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웅의 데이터 政經] 호모 에모투스(Homo Emotus) - 먹고사는 문제에 예민한 유권자들

2017-12-18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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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웅의 데이터 政經]

 

                                                [사진=최광웅데이터정치경제연구원장]


호모 에모투스(Homo Emotus)
- 먹고사는 문제에 예민한 유권자들

문재인 대통령은 공공일자리 대통령이다.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확대를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 경제철학은 ‘사람 중심 경제’와 ‘소득주도 성장’으로 잘 표현되어 있다. 5·9 대선 당시 경제학 박사 유승민 후보가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가며 집요하게 압박했지만 문 대통령은 17만4000명 공무원 증원 약속 하나만큼은 끝까지 고수했다. 민주당은 청년층과 공무원, 그리고 화이트칼라가 주된 지지기반이다. 지지층의 이익을 위한 공약은 너무나 당연하다.

통계청 매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2월 실업자와 실업률은 각각 135만명과 5.0%로 지난 2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선 직전인 4월에도 각각 117만4000명과 4.2%였다. 청년실업은 50만5000명과 11.2%, 실질실업률은 23.6%였다. 그런데 최근 발표된 11월 실업자와 실업률은 87만4000명과 3.2%를 기록했다. 이는 문 대통령 취임 후 7개월 사이 30만명과 1.0%가 각각 줄어든 수치이다. 청년실업도 11만명과 2.0%(실질실업률은 2.2%)가 각각 감소한 것이다. 이는 일자리 추경효과가 어느 정도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 분야에서 취업자가 8만1000명 증가했고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도 7만2000명이 증가했다. 이 두 업종에서만 증가한 취업자는 전체 대비 57%를 차지한다. 소득주도성장의 단기적 결실은 어느 정도 무르익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8일 ‘2018년도 예산배정 계획’을 확정하고 일반·특별회계 세출예산 68%를 내년 상반기 중에 쏟아붓기로 했다. 특히 공공일자리 창출 등 일자리 관련예산은 상반기에 76% 수준까지 집중 배정한다. 이는 문재인표 예산의 조기 집행을 통한 소득주도성장의 마중물 역할이다. 이로써 국회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기초연금 5만원 추가인상 시행시기를 9월로 연기하면서까지 지방선거에 영향을 끼치게 하지 않으려던 야당들의 꼼수는 차질을 빚게 되었다.

제7회 지방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김대중 대통령 취임 99일 만에 실시된 1998년 지방선거를 제외하면 나머지 다섯 차례는 모두 정부여당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띠었다. 그 결과 1승 4패로 여당의 무덤이었다. 유일한 여당 승리는 바로 직전인 2014년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였음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이 광역단체장은 8대 9석로 뒤졌지만 기초단체장은 37석이나 크게 앞섰다. 광역의원은 67석, 기초의원은 256석을 각각 승리하였다. 2014년은 박근혜 정부 기간 중 유일하게 3%대 성장률(3.3%)을 기록한 해이다. 선거 직후인 7월 1일부터 기초연금을 시행하면서 하반기 정부지출만 무려 2조4660억원이 증가했다. 평소에도 투표율이 높은 노인층의 여당 쏠림이 더더욱 불가피하게 된 까닭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이성적 동물이라고 정의했지만 21세기 현실은 반드시 그렇지 않다. 현대 인류에게 붙여진 학명(學名)은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Homo Sapience Sapience)이다. 직역하면 슬기롭고 슬기로운 사람, 즉 생각이 많은 이성인(理性人)을 뜻한다. 하지만 IT시대를 지나 4차 산업혁명이라는 복잡다기한 문명과 맞닿은 신인류(Neoanthropinae)에게 합리성을 바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혼밥을 즐기는 이들 신인류는 스마트폰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는 모빌리언(Mobilian)들이다. 밤샘 컴퓨터게임이 자연스럽고 자신만의 다양한 정보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떠들썩한 자리보다 혼술에 익숙한 이들은 그래서 집단토론보다는 삼삼오오 공부모임을 통해 자기계발을 꾀하기를 선호하는 이기주의자들이다. 1872년 출간된 '인간과 동물의 감정표현'은 유전과학에 기여한 다윈의 마지막 역작이다. 이 책에서 다윈은 진화론의 관점으로 인간과 동물이 표현하는 감정은 학습된 것이 아니라 선천적이고 유전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말대로라면 인간의 학명은 호모 에모투스(Homo Emotus)라고 바꿔 불러야 한다. 에모투스는 감정 또는 정서를 뜻하는 영어 Emotion의 라틴어 발음이다.

지식융합연구소 이인식 소장이 2014년 1월 출간한 '융합하면 미래가 보인다'에는 유권자를 정서적으로 자극하라는 미국 사례를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다. 에모리대 심리학자 드루 웨스턴은 2004년 미국 대선 기간 중에 공화·민주 골수당원 30명을 선발해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장치로 들여다보며 공화·민주 양당 후보의 연설내용을 평가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그 연구결과를 미국 심리학회 총회에 발표했다. 그는 이를 발전시켜 2007년 6월 '정치적인 뇌'라는 책을 펴내며 “유권자들이 합리적 판단으로 어떤 결론에 도달하리라는 생각을 갖고 선거전략을 짜면 그 후보자는 백전백패한다”고 주장했다.

국제통화기금(IMF) 발표를 보면 한국경제는 올해 3.2% 성장률을 예측한다. 내년에도 3.0% 성장률과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에 진입한다는 소식이다. 식을 줄 모르는 문 대통령의 고공 지지율을 더하면 여당에 온통 호재뿐이다. 여당 경선 승리가 곧 본선 승리로 인식된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도 남은 6개월은 긴 시간이다. 결국엔 지지층의 지갑을 두둑하게 채워줄 수 있도록 정서를 자극해야 한다. 다소 부풀리더라도 유능해 보이는 경제정당이 승리할 수밖에 없다. 유권자는 결코 이성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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