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후계자는 무조건 장남... 14년전 준비 시작

2018-05-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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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간 경영권 분쟁 사전 차단 위해 '장자계승' 원칙 고집

구광모 상무, 2004년 큰아버지 구본무 회장 양자로 입적

 


구광모 LG전자 상무가 다음달 그룹 지주사인 ㈜LG 등기이사로 선임되면 LG 4세가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된다. 이에 재계에선 LG의 '장자계승' 원칙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LG 경영권은 고(故) 구인회 LG 선대회장에서 장남 구자경 명예회장으로, 다시 구 명예회장의 장남 구본무 회장으로 이어져 왔다. LG가(家)에서 장남이라는 이름은 곧 그룹의 후계자를 의미한다.
2004년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아들인 구광모 상무가 큰아버지인 구본무 회장의 양자로 들어간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시 LG 측은 단순히 제사를 지낼 장손이 필요하다는 구 명예회장의 뜻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장자계승’ 원칙을 지키기 위한 LG의 포석이었던 셈이다. 이미 14년 전 구 상무의 4세 경영승계를 위한 준비는 시작된 것이다.

◆'LG 4세' 구광모, 경영 승계 준비 착착
LG그룹은 17일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구 상무를 ㈜LG 등기이사로 추천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지난해와 올해 몇 차례 수술을 받은 구 회장이 최근 건강 상태가 악화되면서 후계 구도를 더욱 명확히 하겠다는 뜻으로 재계 관계자들은 해석했다.

LG그룹이 장자계승을 고집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형제 간 경영권을 놓고 다투는 분쟁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는 구 선대회장의 경영철학으로, 이 회사의 근간인 ‘인화 정신’에서도 엿볼 수 있다.

내로라하는 국내 재벌가들이 치열한 ‘형제의 난’을 벌이는 가운데서도 LG그룹은 단 한 차례도 구설에 오른 적이 없다. 동업관계였던 허씨 일가가 GS그룹으로 분리되는 과정에서도 잡음이 없었다.

구 상무의 경영승계 절차도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LG 지분 확보가 대표적인 예다.

LG그룹의 지배형태는 ㈜LG가 LG화학(33.3%)·LG전자(33.7%)·LG생활건강(34.0%)·LG유플러스(36.0%)·LG상사(27.6%) 등 주력 계열사를 자회사로 두고, 이들 계열사가 다시 사업부문별로 수직계열화된 손자회사를 보유하는 구조다. 구 상무가 ㈜LG 지분만 확실히 챙기면 경영 승계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현재 ㈜LG 최대주주는 구본무 회장(11.28%)이다. 특수관계인들의 지분을 모두 더하면 48.1%에 달한다. 구 상무는 현재 ㈜LG 3대 주주(6.24%)다.

◆구본준 부회장, 당분간 그룹 맡아 운영할 듯
구 상무가 3대 주주에 오른 것은 LG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그가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시작한 것은 2006년으로 당시 지분율은 2.75%에 그쳤다.

이후 자신이 꾸준히 매입한 주식과 고모부인 최병민 회장으로부터 받은 35만주, 친부인 구본능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190만주 등이 더해지면서 현재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는 경영수업도 착실히 받아왔다.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으로 입사한 후 미국 뉴저지 법인, HE(홈엔터테인먼트) 사업본부 선행상품 기획팀, HA(홈어플라이언스) 사업본부 창원사업장을 거치며 제조와 판매현장, 국내외 및 지방 곳곳에서 현장 경험을 쌓아왔다. 지난해부터는 LG전자의 신성장사업 중 하나인 B2B(기업 간 거래) 사업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구 상무가 다음 달 등기이사에 오르더라도 당장 경영 전면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특히 이제 마흔 나이에 들어선 만큼 경험을 좀 더 쌓을 필요가 있다는 그룹 내부의 합의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하지 못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앞서 구 명예회장은 회장직에 오르기까지 18년 동안 실무경험을 쌓았고, 구 회장도 밑바닥부터 시작해 20여년간 경영수업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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