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범 기자의 부동산 따라잡기] 아파트 '펫 네임(Pet Name)' 홍수의 시대

2017-11-14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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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에서 자주 쓰이는 '펫 네임(Pet Name)'이라는 용어를 아십니까? 펫 네임이란 건설업체가 아파트를 둘러싸고 있는 입지, 자연 환경, 학군 및 특장점 등의 특색을 최대한 살려 브랜드 명칭에 별도로 함축적 애칭을 덧붙인 것을 뜻합니다.

사실 부동산 시장에서 펫 네임이 사용되는 것은 일종의 의미 부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무리 비슷해 보이는 아파트라 해도 단지마다 고유하고도 차별화된 특성이 있기 마련인데, 펫 네임은 이 같은 특징을 수요층에게 매우 효과적으로 전달해주는 역할을 하죠.

사실 펫 네임이 도입되기 시작한 2010년대 초기만 하더라도 '파크(Park)', '리버(River)' 등 입지, 주변환경 등을 직관적으로 나타내는 작명이 많았습니다. 단지의 종합적 특성을 명칭 하나만으로 파악할 수 있어 수요층에 호응이 높았죠.

하지만 이후 펫 네임도 빠르게 진화하기 시작했습니다. '퍼스트(First)', '써밋(Summit)' 등 추상적 개념의 펫 네임이 등장했고 최근 들어서는 현대건설의 '디에이치(THE H)', 대림산업의 '아크로(ARCO)'같이 일반 브랜드와 분리된 이름의 프리미엄 라인도 론칭되고 있습니다.

컨소시엄을 구성한 건설사 간의 새로운 통합 브랜드도 눈에 띕니다. 현대건설, SK건설, 포스코건설이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동에 공급한 '센트라스(CENTLAS)'는 '중심이 되는'이라는 의미의 '센트럴(Central)'과 '지상낙원'을 뜻하는 '아틀란티스(Atlantis)'가 합쳐진 브랜드입니다.

이렇게 펫 네임은 건설사 입장에서는 별도의 부연설명이 필요 없는 편리한 마케팅 기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입주민들도 단지 이미지 제고를 통해 거주 만족도가 동반 상승한다는 점에서 이를 반기고 있죠.

하지만 펫 네임의 효과가 꼭 긍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실제로 펫 네임과 다른 교통 요건이나 학군이 형성돼 있는 단지들이 종종 있어서입니다. 수요층의 주의가 필요한 대목입니다.

외래어가 남발되고 있는 점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단지명에 영어가 들어가야 입주민들이 이를 고급스러운 단지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건설사들의 반응인데요. 실제로 펫 네임 단지를 찾아보면 한글이 들어간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한글 펫 네임이라 해도 의미 전달이 제대로 안 된다면 그 역시도 문제겠지요.

펫 네임은 건설사들이 단지 차별화를 위해 도입한 아이템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그 펫 네임이 사실상 대부분 단지에 적용되다 보니 이를 통한 차별화는 기대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습니다. 오히려 단지 구분에 혼란을 야기하는 경우도 있고요.

20년 후에도 아파트에 펫 네임이 계속 달릴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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