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옌볜 통신] ‘中 여성의 달’ 3월…“여성은 꽃이라네”

  • 글자크기 설정

3월 8일 '셰계 여성의 날', 중국선 '국제부녀절'의 날로

中 여성, 법적으로 반나절 휴식 가능

[최미란 옌볜통신원]


1908년 3월 8일, 1만5000여명의 미국 여성 섬유노동자들이 10시간 노동제와 작업환경 개선, 참정권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날을 기념하고자 제정됐다. 1910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2차 여성 운동가대회에서 정식 제안됐고, 1975년부터 유엔(UN)이 매년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공식 지정했다.

‘3·8 국제부녀절’은 주로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중국, 북한, 몽골, 캄보디아, 쿠바,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벨라루스, 러시아 등 현재 혹은 과거 공산주의·사회주의 체제의 국가에서 기념하기 시작했고, 점차 세계 각국이 기념하는 명절로 됐다.
수천 년간 남권주의·남존여비 등 유교적 가부장제도의 지배 아래 있던 중국에서 남녀평등이 처음 제기된 것은 19세기 50년대 태평천국운동이고, 실제로 실행되기 시작한 것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가 수립되면서부터다. 이때부터 전 사회적으로 중국 여성의 지위와 위상이 획기적으로 향상됐다.

1949년 12월, 중국 중앙인민정부 국무원은 매년 3월 8일을 부녀절로 규정했다. 

‘전국 명절 기념일 휴식방법(국무원령 제270호) 제3조’는 “부녀절은 법정 명절이며, 이날 여성은 반나절 휴식할 수 있다”고 제정했다. 

1950년 5월, 새 정부 확립 후 처음으로 공표된 법령 ‘중화인민공화국 혼인법’은 남녀평등과 혼인 자유를 확실하게 주장하며 제1조에 남녀 혼인의 자유를 규정했다. 또 일부일처제와 남녀평등의 혼인 제도를 시행한다고 정했다.

2012년 11월 중국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처음으로 남녀평등을 기본국책으로 정해 정부 사업보고에 적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양회(兩會,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정치협상회의)만 봐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 총 2980명 중 24.9%인 742명이 여성 대표이고, 전국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 2158명의 20.39%인 440명이 여성 위원이다. 두 수치 모두 중국 정부 수립 이래 최고치이다.

‘3·8 국제부녀절’을 전후로 중국 지방에서부터 중앙에 이르기까지 업종·지역마다 타인의 귀감이 되는 모범 여성을 선출해 장려하고, 다과회·여성문화제·여성포럼 등 다양한 행사가 이어진다.

아울러 여성을 대상으로 한 무료 건강검진이 이뤄지고, 식당·극장·마트·백화점·미용실·온라인쇼핑몰 등 유통업계의 특별 프로모션과 다양한 혜택이 대거 쏟아진다.

3월 8일, 이날만큼은 누구의 아내, 며느리, 딸이 아닌 가족 그리고 모두의 여왕이 된다.

공식 명칭이 부녀절인만큼 과거에는 일반적으로 30대 이상 기혼여성의 명절로 간주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연령,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여성의 명절이 됐다.

밸런타인데이(2월14일), 크리스마스(12월25일)처럼 전통 명절은 아니지만 사회 전반에서 즐기는 낭만적인 명절 분위기로 ‘미인절’, ‘여신절’로 명칭을 바꿔 부르기도 한다.

‘흥의 민족’ 조선족이 모여 사는 옌볜은 다른 지역보다 부녀절 분위기가 훨씬 농후하다.

지난 60년대에는 여성들만 배려한 무료 영화 관람을 추진했고, 70년대에는 직장별로 체육대회·축하공연 등을 열고 기념품을 지급했다. 80년대부터는 가족, 직장으로부터 돈 또는 선물을 받고 단체로 장기자랑과 오락게임을 즐겼다.

시진핑(習近平) 정부 출마 이후 부정부패 척결 취지로 직장에서 여성에게 지급하던 돈, 기념품 그리고 단체행사 개최는 거의 사라지고 가족·친구 모임으로 변화했다.

최근 중국에선 3월이 시작된 이후 친분이 있는 여성을 만나면 ‘3·8 국제부녀절’ 인사를 전하고, 다양한 소규모 모임을 하는 것이 일종의 관례가 됐다.

여성 지인의 직장 혹은 집으로 꽃다발을 보내기도 해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위챗(WeChat·微信)’ 모멘트(Moments·朋友圈)는 꽃다발과 선물 자랑으로 도배된다.

중국 여성들은 7일은 명절맞이를 위해, 8일은 명절 기념을 위해, 9일은 명절을 보낸다며 최소 3일을 논다. 모임 일정을 명절 뒤로 미루는 경우까지 고려하면 3월 전체가 명절이나 다름없어 옌볜의 3월은 ‘여성의 달’로 부르기도 한다. 

옌볜 여성들의 사회적 활약은 대단하다. 여성 단체들은 경제·문화·정치·교육 등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특히 봉사나 기부 등 영역에서 독보적인 모습을 보인다.

옌볜(옌지·延吉)무역협회, 옌볜조선족기업가협회 등 사회단체의 여성회원 비중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들은 내부적으로는 아내로, 어머니로, 딸로, 며느리 자리에서 화목한 가족의 주축을 이루고, 사회에서는 맡은 바 직책을 착실히 이행하며 지역경제와 민족사회 발전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중국에서 ‘3·8’이 상반된 두 가지 뜻이 있다는 것이다. 하나는 국제부녀절이고, 나머지 하나는 행실이 경박하거나 방탕한 여성을 낮춰 부르는 말이다.

어떻게 이런 뜻이 내포됐는지 어원을 살펴봐야 하겠지만, 한 단어에 두 개의 상반된 뜻이 내재해 있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고 또 흥미롭다.

최근에는 ‘3·8’절 본연의 자유와 해방의 의미를 망각하고, 단순히 먹고 마시는 명절로 전락하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또 페미니즘과 여권주의 유발, 남녀평등 상실이라는 반대의 의견도 있다.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떤가. 일 년 동안 가족, 사회를 위해 한 몸 불사른 정다운 우리 엄마들, 누나들, 아내들이 하루쯤은 먹고 마시고 누려도 괜찮지 않을까?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