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호의 IT 스캐너] 한국에 드리운 '5G' 악몽

2018-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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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5G를 선도할 수 있을까?

한국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인 5G 시범서비스로 “우리가 1등”이라는 자신감을 얻었지만 올림픽이 끝나 정신을 차리고 보니, 미국과 중국이 우리 뒤를 바짝 추격하는 모양새다.

막판 뒤집기를 위해 전력질주에 나선 미국과 중국을 보면, 이솝우화 ‘토끼와 거북이’와 같은 결말이 나오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 2018’을 전후로 5G 상용화 시기를 앞당기려는 각국의 움직임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2년 전만 해도 ‘상용화는 2020년’이라는 게 상식이었으나, 한국이 2019년 3월로 상용화 시기를 1년 앞당기며 세계 최초 5G 경쟁에 불을 지폈다. 최근에는 2018년에 상용화하겠다는 통신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주요국 통신사들이 5G 상용화를 앞당긴 가장 큰 이유는 국제표준화단체 3GPP가 5G 표준규격 책정을 6개월 앞당긴 게 계기가 됐다. 지난해 12월에는 기존의 LTE와 5G의 연동이 가능한 논스탠드얼론(NSA) 표준까지 나오면서 이를 활용한 기술과 서비스가 대거 MWC 전시장에서 소개되기도 했다.

시기상으로 우리보다 먼저 5G를 상용화하겠다고 나선 대표적 업체가 미국 2위 통신사 AT&T다. AT&T는 지난해 초 2018년 말 5G 상용화를 선언했다. AT&T는 이미 LTE를 기반으로 한 ‘5G Evolution'이라 불리는 서비스를 미국 23개 도시에 적용했다. 올해 안으로 100개 도시로 확대한다. AT&T는 이를 더 발전시킨 ’Mobile 5G'를 올해 말까지 미국 주요 12개 도시에서 선보인다는 계획도 밝혔다.

미국 1위 통신사 버라이즌도 올해 말까지 5G를 상용화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하지만 버라이즌이 추진하는 5G 상용화가 유선인지 무선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다.

유럽에서는 스위스콤(Swisscom)이 지난달 22일 2018년에 5G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스위스콤의 5G 상용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곳은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 에릭슨이다. 스위스콤은 1기가비트 속도를 제공하는 초고속 서비스를 스위스 인구 30%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우선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사진=한준호 기자]


5G 상용화를 세계 최초로 시행할 가능성이 가장 큰 업체로 떠오른 곳이 차이나모바일이다. 차이나모바일은 공식적으로 중국 전체 지역의 5G 서비스를 2020년에 시작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번 MWC에서 대만 반도체 기업 미디어텍(Media Tek)과 함께 올해 5G 단말 필드테스트를 시행하고 2019년에 5G 시범서비스, 2020년에 상용화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차이나모바일의 필드테스트는 광저우, 항저우, 상하이, 베이징, 선전 등 12개 도시에 500개 기지국을 설치해 시행된다. 필드테스트 규모로는 세계 최대다. 차이나모바일은 5G 상용화 시기를 언제든지 앞당길 수 있다는 입장도 함께 내비치고 있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5G 상용화 경쟁에 뛰어든 NTT도코모는 이번 MWC에서 가장 많은 5G 서비스를 선보이며 두각을 나타냈다. 완벽한 5G를 시행하기 위해 상용화 시기를 2020년으로 설정했지만, 요시자와 가즈히로 사장은 "단순한 5G 서비스라면 당장 시행할 수 있다"고 말해 5G 상용화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피력했다. 

주요국 이통사들이 5G 상용화 시기를 앞당겨 시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평창올림픽 이후 한국에선 5G 이슈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달성하기 위해 분주하게 뛰는 국내 사업자들에게 통신요금부터 먼저 인하하라며 정부가 발목을 잡고 있는 모양새도 우려스럽다. 정부는 전 세계 통신사가 총집결한 MWC에서조차 이통3사를 향해 통신요금을 인하하라며 압박을 가했을 정도다. 우리가 뛰고 있다면 경쟁국은 날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라는 타이틀이 누구 손에 들어갈지는 수개월 뒤면 결론이 내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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