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균 54번 누군가 당신의 머리를 노린다..'묻지마 범죄' 통계에 답 있다

2018-01-15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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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살 여자 초등학생을 유괴 살해한 10대 소녀로부터 훼손된 시신 일부를 건네받아 유기한 공범 A(19)양이 인천시 남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15일 새벽 한 인터넷 게시판에 14일 오후 8시경 부평역 인근 편의점에서 묻지마 범죄가 발생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내용상 다행히 피해자는 목숨을 건진 것으로 보이지만 네티즌은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당시 사건현장을 지나면서 형사들과 ‘과학수사’가 적힌 차량을 봤다는 사람들도 다수 있었다.

이날 부평경찰서는 지난 14일 저녁 7시 58분경 부평역 인근 건물에서 편의점 종업원 A씨(20)가 신원미상의 남성에게 망치로 폭행당해 의식불명에 빠졌다고 밝혔다. 인터넷 게시글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묻지마 범죄가 사회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다. 하지만 여전히 피해자들은 양산중이며 처벌 이외에 잠재적 범죄자들을 관리·감독하기 위한 정책은 전무한 상황이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묻지마 범죄’ 연평균 54건 발생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대검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묻지마 범죄로 분류된 기소 사건은 총 270건이다. 한 해당 평균 54건의 범죄가 발생한 셈이다. 범죄 유형별로는 상해가 연평균 28.4건으로 가장 많았고, 살인(미수 포함) 사건도 12.6건에 달했다.

대표적인 사건으로는 지난해 발생한 인천 초등학생 유괴 살인사건이 꼽힌다. 주범은 고등학교를 자퇴한 김 모(16)양과 공범 박 모(18)양으로 김양은 놀이터에서 놀고 있던 8세 여아를 동춘동 소재 자신의 집으로 유괴해 살해했다. 특히 김양은 숨진 어린이 신체의 일부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평소 알고 지내던 박양에게 전해준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줬다.

또 2012년에 발생한 여의도 흉기난동 사건과 같은 해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 흉기난동 사건도 대표적인 묻지마 사건이다.

총기자유가 허용된 미국의 경우 묻지마 총기난사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총기난사로 58명이 숨지고 500여명이 부상했고, 앞서 2016년 미시간주에서는 묻지마 총기 발포로 8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묻지마 범죄 발생 이유는?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2014년 내놓은 ‘묻지마 범죄자의 특성 이해 및 대응방안 연구’에 따르면 묻지마 범죄의 원인은 사회에서의 낙오를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했다.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이 불만과 좌절감을 키우게되고, 사소한 계기가 발단이 돼 극단적인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묻지마 범죄 증가는 사회가 병들고 있거나 병들어 있다는 증거다.

이는 범죄자들의 생활수준에서 드러난다. 보고서에 따르면 묻지마 범죄자 5명 중 1명은 고정된 주거가 없었다. 또 가해자의 절반은 동거인 없이 혼자 거주하고 있었고 범행 당시 직업이 없던 사람들이 전체의 75%로 대다수였다. 직업이 있어도 대부분이 비정규직 혹은 일용직 종사자들로 경제 취약 계층들이었다.

실제 2008년 벌어진 강남 고시원 무차별 살인사건의 가해자는 당시 일정한 직업이 없었고 빚을 지는 등 금전적 어려움에 부닥쳐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법원은 사건에 대해 “(가해자는) 세상이 싫고 사람들이 싫다는 등 사회로부터의 단절과 고립을 호소했다”며 “그 절망과 분노를 자신과 아무런 개인적 원한 관계가 없는 사람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표출했다”이라고 설명했다.

◆처벌보다는 예방 위해 힘써야

이처럼 묻지마 범죄 가해자들 상당수가 사회 취약계층들이 상당수인 만큼 이를 예방하기 위해선 치료와 보호가 우선시돼야 한다고 마

윤정숙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출소 후 재범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그들의 사회복귀를 위한 충실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또 가해자 상당수가 정신장애를 갖고 있어 정신질환을 치료가 필요한 일반적인 병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검찰청은 2013년 내놓은 ‘묻지마 범죄에 대한 외국사례 및 대처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범죄 예방을 위한 몇가지 방안을 내놨다. 눈에띄는 항목으로는 ▲정신 장애자 및 우범자 등 고위험군에 대한 철저한 관리 ▲묻지마 범죄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통계 정립 ▲저소득층 및 실직자에 대한 지원 강화 ▲지역사회 안전망 구축 및 사회통합 ▲괴롭힘이나 따돌림 등 학교폭력에 대한 대응 및 교내외 안전 강화 ▲발생 사건 심층 분석을 통한 재발 방지 ▲체계적인 위협평가 구축 등 시스템 마련 등이다. 

특히 저소득층 및 실직자 지원 부분은 형사정책연구원의 주장과 맞닿아있다. 박지선 경찰대 교수는 “묻지마 범죄는 계층 간 격차가 급격히 늘어날 때 발생한다”며 “자기 처지에 대한 비관과 상대적 박탈감이 불만과 분노의 형태로 나타나 불특정 다수를 향한 범죄로 표출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분노 문제나 망상, 정신적 불안정을 나타내는 등 여러 이상 징후들에 대해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학교나 병원, 상담센터 등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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