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한담 冬夏閑談] 무한경쟁의 그늘

2017-12-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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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현희 전통문화연구회 번역실장

남을 이기려는 것이 가장 큰 병통이다.(승인최시대병통, 勝人最是大病痛)
- 이덕무(李德懋·1741~1793)

이기는 사람이 있다면, 그 반대편에는 지는 사람이 있는 법이다. 이긴 사람은 진 사람보다 우월한 지위를 차지하기 마련이고, 진 사람은 이긴 사람보다 낮은 위치에서 종속(從屬)되기 십상이다. 종속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자기의 주체성(主體性)을 상실한 채 누군가를 따르고(從) 그에게 예속되는(屬) 것이다. 누구라도 그런 상황이 달가울 리가 없을 터이다. 그 때문에 기를 쓰고서 어떻게든 이기려고 끝없는 경쟁(競爭)을 벌인다.
끝없는 경쟁을 뜻하는 '무한경쟁(無限競爭)'이란 말은 이제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말이 되었다. 우리의 삶이 온통 ‘경쟁’이고 이긴 사람이 모든 것을 독식하는 탓이다. 무한경쟁의 시대에서 공존(共存)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이기지 못하면 지는 것이고 낙오되는 것이라고, 세상은 우리에게 강요한다. 내가 싫다고 피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심지어 얼굴이 못생겨도, 키가 작아도 '루저(loser)'라고 낙인을 찍기도 한다.

그래서 아이도 어른도 너도나도 눈만 뜨면 경쟁이고, 세상은 전쟁터나 다름없게 되었다. 공부도, 일도 모두 이기기 위해서 한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도 경쟁과 비교 속에서 이루어진다. 어린이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노인정에서도 습관처럼 경쟁하고 비교한다. 그렇게 우리 사회는 각박해지고 있다. 참 살기 힘든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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