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평화로 가는 ‘천금 같은 기회’

2018-01-03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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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 정치부장]

"북한이 새해 한국을 향해 올리브 가지(평화의 제스처)를 내밀었다."(환구시보·環球時報)

새해 벽두부터 남북관계 해빙 무드가 조성될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평창올림픽 참가와 남북 대화 개최 등을 시사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에 우리 정부가 남북회담 제의를 즉각 제안하고, 북한이 다음 날 곧바로 회담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보내왔다.

특히 북한이 판문점 연락 채널을 복원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의미가 크다. 이는 남북 간 상시 대화가 가능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것으로, 향후 남북관계의 큰 흐름이 대화 국면으로 갈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통남봉미’로 전술을 바꾼 북한의 의도가 비록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한 고립 탈피, 한·미동맹 균열, 핵무력 완성을 위한 시간벌기 등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진영의 주장대로라 할지라도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남북이 머리를 맞대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직후부터 평창 올림픽을 한반도 평화의 초석을 다지는 평화 올림픽으로 만들기 위해 북한에 끊임없이 메시지를 발신하며 공을 들여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축사에서 북한 선수단의 평창 올림픽 참석을 처음으로 언급했고, 이후 7월 독일 쾨르버 재단 초청 연설에서는 한반도 평화 비전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11월 유엔총회에서는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중 일체의 적대적 행위를 중단하자는 휴전 결의를 이끌어냈다.

지난해 말 미국 방송 NBC와 인터뷰를 통해 밝힌 문 대통령의 한·미 연합 군사훈련 연기 제안은 신의 한수였다. 문 대통령의 진정성 짙은 호소에 북한이 슬며시 빗장을 푼 것이다.

정부는 남북대화의 시기·장소·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북한에서 수정제안이 온다면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리게 되면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는 대가로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 등을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돼 양측 간 줄다리기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정부가 회담을 제안한 9일 전날인 8일이 김정은 위원장의 생일이고, 일부 미국 언론들이 이번 주 후반 북한의 미사일 시험을 예측하고 있다는 점 등은 남북 회담 성사까지 남아 있는 돌발 변수다.

설령 북한이 핵 미사일 실험을 감행한다 할지라도 남북회담 성사를 위한 불씨를 꺼뜨려서는 안 된다.

문 대통령이 북한과 미국을 설득해 북·미 대화를 이끌어낸다면 동북아에서 한국의 외교적 공간은 그만큼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섣부른 기대와 낙관은 금물이다.

지난 10년간 악화일로를 걸어온 남북관계를 하루아침에 복원하기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 한반도 당사국들 간 얽혀 있는 역학 구도 속에서 균형을 잡기도 어렵고, 북핵 문제 등을 풀어가는 데 있어 국민 눈높이와 남남갈등 문제도 간과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남과 북은 “한반도에 드리워진 ‘전쟁’의 그림자를 걷어낼 천금 같은 기회(김연철 인제대 교수)”를 놓쳐서는 안 된다. 일희일비하지 말고 조급해하지도 말고 ‘평화’라는 대원칙을 향해 담대하게 걸어가자.

평화의 창이 열릴 수 있는 평창동계올림픽이 불과 한 달여밖에 남지 않았다. 남과 북이 만나 지혜와 용기를 발휘해 모쪼록 좋은 결실을 거두길 바란다. 한민족의 정기 백두대간 평창에서부터 시작된 평화의 훈풍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으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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