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仁차이나 프리즘] 시진핑 시대의 ‘문화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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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영 국립인천대 중국교육센터장(예술학 박사)]

중국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시진핑(習近平) 총서기는 업무보고에서 현재 중국은 개혁·개방 이래 줄곧 추진해 왔던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는 관건적 시기에 처해 있으며, 이러한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임무가 사회주의 현대화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는 데 있음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새로운 시대적 과제와 관련하여 문화 분야에 대한 시진핑의 구상은 무엇일까?

우선 문화 분야에 관한 시진핑의 보고를 5년 전, 그러니까 2012년 중국공산당 제18차 당대회에서 후진타오(胡錦濤)가 했던 보고와 비교해 볼 때 가장 눈에 띄는 키워드는 바로 ‘문화자신감(文化自信)’이라고 할 수 있다.

시진핑의 발언을 들어보자. “문화는 국가와 민족의 영혼이다. 문화가 흥하면 국운이 흥하고, 문화가 강하면 민족도 강하다. 고도의 ‘문화자신감’이 없으면 문화의 번영과 흥성도 없고, 곧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도 없다.”

본래 ‘자신감’과 관련된 연설은 2012년 18차 당 대회에서 후진타오가 제출한 소위 ‘세 개의 자신감’, 다시 말해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노선·이념·제도에 대한 ‘자신감’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이러한 자신감은 곧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의미했다. 그런데 2014년부터 시진핑은 이러한 ‘세 개의 자신감’ 외에 새롭게 ‘문화자신감’을 제기했다. 또한 ‘문화자신감’이 더욱 본질적이며 광범위하고 심후한 역량임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의미를 “어떤 민족, 국가 및 정당이 자신의 문화적 가치에 대해 충분히 긍정하고 적극 실행하며, 그 문화의 생명력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갖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신감’을 가져야 하는 문화, 즉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문화란 무엇인가? 시진핑은 보고에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문화가 세 개의 문화자원으로 구성된다고 설명한다.

첫째는 5000년 역사 속에서 배양된 중화의 우수한 전통문화이고, 둘째는 혁명문화, 그리고 셋째는 사회주의 선진문화가 그것이다.

사실 이 지점이 18차 당 대회와 크게 구별되는 부분인데, 2012년에 후진타오가 설명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문화에는 전통문화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후진타오 시대와 달리 시진핑 시대에는 중국의 우수한 전통문화가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건설 과정에서 핵심적인 문화자원으로 강조되고 있다.

실제로 2017년 1월 중공중앙과 국무원이 발표한 ‘중화 우수 전통문화 전승·발전 공정의 실시에 관한 의견’은 당 중앙 문건 형식으로는 최초로 전통문화에 관한 사업을 담은 것이었다.

사실 ‘의견’의 발표는 중국 내에 적지 않은 반향을 몰고 왔다. 1990년대 이후 중국에서 전통문화의 부흥이 학술계와 문화예술계, 그리고 대중문화 영역에서 광범위하게 전개됐고 그러한 문화현상의 배후에는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독려와 지원이 있었다.

하지만 ‘의견’에서와 같이 중국 공산당이 중화 우수 전통문화의 충실한 계승자이자 선양자임을 자처하지는 않았다.

더구나 과거 1980년대까지만 해도 줄곧 전통문화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보여 왔던 것을 생각하면, 중국공산당의 이러한 변신에는 일정 부분 해명이 필요하기도 했다.

올 4월 류치바오(劉奇葆) 중앙선전부장이 기고문을 통해 마르크스와 유가사상의 관계를 올바로 처리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마르크스의 지도적 지위를 견지하고, 유가사상을 대표로 하는 전통문화의 장점과 한계를 변증법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물론 ‘문화자신감’은 무엇보다 대외적으로 확산돼 궁극적으로 원대한 문화적 목표를 실현하는 동력이 돼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원대한 문화적 목표는 사회주의 문화강국 건설, 문화 소프트파워 증강, 그리고 ‘중국의 꿈(中國夢)’ 등이 해당된다.

중국의 한 언론은 ‘2016년 세계에 문화자신감을 보여준 중국인’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국제안데르센상’을 수상한 아동문학가 차오원쉬안(曹文軒), 오스카 평생공로상을 수상한 청룽(成龍), 산세바스티안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조개상을 수상한 펑샤오캉(馮小剛) 등을 거론했다.

이 매체는 이들이 바로 세계무대의 중심에서 ‘중국의 이야기’를 전한 중국문화의 대변인이며, 이들의 배후에는 ‘문화자신감’이 숨겨져 있었다고 보도했다.

‘문화자신감’은 이번 당 대회를 통해 확실히 시진핑 시대의 핵심적인 문화 키워드로 부각됐다.

‘문화자신감’을 해석한 중국의 많은 전문가들은 ‘문화자신감’이 외래문화에 대한 배척이나 혹은 중국문화만이 제일이라는 자만심과는 다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문화자신감’을 통해 더욱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문화적 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대하기도 한다. 정말 그렇게 되기를 희망한다.

문화를 국가 안보전략의 일환으로 간주하고, 외국문화에 대해 강력한 규제 정책을 시행하며 문화 영역에서 중국공산당이 영도권을 장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문화자신감’은 어떻게 형성되고 표현될 수 있을까?

어쩌면 ‘문화자신감’이란 무엇보다 문화를 생산하고 향유하는 주체, 즉 중국 인민에 대한 자신감이 아닐까? 시진핑 시대 2기의 문화정책을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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