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커진 간편결제…IT는 뛰고 카드사는 '주춤'

2018-01-1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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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네이버 경쟁에 카카오 가세

카드사, 시스템 부재로 무용지물

삼성페이 이용액은 출시 2년만에 10조원을 넘어서고 있지만, 카드사들은 간편결제 시스템 구축에 애를 먹으며 사실상 지급결제 시장의 주도권을 IT기업들에 넘겨주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


카드사들이 지급결제 시장에서 주도권을 잃어가고 있다. 아직까지는 신용카드 이용액이 연간 수백조원에 이르고 있지만, 차세대 지급결제 시스템인 간편결제 분야에서는 비중이 극히 미미한 상황이다. IT기업들에 맞서 뒤늦게 간편결제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지만, 소통부재와 준비 미비로 아무런 대응책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루 평균 간편 결제 건수는 234만건, 거래액은 762억원(3분기 기준)을 기록했다. 전분기에 이어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IT·유통 기반업체가 증가세를 주도했다. 이용건수와 이용금액은 전분기대비 각각 30.1%, 34.5%나 급증했다.
삼성페이, 네이버페이가 연간 수조원대의 거래액으로 선두를 유지하고 있으며, 그 뒤를 카카오페이가 쫓고 있다. 이외에도 11번가, 이베이, 롯데, 신세계 등 유통업체들도 자체 간편결제 시스템으로 지급결제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삼성페이는 출시 2년 만에 누적거래액 2조원을 넘어서는 등 국내 간편결제 시장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했다.

반면 금융사들의 비중은 지극히 미미하다. 은행‧카드사 등 금융기관이 간편결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계 카드사들은 모바일 앱카드를 내놓으며 간편결제 시장에서 경쟁력 확보에 나섰지만, 결제 시스템 부재로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NFC 단말기 보급 사업이다. NFC는 고객이 스마트폰이나 카드를 해당 단말기에 가져다대면 결제가 이뤄지는 통신 기술이다. 이를 위해 여신금융협회와 국내 8개 카드사는 지난 2016년 9월 한국형 NFC 결제 규격을 개발하기 위한 모바일 협의체를 구성했다.

협의체는 개발한 NFC 단말기를 대형 가맹점 8만여곳에 보급해 각 카드사 간편결제 앱인 '앱카드' 오프라인 결제를 활성화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출범 1년이 넘도록 단말기 보급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당초 대형 가맹점을 대상으로 보급을 계획했던 것이 법 규정에 가로막혔기 때문이다.

현재 여신전문금융업법은 연매출 3억원 이상인 대형 가맹점에 신용카드와 관련한 거래를 이유로 부당하게 보상금 등을 제공하는 리베이트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에따라 가맹점이 단말기 도입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NFC 결제 시스템의 성공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맹점들은 굳이 나서려 하지 않고 있다. 사실상 앱카드 수요가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금융위의 허가로 지난해 말부터 일부 카드사들이 더치페이 시스템을 만들어 새로운 경쟁력을 키워보려 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카드사간 통합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동일 카드사 카드를 지니고 있어야만 더치페이가 가능하다. 사실상 유명무실한 시스템이다.

결국 카드사들이 인력과 비용만 소비하며, 간편결제 사업 활성화에 실패하고 있는 사이 IT업체들이 지급결제 시장의 주도권을 조금씩 차지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가맹점수수료율 인하, 법정 최고금리 인하 등 카드사들의 경영환경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숙한 경영전략으로 '미래 먹거리'조차 타 업권에 내주고 있는 격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경영환경 악화로 수년내에 망하는 카드사가 나온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카드사끼리 의견 조율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며 간편결제 시장을 내줬다"며 "지금 당장의 수익에 급급해 카드업계가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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