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에 막힌 가상통화 해외송금

2018-03-0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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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불법 자금 유출 많다" 불허

센트비 등 사실상 서비스 중단

가상통화를 매개로 한 소액 해외송금 서비스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기존 금융사보다 저렴한 수수료를 앞세워 사업에 나섰지만 정부 규제에 가로막힌 것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소액해외송금업자로 등록된 18개 업체 중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를 취급하는 업체는 찾아볼 수 없다. 가상통화 거래사이트 코인원도 해외송금 서비스 '크로스'를 운영하고 있으나 이용 실적은 전무하다.

관련업계에서는 정부 규제 탓에 서비스를 진행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7월 '외국환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이 발표된 이후 해외송금 사업을 하려면 당국의 인가를 받아야 하는데, 업무 취급범위에 가상통화를 포함시키면 사실상 인가를 받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개정안이 적용되면서 기존에 가상통화를 이용해 해외송금을 하던 업체들도 서비스를 할 수 없게 됐다. 대표적으로 해외송금업체 센트비를 꼽을 수 있다.

센트비는 2016년 비트코인을 매개로 해외송금 사업을 시작했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돈을 비트코인으로 전환해 모국으로 보내주는 형태였다. 기존 금융사의 환전 서비스보다 수수료가 저렴해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지난해 개정안 발표로 가상통화를 이용한 해외송금 서비스가 사실상 중단됐다. 센트비는 지난해 11월 업무 취급범위에 가상통화를 포함해 소액해외송금업 등록을 완료했으나 돌연 올해 초 가상통화를 미사용하겠다고 등록 내용을 변경했다. 센트비는 지난해 11월
 해외 제휴 은행에 미리 독돈을 보낸 뒤 고객 요청에 따라 현지에서 돈을 지급하는 '프리펀딩' 방식 등으로 사업을 재개한 상태다.

센트비는 등록 변경의 이유를 상세히 밝히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기획재정부 등 금융감독 당국의 압박 때문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해외송금업체 관계자는 "가상통화를 포함시켜 인가를 받으려고 했지만 사실상 정부가 이를 금지하고 있어서 불가능한 상태"라며 "센트비도 정부 기조에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감독 당국에서는 가상통화를 활용한 국부 유출 문제가 우려돼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해외송금 서비스 대부분이 국내 자금을 가상통화로 전환해 해외로 보내는 방식인데, 소액송금이라도 그 횟수가 많을 수 있어 규제가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익명을 요구한 당국 관계자는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중 불법적인 방법으로 자금을 만든 뒤 이를 국내 수사망이 닿지 않는 본국으로 보내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며 "가상통화 거래가 정점을 이루던 지난해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외송금업체들은 규제 필요성에는 동의하나 아예 못하도록 막는 것은 과도한 처사라는 입장이다. 일본 등에서는 가상통화 송금을 이용한 서비스가 발전하고 있는 반면, 국내 업체들은 손발이 묶인 상황이라 기술 개발 등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다른 해외송금업체 관계자는 "가상통화를 이용한 송금서비스는 궁극적으로 수수료가 거의 없는 모델"이라며 "무조건 하지 말자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에서 벗어나는 일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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