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10인10色] ④ 평범한 직장인의 바이오 스타트업 6년 여정기

2018-05-23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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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T와 만난 배란 테스트기,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임신 가능일 알 수 있어


16일 경기 고양 동국대 일산 바이오메디캠퍼스에 있는 바이오필리아 본사에서 유문조 대표를 만났다. [사진=신수용 기자]

 
배란 테스트기에도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접목된다. 디지털 배란 테스트기 OVON을 개발한 곳은 직원 수가 5명에 불과한 바이오 스타트업 바이오필리아다. OVON은 난자를 의미하는 'OVO'와 스페인어로 '예쁘다'는 의미를 지닌 'Bonita'의 'N'을 합성해 만든 이름이다.

유문조 바이오필리아 대표를 16일 경기 고양 동국대 일산 바이오메디캠퍼스에 있는 본사에서 만나 6년간의 창업 여정을 들었다.
원래 유 대표는 도전과 무관한 삶을 살았다. 대학 졸업 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가 얼떨결에 회사에 들어갔다.

"사람들이 그렇게 투덜거리면서도 회사에 다니는 이유가 뭔 줄 아니? 돈, 사람, 비전이다. 돈을 많이 주거나, 사람이 너무 좋거나, 그곳을 통해서 나중에 자기가 이룰 무엇인가가 있거나 그중 하나라도 절실히 필요하면 사람들은 그 직장에 머물게 돼 있어." 어느 날 문득 회사 선배의 말을 듣고, 유 대표는 자신이 이 세 가지 조건에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단순히 먹고살기 위해 일하는 것에 회의를 느낀 그는 다른 회사로 이직해 활로를 모색했지만, 옮긴 회사의 경직된 조직문화에서 극심한 진통을 겪었다. 그는 "새로운 회의 방식을 건의한 후에 사장이 허름한 창고로 나를 따로 불러 언성을 높였다. 그 순간 나와 회사를 연결하는 끈이 끊어졌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하고 싶은 일을 찾고자 창업을 결심했다.

의료 기기를 판매하는 회사에서 근무한 것 외에는 바이오 관련 경험이나 기술 개발 경력이 거의 없었기에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었다. 유 대표는 "처음에는 이 분야를 잘 몰라 시행착오가 많았다. 그래서 개발 기간이 다른 사람보다 더 길었다"고 말했다.

창업 초기 유 대표는 실업교육 센터, 창업사관학교 등 관련 교육을 수강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여러 특강에 참여해 다양한 전문가들을 만났다. 그는 "실패를 해야 성공한다는 선배 기업가들의 주장을 인정하기 싫었다. 실패가 기정사실이라면 실패를 방지할 방법 또한 분명히 있을 것으로 생각했고, 그것이 교육이라 여겼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유 대표의 전 직장 상사였던 김영희 이사를 설득해 회사에 합류시켰다. 바이오 분야에서만 25년 넘게 근무한 베테랑이었던 까닭이다. 김 이사 영입 후 마침내 개발에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식중독 진단 테스트기를 개발했지만, 출시하지 못했다. 회사에 빚만 쌓였다. 그는 "기능에 치우쳐 소비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디자인을 만들었다. 시판도 못하고 폐기했다, 이 과정에서 수억 원이 메마른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다"며 실패의 원인을 얘기했다.

유 대표는 "운영이 어려웠던 시기에는 직원들의 급여를 밀리지 않기 위해서 2년 넘게 월급을 받지 않았다"며 "오직 버텨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기적적으로 그해 정부의 민간투자 주도형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팁스(TIPS)에 선정돼 2년간 연구개발 비용을 지원받아 다시 연구에 매진했다. 약 3년간 연구를 통해 탄생한 것이 디지털 배란 테스트기 OVON이다.

이 디지털 배란 테스트기를 스마트폰에 부착한 약 5㎝ 길이의 휴대용 디바이스에 올려두면, 검사결과가 앱에 자동 전송된다. 이 제품은 지난해 12월 서울국제발명전시회에서 금상을 받았다.
 

[사진=바이오필리아 제공]


◆ 배란 테스트기로 호르몬 이상 여부도 점검

유 대표는 "대부분의 배란 테스트기는 황체형성호르몬(LH)만 검출되는데 OVON은 난포자극호르몬(FSH), 인간 융모성 생식선 자극호르몬(HCG)도 검출한다"며 "앱에 전송된 측정결과를 분석해 임신 가능 시기는 물론 호르몬 주기도 파악할 수 있다.

테스트기와 연동된 스마트폰의 앱을 통해 분석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사용자의 체계적인 임신계획 수립을 돕는 등 다양한 의료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배란 테스트기는 임신 가능성이 높은 시기인 배란일을 알려주는 체외진단용 의약 기기다. 배란일이 가까워질수록 체내 LH 농도가 급등한다는 사실을 이용해 소변에서 LH 농도를 검출하는 원리다. 테스트기에 표시된 LH 농도의 따라 임신 가능성이 높은 시기를 알 수 있다.

임신 테스트기는 1번의 검사로 임신 여부를 알 수 있다. 반면, 배란 테스트기는 6회 이상의 검사를 통해 LH 농도 변화를 측정해 임신확률이 가장 높은 날을 알 수 있다.

OVON은 기존 배란 테스트 기능에 더해 난자를 키우는 호르몬인 FSH와 태아의 성장을 돕는 호르몬 HCG도 검출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여성호르몬 주기와 이상 유무도 파악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OVON은 자체 디바이스가 배란 테스트기의 측정결과를 판독하게 해 정확도를 높였다. 일반 배란 테스트기 이용자는 테스트기의 기준선과 확인선 중 어느 쪽이 더 진한지 맨눈으로 확인해야 했다. 바이오필리아는 이것을 디지털 방식으로 바꿔 측정의 정확성은 높이고 결과 확인은 쉽게 했다.

소변에서 직접 검출한 호르몬을 기반으로 개별 맞춤형 정보 또한 제공한다. 이용자가 입력한 생리 날짜를 여성의 평균적인 생리 주기와 비교해 배란일을 유추했던 기존 생리 주기 앱보다 진일보했다는 평가다.
 

[사진=바이오필리아 제공]
 

◆ 바이오 스타트업의 한계, "기업과 상생 전략으로 극복"

바이오필리아 제품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남아 있다. 바이오산업은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다. 이 중 특히 체외진단기기 분야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시장이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바이오산업은 고정비가 많이 든다. 석사급 이상의 고급인력과 장시간의 제품 개발 기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대기업보다 자본 규모가 작은 바이오 스타트업 기업에게 제품출시 지연과 원가 경쟁은 독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인식을 바탕으로 유 대표는 스타트업 기업 바이오필리아가 가진 한계를 극복할 장기적 전략을 수립하는 한편, 이를 보완해 줄 파트너 기업을 탐색 중이다. 바이오필리아의 노하우와 기술을 적극 활용해 적정가격으로 완제품을 생산하고, 효과적인 마케팅으로 제품의 판매량을 높여줄 업체와 상생 전략을 수립해 시행할 계획이다.

현재는 시제품 제작과 디자인이 완료된 상황이다. 국내에 이어 해외 PCT 국제특허를 출원했다. 미국 FDA 인증도 준비 중이다. 디바이스와 연동되는 앱 개발도 완성단계다. 제조 역량을 보유한 기업이나 바이오 분야 신사업을 추진하려는 기업에 기술을 이전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바이오필리아는 국내 출시를 디딤돌 삼아 해외시장으로 판로를 넓힐 예정이다. 그는 "오는 6월 OVON 출시에 이어 질환, 염증 검사 등 가정에서 진단이 가능한 디지털 테스트기도 추가로 출시할 예정이다. 차별적인 바이오 플랫폼을 만들어 나갈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16일 유문조 대표가 경기 고양 동국대 일산 바이오메디캠퍼스에 있는 바이오필리아 실험실에서 본지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바이오필리아 본사는 5월 말 서울 마포구 상암동으로 이전될 예정이다. [사진=신수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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