다지면서 고무 촉진제 등 정밀화학제품과 전자재료자동화사업 등으로 사업을 성공적으로 확장해 나가는 등 경영수완을 발휘해 1976년 부사장, 1979년 사장, 1992년 부회장에 이어 1996년 회장에 취임, 2세 경영체제를 완성했다.

오너 이지만 이 회장은 늘 자신을 전문경영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나도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이다. 자기 본업에 충실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췄으면 오너 여부를 떠나 전문경영인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합작·M&A 통해 비즈니스 세계화 추구
당시 흔하지 않은 해외 유학파로서 이 회장은 폭넓은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와 비즈니스 감각을 살려 사업의 세계화를 적극 추진했다. “적극적으로 신규 사업에 진출하되 남이하지 않는 분야를 공략한다. 그러자면 외국업체와의 경쟁이 불가피해 질 것”이라며, 경쟁을 하되 서로가 윈-윈이 된다면 손을 잡는 양동작전을 전개했다.

프랑스 롱프랑사와 화이트 카본 사업을 하는 한불화학(1975), 미국 다이아몬드 샴록사와 탄산카리 사업을 하는 한국카리화학(1980, 현 유니드), 독일 데구사와 자동차 매연 저감 촉매를 생산하는 오덱(1985), 일본 스미토모 화학과 반도체 약품을 생산하는 동우반도체약품(1991) 등 다수의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인수·합병(M&A)에도 수완을 발휘해 1995년 미국 와이오밍주에 소재한 당시 세계 3위 규모의 천연소다회 생산회사인 롱프랑 와이오밍의 지분 51%를 매입, 경영권 인수계약을 체결했으며, 1년 만에 회사를 흑자기업으로 돌려세웠다. 2001년에는 제철화학과 제철유화를 인수해 동양제철화학으로 사명을 바꾸고 석유, 석탄화학 부문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이 회장은 “M&A는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며 이를 통해 기업이 지속성장하기 위해서는 사모펀드(PEF)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기업의 신규시장 진출 시간을 단축하고 불필요한 수업료 낭비를 막을 수 있는 M&A의 긍정적 효과에 주목해야 한다”며 “해외기업 인수가 꼭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기회가 다가올 경우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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