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섬스토리-마화텅②]"짝퉁도 창조다" 중국을 바꾼 10센트의 역설

2018-05-21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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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센트 창업과 펭귄메신저 QQ의 우여곡절 탄생

# 모방은 부끄럽지 않다, 새로운 창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빨리 베껴 중국화하면 그게 창조다. 모방이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방식의 창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모방을 하려는 대상과 모방 시기를 잘 잡는 것이 중요하다."

이 말을 궤변이라 해야 할까. 궤변을 사실로 입증시켰다면 더 이상 궤변이라 하기 어렵다. 저 말은 텐센트 창업자 마화텅(馬化騰)의 철학을 요약한 키워드이기도 하다. 마화텅은 요즘 말로 하자면 '카피캣(Copycat) 대마왕'이다. 짝퉁서비스로 사업을 일으키고 짝퉁서비스로 '원본'서비스를 넘어버렸다.

# 카피캣 대마왕이 세계 빅5가 되다

오래전 우리가 일본의 제품을 뜯어보며 모방에 열을 올렸을 때, 일본이 우리를 비웃었듯, 우리는 중국의 모방자들을 우습게 생각한 게 사실이다. 일본이 우리 기업들의 비약적 발전을 보며 느꼈던 열패감의 장면이, 다시 텐센트를 보며 우리의 IT업계들이 주눅드는 방식으로 대물림되고 있는 꼴이다.

어쩌겠는가. 텐센트는 이미 우리 위로 한참 높이 솟아올랐고, 애플, 구글(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세계 IT 4대천황을 제외하고는 넘어선 자가 없는 거대기업이 되었다. 이번에 개인정보 유출 이슈로 주가가 폭락하면서 페이스북마저 텐센트 뒷줄에 서게 된 것이다.

텐센트의 시총이 삼성전자를 추월한 것은 2017년초이다. 이때 시총 순위 세계 톱10에 진입했다. 중국 내에서는 무적이던 알리바바를 최근 제치기도 했다. 텐센트는 인터넷 메신저 회사에서 출발해, 간편결제와 게임, AI 등으로 영토를 확장해왔다. 우선 그 출발점에서의 특징들을 살피며, 창업자 마화텅의 생각과 행동을 좀 살펴보는 게 좋을 듯 하다.

# 삐삐회사 청년개발자의 머릿속에 떠오른 아이디어

대학생 시절, 신흥도시 선전이 내뿜는 첨단기술의 공기를 흠뻑 맡았던 마화텅은 졸업 때부터 창업을 꿈꾸고 있었다. 대학을 나온 뒤 무선호출기(삐삐) 제조사인 차이나 모션텔레콤(룬쉰潤迅 통신발전)에서 일했다. 그는 인터넷 웹페이지와 인터넷전화 시스템을 짜는 개발자였다. 그때 그를 보았다면 아무도 지금의 그를 예측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당시 흔했던 수십만명의 개발자 중의 한 명으로만 보였을 것이다. 조용한 성격이었고 창의력을 발휘할 일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 그가 텐센트를 만든다. 마화텅이 비즈니스 모델로 생각한 것은, 삐삐와 인터넷을 연결해주는 서비스였다. 짧게 다녔던 회사의 경험을 토대로, 막 성장하는 인터넷에 삐삐를 결합해서 인터넷 통신에서 진행되는 댓글이나 새로운 글 추가와 같은 내용들을 삐삐로 알려주면 돈이 되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마화텅, 테크크런치닷컴]



# 치솟는 통신으로 10센트 세상을 장악하라

1998년 대학 동기생인 장즈동을 비롯해 쩡리칭, 쉬천예, 천이단과 함께 텐센트를 창업한다. 당시 자본금 50만 위안을 5명의 동지가 나눠서 냈다. 마화텅은 23만7500위안(47.5%), 장즈동은 10만위안, 쩡리칭은 6만2500위안, 쉬천예는 5만위안, 천이단도 5만위안이었다. 마화텅은 이에 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머지 사람들의 지분을 전부 합치면 저보다 많게 해놔야 제가 독단적인 결정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때 창업자금으로 쓴 돈은 주식투자로 번 돈이었다고 한다. 마화텅은 자신이 내성적이며 과묵한 성격인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사업을 하려면 성격과 역량이 다른 동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장즈동 같은 경우는, 텐센트의 최고기술관리자로 활약해왔다.

텐센트의 중국명칭은 텅쉰(騰迅)이다. '텅'은 마화텅에서 따온 것이고, '쉰'은 전직장이었던 룬쉰에서 빌렸다. 그렇게 붙이니, '치솟는 통신(Rising Telecommunication)'이 되었다. 중국어로 신(迅)은 통신(通信)을 의미하니, 절묘한 브랜드가 된 것이다. 텐센트는 당시 문자 전송료가 10센트였기에 그렇게 붙였다고 한다. 젊은 친구들이 만들어낸 가볍고 쉬운 브랜드다. 

# 삐삐의 몰락이 텐센트를 흔들다

텐센트가 처음 만난 곤경은 삐삐의 몰락이었다. 휴대전화 시장이 커지기 시작하면서 무선호출은 '과도기 기술'로 퇴장을 한 것이다. 삐삐를 버리고 다른 것을 선택해야 했다. 그때 마화텅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인터넷 메신저였다. 당시 메신저는 이스라엘의 스타트업회사가 만든 'ICQ(I Seek You)'와 미국업체 AOL의 인스턴트 메신저가 뜨고 있었다. 마화텅은 ICQ의 기능이 더 낫다고 보고, 그것을 흉내내기로 결심한다. 이름은 오픈ICQ, OISQ였다.이것이 위대한 짝퉁의 제1보였다. 감탄사의 O이자 개방의 Open을 쓴 이 브랜드는 누가 뭐래도 이스라엘 메신저의 카피캣이었다.

이쯤에서 마화텅의 인상적인 발언을 모셔오자.

"우린 작은 회사였습니다. 성장을 위해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탈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생각했어요. 단순히 모방만 해서는 성공할 수가 없잖아요. 해외의 좋은 아이디어를 빌려오더라도 그걸 중국 상황에 맞게 바꿔야 한다. 그것이 저의 착안입니다. 현지화와 더 괜찮은 기능 추가하기, 그게 우리의 전략이었습니다."

# 짝퉁 메신저가 아이디어를 담았을 때

마화텅은 OICQ에 무엇을 넣었을까. ICQ는 사용자PC에 개인정보를 저장해야 했다. 그래서 다른 곳에 접속을 하게 되면 다시 개인정보를 입력해야 이용할 수 있었다. 마화텅은 개인정보를 텐센트의 서버에 저장하는 방식으로 이를 해결했다. 언제 어디에서 접속을 하더라도 친구목록과 이전 대화내용이 보일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런 기능은 중국 사용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낸다.

성취감을 느끼기도 전에 시련이 다시 찾아왔다. 2000년 이스라엘 ICQ를 미국 AOL이 인수를 했다. 그리고 텐센트를 지적재산권 위반으로 고소했고 승소를 이끌어낸다. 마화텅은 참담했다. 기껏 브랜드 파워를 키워놓은 OICQ라는 이름을 쓸 수 없게 된 것이다. 고심 끝에 앞의 세 글자를 떼버리고 Q를 하나 더 붙여 QQ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그렇게 쓰고보니 더 쉽고 간결했다. 이 QQ는 중국인의 국민메신저가 된다. 위기가 더 큰 기회를 만들어낸 셈이다.

QQ의 마스코트는 왜 펭귄일까. 혹자는 지구의 양극단에 사는 펭귄이 서로 통신을 한다는 의미로 지구촌의 메신저라는 뜻을 담았다고도 하고, QQ의 전신인 OICQ를 만들 때 리눅스의 펭귄을 흉내내서 그 마스코트를 채택했는데, QQ가 이어받았다는 의견도 있다. 어쨌거나 QQ라고 이름을 바꾸고 보니, 그 글자 모양이 두 마리의 펭귄을 닮기도 했고, 또 펭귄의 살짝 내려뜬 눈이 연상되기도 해서 이미지와 브랜드가 찰싹 달라붙게 된다. 그의 극적인 선택들이 어떤가. 흥미롭다면 '펭귄'박수! (계속)

                                           이상국 아주T&P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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