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 中 샤오미, 중국증시 상장 연기한 세 가지 이유

2018-06-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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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촉박하게 이뤄진 상장 심사 ② 피드백 질문 답변 부담 ③기업가치 논란

홍콩증시 IPO는 예정대로 진행…'샤오미 열풍' 거세

레이쥔 샤오미 회장. [그래픽=김효곤 기자]


중국 토종 스마트폰기업 샤오미(小米)가 돌연 중국 본토 증시 상장 계획을 연기했다. 앞서 홍콩 언론들은 샤오미가 본래 내달 9, 10일 잇달아 중국 상하이,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그런데 지난 18일 갑작스럽게 본토 증시 상장을 홍콩 기업공개(IPO) 이후로 미룬 것.

19일 봉황망(鳳凰網) 보도에 따르면 샤오미는 전날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에 상장 심사 승인을 늦춰달라는 신청서를 보냈다. 상장심사 승인이 예정돼있던 하루 전날 저녁이었다. 샤오미는 "홍콩 증시에 우선 상장한 이후 적절한 기회에 본토에 상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증감회도 샤오미의 의견을 존중해 19일 예정됐던 상장 심사 승인을 취소했다.
샤오미가 중국 본토 증시 상장 연기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가운데 시장에선 갖가지 분석이 나온다.

◆ 상장심사 너무 촉박하게 진행됐나···

우선 중국 본토 증시 최초로 중국예탁증서(CDR) 발행 형식으로 상장하는 것과 관련해 샤오미와 증감회 양측 모두 처음 겪는 일인 만큼 준비작업 시간이 촉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재경망(財經網)은 소식통을 인용해 샤오미가 CDR 발행을 준비하는 데 시간이 부족했다고 20일 보도했다. 증감회 측과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다가 실제로 상장하기까지 많은 문제점에 부딪치면서 잠정적으로 상장 계획을 미뤘다는 것. 

샤오미가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면서 발행하려는 주식은 일반 본토주식인 A주와는 다른 CDR이다. CDR는 미국 주식예탁증서(ADR)와 유사한 개념이다. 중국 본토가 아닌 해외에 등록된 중국기업의 주식도 중국 본토에서 거래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발행하는 것으로, 중국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상하이·선전거래소는 지난 15일에야 비로소 CDR 발행 심사 관련 세칙을 완성했다.

샤오미 CDR 발행에 대한 증감회 심사 승인도 '번개 속도'로 진행되는 듯 보였다. 앞서 7일 증감회에 상장 신청서를 제출한 샤오미는 계획대로라면 12일 만인 19일 증감회의 상장 심사를 받을 계획이었다.

이로써 시장은 샤오미가 앞서 대만 전자회사 폭스콘 계열사인 폭스콘 인더스트리얼 인터넷(FII)이 36일 만에 증감회 IPO 심사를 통과한 것을 20일 넘게 단축시키며 중국 본토 증시 사상 최단기간 내 IPO 심사를 통과하는 기업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결국 샤오미의 최단기간 증감회 상장 심사 기록 달성은 무산되고 말았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이트는 오는 3분기나 돼서야 중국 증시에서 CDR 발행을 통해 상장하는 기업이 탄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주식시장의 개인투자자 비중이 90%에 달하는 만큼 증감회가 CDR 발행 기업이나 유니콘 기업 가치나 주식가격 책정에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향후 심사 속도도 느려질 것으로 예상했다. 

◆ 증감회 '피드백' 답변 부담스러웠나.

게다가 증감회는 지난 14일 샤오미가 CDR 발행 투자 설명서를 제출한 데 대한 장문의 피드백 의견서를 공개했다.  모두 30여 페이지에 걸쳐 2만4000자 분량으로 이뤄진 의견서에서 증감회는 총 84개 질문을 제시해 이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질문은 차등의결권, 우선주 재평가, 기업가치 평가, 수익성, 경영모델, 회사정체성,  ‘계약통제모델(VIE, Variable Interest Entity)’ 방식의 지배구조, 적자 등 투자자가 의문을 가질 수 있는 부분에 대한 내용들로 이뤄졌다. 여기에 제대로 답변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수 있는 만큼 상장을 미뤘다는 가능성도 나온다.

특히 세간에서 논란이 되는 샤오미 기업이 인터넷 기업인지 하드웨어 기업인지를 둘러싼 질문도 포함됐다. 증감회는 샤오미 전체 매출에서 인터넷 서비스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5년 4.8%, 2016년 9.6%, 8.6%로 10% 미만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스마트폰 매출은 70~80%를 차지하는 것. 레이쥔 샤오미 회장은 그동안 수차례 샤오미가 단순한 하드웨어 기업이 아닌 혁신 인터넷 기업이라고 강조해왔지만 이를 두고 논란이 있어왔던 건 사실이다.

◆ 기업가치 얼마로 매겨야하나.

샤오미가 올초 상장 계획을 발표한 이후 현재까지 기업가치를 둘러싼 논쟁이 있는 것도 중국 본토증시 상장을 연기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로 샤오미 기업가치는 올초만 해도 1000억 달러까지 매겨졌으나, 현재 500억~600억 달러까지 내려앉았다. 현재 기관들이 예측하는 샤오미 기업가치는 652억 달러에서 940억 달러까지 천차만별이다.

베이징 유력일간지 신경보(新京報)는 샤오미가 중국 본토증시 상장을 연기한 게 기관들의 샤오미 기업가치에 대해 의견 일치가 안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대다수 기관에서는 샤오미 기업가치를 500억~600억 달러가 비교적 합리적이라고 여기지만, 샤오미 측은 이보다 높은 700억~800억 달러로 매겨지길 원하고 있다는 것.  이는 샤오미가 하드웨어 제조기업인지, 아니면 인터넷 회사인지를 둘러싼 논쟁과도 관련이 있다. 하드웨어 제조상일 경우 기업가치는 400억~500억 달러로 매겨질 수 있지만, 인터넷회사로 평가된다면 800억 달러까지 몸값이 오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 향후 기업가치는 주식 발행가를 정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친다.  샤오미는 앞서 CDR 발행가를 기관들이 제시한 가격을 취합해 주간사와 협의 하에 확정하고, 홍콩 공모가보다는 낮게 책정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샤오미로서는 주식 발행가를 높게 책정하고 싶지만 기관들 입장에서는 발행가가 너무 높게 책정되면 향후 주가가 하락할 위험성이 커지는 만큼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최근 홍콩 증시에 상장한 핑안하오이성(平安好醫生·핑안굿닥터), 중안보험(衆安在線), 웨원그룹(閱文集團) 등 유니콘 출신 기업들의 주식이 상장 당일 폭등한 이후 폭락을 면치 못했다. 심지어 주가가 공모가 아래를 밑도는 현상이 비일비재하게 나타났다. 앞서 중국 증시에 떠들썩하게 상장한 폭스콘 계열사 FII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중국·홍콩 주식시장 모두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예상보다 주식가격이 낮게 책정될 수 있다는 우려에 샤오미로서는 일단 홍콩 IPO만 추진하고 본토 증시는 나중으로 미룬 것으로 볼 수 있다. 

◆ 홍콩증시는 '샤오미 열풍' 속으로

샤오미가 '잭팟'을 터뜨릴 것이란 기대감에 홍콩 증시에는 샤오미 열풍이 거세다. 홍콩 거래소 상장을 앞두고 레이쥔(雷軍) 샤오미 회장은 23일 홍콩 현지에서 직접 상장발표회를 연다. 이어 25~28일엔 홍콩에서 공모주 청약이 진행돼 내달 10일 홍콩 증시에 상장할 계획이라고 앞서 홍콩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샤오미 공모주 청약을 위해 홍콩 현지 11개 증권사는 이미 1550억 홍콩달러 규모의 현금 실탄을 준비한 상황이라고 홍콩경제일보는 최근 보도했다. 은행이나 증권사들은 샤오미 공모주 청약 투자자를 유인하기 위해 증거금·수수료 면제 혜택은 물론, 샤오미 밴드 등도 경품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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