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한담冬夏閑談] 무사(無事)하면 안 되는 것

2018-01-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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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호 전통문화연구회 회원

우리는 늘 무사(無事)하기를 바란다. 이때의 사(事)는 사고·사건처럼 안 좋은 일이나 걱정거리를 의미한다. ‘사’ 대신 ‘일’이 들어가 “일이 생겼다” “큰일 났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무사하다’는 지적을 받으면 속이 뜨끔하거나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때가 있다. 바로 주자(朱子)의 <논어> 머리말인데, 여기서 그는 정자(程子)의 말을 인용, 논어를 다 읽고 난 뒤의 반응을 다음과 같이 나타낸다.

"논어를 읽고 난 뒤 한두 구절에 기뻐하는 사람, 논어가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완전히 터득해 감동에 겨운 사람이 있다. 하지만 이도 저도 아니고 전연무사(全然無事)한 사람도 있는데, 이는 읽기 전이나 뒤나 달라진 것이 전혀 없는 경우다." 이때의 ‘무사’는 책을 읽고도 하등의 변화가 없어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는 질타인데 어찌 뜨끔하지 않겠는가.

이럴 때는 무사하면 안 된다. 우리 서당 동료들 간에는 한 강좌가 끝나도 여전 무사함을 안타까워하는 일이 많다. 무사의 경지를 벗어나려고 애를 쓰지만 그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무사하면 안 되는 것이 어디 공부뿐이겠는가. 새해가 되면 대부분 새로이 결심하고 결연한 각오를 다진다. 좋지 않은 습관을 고치거나 늘 미루기만 하던 것을 올해는 기어코 하고야 말겠다는 등 여러 가지다.

그러나 습관의 인력을 벗어나려면 비상한 노력이 요구된다. 위성로켓 발사 때 보듯이 물체가 지구 중력을 탈출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엄청나다. 습관 탈출도 이와 비슷하다. 그렇지 않으면 도로 아미타불이 되고 만다.

“처음처럼 열심히 계속해 끝을 맺으면 망치는 법이 없다(愼終如始 則無敗事, 신종여시 즉무패사 <노자> 64장)”는 말처럼 지금의 초심을 잊지 말고 꾸준히 자기 개선에 힘써야 할 것이다. 그러면 연말에 결코 무사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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