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트럼프 대통령 만나 얘기하면 큰 성과 낼 수 있어"

2018-03-09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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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기에 만나고 싶다' 는 김정은 위원장 의사 전달

정 실장 "김정은 진정성 느껴져…기회 놓치지 말아야" 美 설득

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8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방북 성과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얘기를 나누면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9일 전달했다.

정 실장은 이날 백악관 미국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김 위원장의 이런 언급을 전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정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 자리에서 모두 발언을 통해 "여기까지 오게 된 데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큰 힘이 됐다. 그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정 실장은 "(8일 열린) 한국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문 대통령이 목사 5천명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감사의 말씀을 하셨다"고 소개한 뒤 "문 대통령이 저를 여기에 보낸 건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고 드리고, 앞으로도 한미간 완벽한 공조를 이뤄내겠단 의지를 전달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 실장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보니 솔직히 얘기하고 진정성이 느껴졌다. 물론 과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게 조심해야 하지만 김 위원장에 대한 우리 판단을 미국이 받아주고 이번 기회 놓치지 말았으면 좋겠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가능한 조기에 만나고 싶다고 한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또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전달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받고 그 자리에서 "좋다, 만나겠다"며 즉각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일부 언론에서 친서(레터)가 있었다고 나오던데, 레터는 없었고 구두로 전달했다"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문 대통령과 정 실장이 자신에게 사의를 표한 데 대해 매우 고마움을 표하면서 "한국의 역할을 높이 평가한다"라고 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정 실장의 브리핑을 들은 뒤 배석자들을 둘러보면서 "거봐라. 얘기를 하는 게 잘하는 거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정 실장에게 "부탁이 있다. 여기까지 온 김에 한국의 대표들이 직접 오늘의 논의 내용을 한국 대표의 이름으로 이곳 백악관에서 직접 발표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정 실장은 갑작스러운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문 대통령에게 보고할 겨를이 없이 일단 수락을 하고 미국시간으로 오후 5시(한국시간 오전 7시)부터 7시(오전 9시)까지 2시간 동안 허버트 맥마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방에서 미국 NSC관계자와 발표할 문안을 조율하고 합의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발표문 조율을) 마친 뒤에 관저에 계시는 문 대통령에게 전화를 해서 합의문 문안을 보고하고 전화로 보고 드렸다"며 "이때 사용한 전화는 백악관과 청와대간 시큐러티 라인"이라고 전했다.

이로 인해 정 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 방미 대표단은 백악관에 미국 시간으로 오후 2시30분부터 7시30분까지 5시간을 머물게 됐다.

이 관계자는 9일 트럼프 대통령이 5월 북미정상회담 계획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처음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4월을 얘기했었다고 한다"면서 이에 정 실장이 "우선 남북이 만나고 난 뒤 그 다음에 북미가 만나는 게 좋겠다"고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 의견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제공]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은 매우 파격적이었다.

당초 정 실장 등은 미국 워싱턴에서 9일(이하 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로 했지만, 회담은 하루 빠른 8일에 이뤄졌다.

8일 오후 2시30분부터 30분간 미국 백악관 회의실에서 정의용 실장은 허버트 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과 1대1로 만났고, 서훈 원장은 지나 해스펠 중앙정보국(CIA) 부국장을 1대1로 만났다. 이어 3시부터 30분간 네 사람은 2대2 만남을 이어갔다.

이후 3시30분부터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시걸 맨델커 재무부 차관, 존 설리번 국무부 부장관 등 20여명의 미측 각료들이 참석했다. 우리 측에서는 정의용 실장과 서훈 원장 외 조윤제 주미대사도 합류했다.

우리측 3명과 미측 20여명의 브리핑 겸 만남은 3시30분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만남 도중 트럼프 대통령의 "빨리 만나자, 빨리 와라"는 전갈이 왔다. 애초 특사단은 트럼프 대통령을 9일에 만나기로 일정을 조정 중이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조기에 만날 것을 요청한 것이다.

이에 1시간 예정됐던 특사단과 각료들의 만남은 15분 줄어들었다. 이후 우리측 관계자들은 4시15분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러 오벌 오피스로 자리를 옮겼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은 4시15분부터 5시까지 45분간 진행됐다. 이 자리엔 미측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 매티스 국방장관 등 12~13명이 배석했다.

청와대는 북미정상회담 일정이 구체화되며 비핵화 협상이 '본궤도'에 접어 들은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면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 이는 양측이 탐색대화나 예비대화를 거치지 않고 정상 간 회담을 통해 비핵화 문제를 일괄타결할 수 있다는 기대를 조심스럽게 나타냈다. 

한편, 방미단은 미국시간으로 9일 오전 미측 관계자들과 조찬을 하면서 후속 협의를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방미단은 이후 워싱턴 특파원 간담회와 비공식 일정을 진행한 뒤 귀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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