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인사이트] 보라카이 폐쇄 사태 남일 아니다

2018-04-12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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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한국공정여행업협회 협회장

 
 남북 정상회담, 유일한 대표, 한국공정여행업협회

유일한 한국공정여행업협회 회장 [사진=한국공정여행업협회 제공]
 

호주의 ‘골든코스트’, 미국 플로리다주의 ‘팜비치’와 함께 세계 3대 해변으로 꼽히는 필리핀 보라카이의 ‘화이트비치’.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투명한 바다와 부드러운 황금빛 모래가 깔려 있어 ‘세계인의 관광지’로도 불린다.

이 같은 명성에 걸맞게 지난해 보라카이를 찾은 관광객은 무려 200만명이 넘는다. 올해 들어서도 2월까지 26만2000여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보라카이를 찾았다. 작년 같은 기간 대비 29%로 증가한 수치다. 이 중 한국인은 8만8000여명으로 중국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그러나 화이트비치를 포함한 보라카이에 대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달 현지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보라카이는 시궁창이다”라는 극단적인 말로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역설했다.

말로만 그치지 않았다. 그는 지난 5일 환경정화를 위해 보라카이를 폐쇄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오는 26일부터 향후 6개월간이다. 세계 각지에서 찾아오는 수백만 명의 관광객으로 인한 하수와 쓰레기가 섬의 생태계를 파괴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보라카이의 일부 시설들이 폐수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바다에 그대로 흘려버리면서 사태를 더욱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환경부에 따르면 현지 195개 사업체가 하수도 시설로 폐수를 보내고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이번 결정으로 인해 보라카이에서 여행업을 하는 사람들은 직격탄을 맞게 됐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국내 여행사와 항공사, 소비자들의 물질적 피해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점이다. 하나투어 등 대부분 여행사는 26일 이후 보라카이 여행 상품에 대해 수수료 없이 취소를 지원한다.

폐쇄 기간 6개월 동안의 여행사별 보라카이 상품 예약자는 하나투어 1600여명, 모두투어 950여명, 인터파크투어 300여명 등이다. 업계에서는 이들 대부분이 여행일정을 다시 잡을 것으로 보기 때문에 수익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항공업계도 마찬가지로 노선 변경 등을 통해 대안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고 보라카이 폐쇄 사태가 남의 일만은 아니다. 제주도가 대표적인 예다. 올해 1분기 지방자치단체 환경오염물질 배출업소 단속 결과 제주도가 18.4%로 적발률이 가장 높았다. 그만큼 법을 위반하고 오염물질을 내보내는 업체들이 많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천혜의 자연 경관이 멍들고 있다. 실제 지난달 초 제주도의 한 용암동굴에서는 악취가 진동한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해당 제주도자치경찰의 수사결과 인근의 양돈 농가가 무단으로 버린 가축분뇨가 문제였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제주도자치경찰이 적발한 가축분뇨 불법배출 농가는 33곳에 달한다.

해안에 떠다니는 쓰레기도 어마어마하다. 제주지역 해안에서 수거한 쓰레기는 2015년 1만4475t, 2016년 1만800t, 2017년 1만4062t 등이다. 제주지역의 해양쓰레기 발생량은 연간 2만t가량으로 추정된다. 절반도 제대로 치우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중국과 일본,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남태평양에서 발생한 쓰레기도 밀려 들어오는데 어찌할 방법이 없다고 한다.

이로 인해 관련 예산도 2015년 25억9900만원, 2016년 35억700만원, 2017년 61억100만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쓰레기 발생 지역이 워낙 방대하고 양도 많아 역부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로 사태를 방치하다가는 ‘제2의 보라카이’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들이다. 물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그 심각성을 인식하고 개선을 위해 하루빨리 나서야 한다.

보라카이가 매년 관광산업으로 벌어들이는 돈은 약 12억 달러(1조3000억원)다. 그럼에도 두테르테 대통령은 환경보호를 위해 칼을 빼들었다. 그것이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봤기 때문이다.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우리도 분명 배워야 할 점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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