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지천명' 현대차의 도전을 응원한다

2017-12-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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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수 부국장 겸 산업부장

50세 나이를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이 지천명(知天命)이다. 공자가 쉰 나이에 천명을 알았다는 데서 유래한다. '논어(論語)-위정편'에 나온다. 천명은 우주만물을 지배하는 하늘의 명령이나 원리, 또는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가치를 뜻한다.

현대자동차가 오는 29일로 창립 50주년을 맞는다. 기술자 2명을 데리고 시작한 동네 수리점이 50년이란 세월을 거치며 연간 500만대 이상 차를 파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자동차 기업이 됐다.

하지만 작금의 현실은 50세의 생일을 기뻐할 틈도 없다. 여느 해보다 최악의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사면초가(四面楚歌)'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상황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고전하고 있고, 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브랜드는 시장 포지션마저 모호해졌다.

현대차가 올해 들어 11월까지 판매한 차량은 410만대에 그쳤다. 이미 내부적으로는 올해 초 내걸었던 판매 목표치 508만대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판매 부진은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올들어 3분기까지 현대차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9% 감소한 3조7994억원에 머물렀다.

영업이익 하락은 연구·개발(R&D) 투자 등의 축소로 이어진다.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미래차 개발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 해가 저물고 있지만 노사 간 임단협은 아직도 마무리하지 못했다. 지난 22일 실시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50.2%의 반대로 부결됐다. 임금과 성과급 부분이 예년에 비해 부족하다는 게 이유다. 올해 노조의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도 1조3000억원이 넘는다.

현대차는 한국 경제의 대들보다. 위기를 딛고 다시 일어서야 한다. 그러려면 위기의 본질부터 정확히 알아야 한다.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는 저서 '혁신자의 딜레마'에서 세계적 우량기업이 시장지배력을 잃는 원인을 분석했다. 또 ‘달콤한 관성’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게임의 룰을 받아들이고 끊임없이 ‘파괴적 혁신’을 일궈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시장과 고객의 변화에 둔감하고 디지털 기술의 혁명적 변화를 외면하면 인공지능(AI)과 로봇, 사물인터넷(IoT)으로 요약되는 제4차 산업혁명의 높은 파도에 휩쓸려 좌초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현대차 임직원들도 밤낮없이 새로운 전략을 짜고 있다. 위기를 딛고 과거의 50년을 넘어선 미래의 50년을 만들기 위해서다. 정몽구 회장의 장남인 정의선 부회장이 그 중심에 있다.

정 부회장은 올 한 해 수십 차례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직원들을 격려하고 시장과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서다.

미래를 위한 혁신적인 실험에도 나섰다. 최근 현대·기아차는 현재 13종인 친환경차를 2025년까지 38종으로 대폭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4년 12월에 2020년까지 목표 차종을 22종으로 잡았다가 이번에 38종으로 수정 확대했다. 특히 매년 1개 이상의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고, 2020년 이후부터 주행거리가 500㎞ 이상 되는 고성능 장거리 전기차를 개발할 예정이다. 내년 1월에는 1회 충전에 590㎞를 갈 수 있는 차세대 수소전기차도 선보인다. 친환경차 분야에서 글로벌 2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 전기차 분야에서 글로벌 3위로 올라선다는 목표 달성의 일환이다.

정 부회장은 미래차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해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SK텔레콤·한화자산운용과 함께 AI 투자동맹을 맺고 약 500억원 규모의 AI얼라이언스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 펀드는 내년 초 출범해 AI와 스마트 모빌리티, 핀테크 등의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앞서 미국 실리콘밸리에 해외 오픈이노베이션센터의 거점이 될 ‘현대크래들’을 출범시켰고, 내년 초에는 이스라엘에 오픈이노베이션센터를 설립해 현지 스타트업과 협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5년, 10년 후의 현대차를 그려본다. 정 부회장의 혁신적인 실험이 어떤 모습으로 현실화될지 기대된다. 거기에 대한민국의 미래도 좌우될 것이다. 정 부회장을 중심으로 현대차가 눈앞에 닥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더 큰 미래를 꿈꾸며 힘차게 달려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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