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남진칼럼] 이스라엘이 북한을?

2018-03-19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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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진 논설고문

 

[사진 = 허남진]


한반도 움직임에 관심이 많은 나라를 꼽자면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이 우선 떠오른다. 그런데 이들 주변국보다도 더욱 예민하게 북한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나라가 있다. 바로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에게 북한은 극히 유해한 불량국가다. 오랜 숙적 이란·시리아와 수상한 거래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미국의 유력 신문들은 북한이 2016∼2017년 다섯 차례에 걸쳐 시리아에 화학무기 공장 건설용 자재 50t을 운반했다고 보도했다. 신문들은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보고서를 인용, “북한 미사일 기술자들이 시리아 내 화학무기 및 미사일 생산시설에서 활동 중인 것도 포착됐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입장에서 최악은 이란이 핵무기를 손에 넣는 경우다. 이란은 현재 국제사회와 핵협정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을 가동 중이다.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는 조건으로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유보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스라엘은 이 협정이 못마땅하다. 북한의 핵개발 방식대로 이란도 국제사회의 제재를 우회하려는 속셈이라고 보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스라엘은 이란이 북한의 기술지원 아래 몰래 핵개발을 계속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최근엔 시리아에 북한제 핵탄두 2발이 이미 배치됐다는 설까지 나돌아 신경이 곤두서 있는 상태다.
지난해 9월 캐나다 유력지 ‘내셔널 포스트’엔 유명 칼럼니스트 로런스 솔로몬의 묘한 글이 실렸다. 요약하면 이런 내용이다.

‘···이란은 미사일 기술이 있지만 핵탄두는 없다. 미국이 북핵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을 경우 돈이 궁해진 북한이 이란에 핵탄두를 판매할 것이다. 이스라엘에는 최악의 상황이다. 미국에게 북한은 위협 정도이나 이스라엘에는 사활이 걸린 문제다. 영토가 작은 이스라엘은 핵 한 방이면 끝날 수 있다.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 생존이 걸려 있으면 선제공격을 한 역사가 있다···.’

선제 공격의 사례로 두 가지를 꼽았다. 2007년 이스라엘 전폭기가 시리아의 원전 건설 현장을 폭격했다. 그 자리에서 북한 인력 10명이 사망한 게 그 하나. 또 한 건은 2004년 발생한 북한 용천역 폭발사건. 열차로 핵물질을 운반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모사드 요원이 잠입한 직후 폭발이 발생했는데 시리아인 12명이 숨졌다는 것이다.
그는 “이스라엘이 북핵을 제거하면 독자행동으로 간주돼 북한으로선 한·미·일을 반격할 명분이 없게 된다”며 “한반도가 비극적 살육장이 되는 것도 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에게 북한 공격을 적극 부추기는 내용이다.

이후 인터넷엔 이스라엘의 독자적 북한 공격 가능성이 심심찮게 떠돌았다. 평창올림픽 직전엔 이스라엘이 미국의 양해 아래 인도양의 한 섬을 3~4개월 임대한 뒤 그 섬을 거점으로 북핵 제거 공격을 단행할 것이란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등장했다.

이스라엘이 실제 북한 공격을 검토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위해 요인을 전격적이고도 결단력 있게 제거한 전례가 여러 차례 있다 보니 이스라엘의 북한 공격설이 범상치 않게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외교가 없었더라면 ‘올림픽 휴전’이 끝난 뒤 4~5월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점쳐졌다. 이스라엘의 공격 개연성은 차치하더라도 미국 내 강경론이 점차 득세하는 분위기였다. 사상 최대 규모의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예상됐고, 북한 특별 지역을 타격하는 이른바 코피작전(bloody nose)도 심각하게 검토됐다.

전쟁통에 태어나 평생 북한을 주적으로 삼아온 6·25둥이라 그런지 북한에 대한 물리적 타격을 꿈꿀 때가 있다. 미국이든 이스라엘이든, 코피작전이든 북핵제거작전이든 북한이 꼼짝 못하게 한 방 때렸으면 속이 시원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러나 시원함 뒤끝에 이어질 후폭풍을 떠올리면 고개가 절로 저어진다. 순간의 공격으로 북한의 무력을 완전 초토화해 제거할 수 있으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너무 무모하다. 북한이 단 한 방이라도 반격을 가해오면 어쩔 것인가. 그건 끔찍한 재앙이다.

그동안의 남북대화가 성과는 없이 오히려 북한에 핵개발 시간만 벌어준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다 보니 문 대통령의 대화 노력이 뜨악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재앙으로 이어질지 모르는 위기국면을 대화 분위기로 바꾼 자체만으로도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대화로 푸는 것 이외에 달리 뾰족한 대안이 없다면 더욱 적극적으로 대좌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윈스턴 처칠도 “협상은 어떤 경우에도 전쟁보다 낫다”고 말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실제 성사되기까지 난제가 겹겹인 데다, 만나더라도 쌍방 합의에 이르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첩첩이다. 김정은이 약속한 ‘한반도 비핵화’와 미국이 요구하는 ‘완전·검증·불가역적(CVID) 북핵 폐기’ 사이의 현격한 괴리부터 당장 해결해야 한다. 회담은 이 대목에서 가장 삐걱거릴 가능성이 높다.

회담 성공을 위해선 정교한 전략수립이 필요하다. 김정은의 노림수와 미국의 마지노선을 정확히 파악하고,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정황을 상정한 뒤 각각의 경우에 대한 대응방안도 마련해 놔야 할 것이다.

김정은이 대화 테이블을 선택한 배경으로 자신감과 위기감이 함께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유력하다. 자신감은 핵개발을 성공한 데서, 위기감은 국제사회의 압박과 제재로부터 비롯됐다는 풀이다. 이스라엘의 북한 공격설 또한 김정은의 두려움을 더하게 한 요인이라고 본다.

주변국과의 연쇄 정상회담 등 바야흐로 한반도 외교전이 숨 가쁘게 전개되고 있다. 이참에 이스라엘과도 접촉을 갖고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면 어떨까. 당근과 채찍이란 측면에서 제법 유효한 전략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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