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I의 중국 대중문화 읽기㉔] 中 영화 ‘전랑2’ 한국선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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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랑2' 한국 포스터[사진=전랑2 공식 홈페이지]


중국영화 ‘특수부대 전랑(戰狼)2’(이하 전랑2)가 한국에서 관객 동원에 실패했다. 지난달 30일 개봉 이후 전국 관객이 700명도 넘지 못했다. ‘미인어(美人魚)’나 ‘그레이트월’ 등에 이어 중국영화의 야심찬 기대작이 한국 시장에서 다시 쓴맛을 보고 말았다.

‘미인어’는 저우싱츠(周星馳)의 최신작으로 중국에서는 2016년 개봉해 역대 흥행 1위를 기록했고 ‘그레이트월’ 역시 장이머우(張藝謀)의 야심작으로 중국 내 적잖은 관객을 불러 모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세 영화가 올해 개봉했는데 모두 초라한 성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내로라하는 중국영화들이 한국영화 시장에서 줄줄이 무너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전랑2’에 대한 중국 내 인기는 하늘을 찌를 정도다. 중국영화 사상 최고액인 56억 위안(약 9400억원)의 박스오피스를 기록했다.

역대 흥행 기록 1위였던 ‘미인어’의 34억 위안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물론 1년 만에 기록을 큰 폭으로 갈아치운 데는 중국 당국이 올해부터 온라인 티켓 판매 수수료를 전체 박스오피스에 포함시키는 조치를 취한 까닭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랑2’는 중국 내수 시장에서는 전무한 성공을 거둔 게 사실이다.

‘전랑2’에 대한 중국 관객의 지지는 절대적이다. 네티즌들은 영화에 대해 ‘중국 만세’, ‘조국 만세’, ‘눈물이 앞을 가린다’ 등과 같은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전랑’이라는 특수부대 소속이었던 렁펑(冷鋒)은 사소한 잘못으로 해직된 뒤, 아프리카로 건너가 장사를 하면서 살아간다. 그러던 중 반정부 세력의 국가 전복 기도가 자행된다. 렁펑은 인질로 잡힌 현지인과 중국인을 구출하는 작전에 투입되고 숱한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임무를 완수한다. 그는 중국의 ‘오성홍기’를 나부끼며 복귀한다. 중국의 21세기 영웅 신화가 시작된 것이다.

액션은 화려하다. 자동차 추격 신은 물론이고 총격전, 육탄전에 이르기까지 이제껏 중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거대한 스펙터클의 향연이 펼쳐진다. 도입부의 수중 총격전부터 탱크와 드론을 활용한 난타전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전체 영화의 러닝타임 대부분이 액션에서 액션으로 꼬리를 문다.

스케일 뿐 아니라 액션 촬영과 편집 수준도 여느 할리우드 영화에 뒤처지지 않는다. 액션영화 마니아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 법한 요소가 즐비하다. 물론 영화적으로 보완돼야 할 점도 적지 않다. 장중한 배경음악의 과도한 삽입이나, 주된 갈등만으로 서사가 구성되는 점 등은 오히려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들이다. 이런 약점에도 불구하고 한국영화가 1999년 ‘쉬리’ 이후에 상업적으로 급성장한 것처럼 ‘전랑2’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중국영화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전랑2’가 한국영화 시장에서 실패한 이유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건 배급의 실패다. ‘전랑2’는 전국적으로 19개 스크린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비수기임을 감안하더라도 이렇다 할 흥행 기대 영화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 상황에서 ‘전랑2’가 상영관을 확보하지 못한 것은 중국영화에 대한 한국 관객의 특정한 관람 태도가 이미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한국 관객은 이 영화에 대해 크게 두 가지 거부감을 갖고 있다. 하나는 이른바 ‘국뽕’ 영화라는 것이다. 중국의 애국주의, 국가주의가 지나치게 강조되는 영화라는데 대한 비판이 비등하다. 한국 관객은 일부 국산영화에 대해서도 매우 적극적으로 이런 비판을 가한다. 영화가 특정한 이데올로기를 계도적으로 설파하려는데 대한 거부감을 보이는 것이다.

또 하나는 중국의 세계 전략에 대한 거부감이다. 한국 관객은 중국이 왜 아프리카에 진출하고 거기서 세계의 경찰이 되려고 하는지를 의아해 한다. 영화에는 세계의 전 인종이 등장하고 중국과 아프리카가 하나가 돼 서양인을 무찌른다. 중국적 세계 질서의 승리를 보여주는 것이다.

중국주의와 세계주의의 결합이 영화의 핵심 서사인 셈이다. 최근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인해 중국에게 호되게 보복을 당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한국인이 이런 영화에 호감을 드러내기 쉽지 않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한국 관객은 영화 자체보다 영화를 둘러싼 사회적 맥락에 대해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영화의 꿈은 할리우드를 넘어서는 것이다. 세계인이 자국 영화를 즐기는 세상을 꿈꾼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국 시장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반드시 해외로 진출해야만 한다. 한국은 중국영화가 이런 꿈을 이루는데 매우 중요한 ‘테스트 마켓’이다. 아시아 최고의 대중문화 강국의 관객들에게 외면 받으면서 세계 진출 성공을 운운하는 건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중국영화는 자국 ‘인민’이나 아프리카에서만 환영받는 영웅이 아닌 누가 봐도 불편하지 않을 캐릭터를 만들어 내야할 과제를 풀어내야만 하는 것이다.

[임대근 아시아문화콘텐츠연구소(ACCI) 대표(한국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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