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新시대 최대 장애물 '금융리스크'―세 마리 '회색 코뿔소'를 죽여라

2017-10-2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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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못 줄이면 금융시스템 붕괴

그림자금융, GDP 19% 2384조원

부동산 거품, 가계부채 최대 주범

지방정부 과다 부채, 경제 화약고

周 "민스키 모멘트 대비해야" 경고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중화민국의 위대한 부흥을 외치고 있지만 금융위기가 그의 목표 달성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최근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싱크탱크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보고서에서 이렇게 경고했다. 그만큼 중국의 부채 문제는 심각하다. 올 들어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스탠더드앤드푸어스(S&P)·피치는 잇달아 중국의 과도한 부채에 따른 금융리스크를 경고했고, 무디스와 S&P는 국가 신용등급까지 강등시켰다.
◆‘민스키 모멘트 막아라’ 

때문에 ‘부채 줄이기’는 시진핑 집권 2기 지도부의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시 주석도 지난 18일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업무보고를 통해 금융 리스크 방지를 핵심으로 하는 집권 2기 금융정책 청사진을 제시했다.

업무보고에는 △금융체제 개혁 심화 △금융의 실물경제 지원 강화 △직접금융 비중 확대 △다층화된 자본시장 발전 △통화정책과 신중한 거시정책 조정 구조 완비 △금리·환율 시장화 개혁 심화 △금융 감독·관리 체계 완비 △시스템적 금융리스크 마지노선 유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19차 당대회 기간 열린 중국 주요 금융부처 수장들의 공개토론장에서도 금융리스크 예방은 줄곧 화제였다.

중국 온라인 경제전문매체 허쉰(和訊)에 따르면 퇴임을 앞둔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 총재는 이날 토론에서 “경제에 긍정적 요인이 지나치게 많으면 경제주기 변동이 크게 확대된다. 호황기에 지나친 낙관은 모순을 누적시킬 수 있고, 이것이 ‘민스키 모멘트(Minsky Moment)’로 나타날 수 있다. 우리는 이에 대한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민스키 모멘트는 과도한 부채 확대에 기댄 경기호황이 끝나면 채무자의 부채상환 능력이 나빠져 금융시스템이 붕괴하는 시점을 말한다. 미국 경제학자 하이번 민스키가 주창한 이론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재조명을 받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저우 총재 발언을 두고 “퇴임을 앞두고 과감히 속내를 드러냈다”고 평가했고, 국내외 언론은 관련 발언을 집중 조명했다.

최근 차기 인민은행 총재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궈수칭(郭樹清) 은행감독관리위원회 주석은 엄격한 금융 감독·관리를 예고했다. 궈 주석은 “리스크는 줄일 수 있고, 모순 역시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모두의 노력과 이해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또 궈 주석은 올해 은행업 리스크 대비에 따른 감독·관리 강화의 주요 타깃은 중국 경제를 위협하는 그림자은행, 부동산 거품, 지방정부 부채 등 '회색 코뿔소'라고 지적했다.  회색 코뿔소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간과하기 쉬운 위험을 뜻한다. 지난 7월 왕즈쥔(王誌軍)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경제1국 국장이 국무원신문판공실 기자회견에서 공식 언급하며 화제가 됐다.

두 금융수장의 발언은 중국의 주요 회색 코뿔소에 민스키 모멘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경제 위협하는 세 마리 회색 코뿔소

중국 내 그림자금융은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가 최근 중국 내 237개 은행의 대출 규모와 현황, 부실대출 규모 등을 분석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민은행의 규제와 감독에서 벗어난 중국 ‘그림자 금융’은 지난해 15% 증가해 작년 말 기준 14조 위안(약 2384조원)에 달했다. 이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19%에 해당하는 수치다.

또 과도한 '부동산 거품'은 중국 내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부추기고 있다. 최근 시티그룹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가계부채는 2012년 16조 위안에서 지난해 33조 위안으로 두배로 불어났다. GDP 대비 29.6%에서 44.3%로 늘어난 것이다. 중국 관영언론 신화망(新華網)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만 부동산 시장 억제정책을 전국적으로 약 180 차례 사용했다. 그 결과 최근 1선도시 부동산 상승세가 한풀 꺾였지만, 거품 붕괴 우려는 여전하다. 

기업과 '지방정부의 과도한 부채'도 중국 경제의 화약고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중국 부채 비율은 지난해 GDP 대비 257%까지 치솟았다. 2008년 141.3%에 비하면 두 배 가까이 폭증했다. 지난해 말 기업 부채 비율만 GDP 대비 166%에 달했다.

저우 총재는 최근 워싱턴 DC에서 열린 주요 30개국(G30) 세미나에서 "중국의 가장 큰 문제는 기업 부채 수준이 너무 높다는 점"이라며 기업 부채를 부추긴 주범으로 지방정부를 지목했다.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대다수 중국 기업들은 지방 국유기업이며 이들이 지방정부 산하의 금융 기관과 결탁해 있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저우 총재 추산에 따르면 지방정부와 기업의 연결 고리를 고려했을 때 중국 기업의 부채는 GDP의 120~130%로, 공식적으로 알려진 160%보다는 낮다. 중국 기업의 일부 부채는 지방정부 몫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달 발표한 중국 연례협의 보고서에서는 중국 정부부문 부채가 향후 증가세를 유지하며 GDP 대비 비율이 2016년 말 37%에서 장기적으로 82%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개혁·개방 이후 지난 30여년간 고속성장을 이어온 중국은 그동안 경제·금융위기 한번 겪은 적이 없었다. 중국은 당(黨)이 국가를 이끌고, 당은 경제성장을 통해 집권의 당위성을 확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 시대를 여는 시진핑 집권 2기에 금융리스크 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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