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취소]시진핑, '황금 거위' 배 갈랐나…中 당혹감 역력

2018-05-25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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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싱론' 불식 몰두, 美 심기 못 살펴

대북 압박 강화 땐 경협 선물도 무산

트럼프 반격? 미중 무역협상 먹구름

[사진=신화통신 ]


북·미 정상회담이 무산되자 북한과 밀월 관계를 형성하려 노력해 온 중국이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북한에 경제협력을 약속한 상황에서 미국이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일 경우 운신의 폭이 축소될 수밖에 없는 탓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담 무산의 책임 일부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돌린 만큼 양국 간 무역 갈등이 격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中 '북한 지렛대' 카드 남용…거센 후폭풍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결렬을 선언한 이튿날인 25일 중국 언론은 전문가들의 입을 빌려 미국과 한국에 책임을 떠넘기는 데 주력했다.

뤼차오(呂超)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환구시보를 통해 "이번 결정은 매우 어리석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권위와 (미국의) 중간 선거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쑤샤오휘(蘇曉暉) 중국국제문제연구원 국제전략연구소 부소장은 중국중앙(CC)TV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미국의 뿌리 깊은 불신이 작용한 것 같다"며 "미국 측은 현재 상황에서 정상회담이 진행되면 목표를 실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쑨싱제(孫興傑) 지린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인민일보 해외판의 소셜미디어 계정인 협객도(俠客島)에 "한국이 중재자 역할을 하고 싶었겠지만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큰 문제가 발생했다"며 "북·미 회담은 하나의 '아름다운 오해'였다"고 적었다.

예의 중국 역할론도 다시 흘러나왔다.

진찬룽(金燦榮)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환구시보를 통해 "중국은 북한이 과격하게 반응하지 않도록 권하고 미국에는 자제를 촉구할 수 있다"며 "공정한 제3자로서 제 역할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언론의 대처와는 달리 중국 내부적으로는 갑작스러운 회담 무산에 당혹해 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반도 정세 변화 과정에서 중국이 배제되는 이른바 '차이나 패싱'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 무리하게 북한에 다가섰던 것이 후폭풍을 낳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시 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두 차례 정상회담을 하면서 북·중 간의 긴밀한 관계를 대외적으로 과시한 성과는 있었다"면서도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심기가 불편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을 '포커 플레이어'로 부르며 "시 주석과 김정은 위원장이 두 번째로 만난 뒤 태도가 변했다고 생각한다"며 "기분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중국은 북·미 회담에서 주한미군 감축과 한국 내 전략무기 철수, 한·미 동맹 관계 조정 등 중국에 유리한 사안이 협상 테이블에 오르기를 원했다.

이를 위해 북한과 물밑 조율 작업을 벌였을 공산이 크다.

또 다른 소식통은 "최근 한 달간 중국이 북한과 밀월 관계를 형성하며 다양한 이득을 얻은 것은 사실"이라며 "회담이 무산되면서 결과적으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 꼴이 됐다"고 꼬집었다.

◇지렛대 잃은 中…美 반격 걱정해야 할 판

북·미 협상이 재개되지 않을 경우 중국은 궁지에 몰릴 수 있다.

우선 경협을 미끼로 겨우 복원한 북한과의 관계가 다시 틀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압박을 강화하거나 추가 제재에 나섰을 때 중국이 이를 거부하고 대열에서 이탈하기는 쉽지 않다.

당연히 북한에 제공할 경제적 선물도 사라진다. 북한 노동당은 '친선 참관단'을 중국에 파견하는 등 경협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김 위원장이 시 주석에 대해 배신감을 느낄 수 있다.

미·중 무역 협상에도 먹구름이 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다음주 방중 예정인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이 던질 메시지에 이목이 쏠린다.

로스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대표적인 '매파'로 꼽히는 인물이다. 지난주 미국 워싱턴에서 미·중 대표단이 합의한 공동성명이 무의미해질 수도 있다.

미국 하원은 24일(현지시간) 중국 통신장비 업체인 ZTE가 제조한 장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국방수권법(NDAA)'을 통과시켰다.

앞서 지난 22일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도 ZTE가 미국 법을 따른다는 증거가 제시되기 전까지 제재 완화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북·미 회담 무산의 책임을 시 주석에 돌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의회와 손잡고 대중 공세로 전환할 경우 양국의 무역전쟁은 다시 전면전 양상으로 흐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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