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스타트업 61배 차이...사회·정책 시스템 바꿔야

2018-06-17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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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중국 650만9000개·한국 9만8330개 스타트업 창업

중국, 창업실패에 관대...한국, 안정적 직업 선호·실패 두려움 커

[그래픽=이해인 아주경제 편집부 기자]


지난해 중국에서 설립된 스트타업(초기 벤처기업) 수가 하루 평균 1만6600개인 반면, 우리나라는 270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절대적인 수치로만 단순 비교해보면 61배 이상 차이다.

17일 중소벤처기업부와 중국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창업기업은 9만8330개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270여개의 스타트업이 생긴 셈이다. 국내 창업기업 설립은 지난 2014년 8만4697개(일평균 232개)에서 2015년 9만3768개(256), 2016년 9만6155(263)개로 2년 연속 한 자릿수 증가율을 유지했다.  
반면 중국에서는 지난해 605만9000개(하루 평균 1만6600개)의 창업 기업이 설립됐다. 2014년 365만개(1만개)에서 2015년 438만개(1만2000), 2016년 551만1500개(1만5100개)로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기업가치 10억 달러가 넘는 유니콘 기업과 기업가치 100억 달러 이상인 데카콘 기업도 꾸준히 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가 최근 발표한 '미·중 유니콘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전세계 252개 유니콘 기업 중 중국 기업은 98개로 전체 유니콘 기업의 38.9%였다. 전세계 10위 안에 드는 데카콘 기업도 중국이 절반을 차지했다. 

우리나라 유니콘 기업은 모바일 커머스기업 쿠팡과 모바일 플랫폼 기업 옐로모바일, 화장품 기업 L&P코스메틱 등 3개로 전체 1.3%에 불과했다. 데카콘 기업은 단 한곳도 없다.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과 한국의 중소벤처에 대한 인식과 정책 철학의 차이에서 나타난 결과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의 젊은 세대가 스타트업이나 벤처 창업을 두려워하며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기부와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이 파악한 '지난해 기업가정신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공무원과 공공기관 등 안정적 직장에 대한 선호현상이 기업가정신을 막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국내 개인과 기업(1만여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기업가정신 활성화에 가장 저해되는 요인'으로는 '안정적 직업에 대한 선호'(3206명)와 '실패에 대한 두려움'(2602명)을 1순위로 꼽았다. 

개인과 기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10명 중 8명은 '창업할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창업의사를 밝힌 응답자의 19.1% 중 11.7%는 '2년 이후 창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창업 계획이 없다'는 80.9%였다.
 
전문가들은 창업 기피 현상의 원인으로 '사회적 시스템'을 꼽았다. 

편제범 호서대 교수는 "대부분의 우리나라 젊은 세대는 일반 사기업이나 창업보다 의사와 법조인, 공무원 등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하고 있다"며 "이런 사회적 시스템이 형성되는 데는 우리 어른들의 잘못이 크다"고 꼬집었다.

편 교수는 "국내 스타트업이 정책 자금을 받아 실패라도 하면 재기할 가능성이 낮다"며 "젊은 세대들의 도전하는 자세나 정신을 북돋아주는 게 아니라 안정된 것만 찾게 만드는 사회적 시스템과 잘못된 정책 방향 탓에 중국보다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한국과 달리 스타트업이나 벤처 창업자의 실패에 관대한 것도 주요 원인으로 파악됐다. 

일본 미쓰이물산전략연구소가 분석한 '중국, 스타트업 급증 배경' 보고서를 보면, 중국에서는 지연과 학연 등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업에 실패한 이들을 뒷받침하는 문화가 형성돼 있다. 실패경험은 다음 사업을 경영하는 데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쓰이물산전략연구소 측은 "중국 정부는 '새로운 것을 일단 해보고 문제가 생긴 시점에 규제를 검토한다'는 정책적 목적이 뚜렷하다"며 "새로운 사업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한 현장 실험이 중국에서 매일 이뤄지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젊은 세대들이 스타트업이나 벤처창업에 쉽게 접근할 수 없도록 설계된 정책 시스템부터 뜯어 고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재영 고려대 교수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초기 벤처 창업을 꿈꾸는 젊은 사람들에게 실적부터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국민의 세금으로 예산을 집행하는 정부가 공정한 기준으로 실적을 평가하는 모습은 바람직하다"면서도 "정부가 요구하는 기준은 초기 창업자들이 맞출 수 없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어 스타트업이나 벤처 창업자들이 실적이 있는 기업들과 손잡고 일할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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