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T1 품은 신세계, 면세점업계 ‘3강 체제’ 재편

2018-06-24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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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장 점유율, 롯데 35.9%·신라 29.7%·신세계 18.7%로 격차 줄어

신세계, 과감한 베팅으로 T1 2개 구역 싹쓸이…‘승자의 저주 빠질 수도’

신세계면세점 인천공항 제2터미널 매장 전경 [사진=신세계면세점 제공]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 면세점의 주인이 신세계로 바뀜에 따라 업계의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국내 면세업계 1위 롯데의 입지가 줄어드는 반면 3위 신세계의 약진이 예상된다. 과거부터 이어져왔던 2강 구도는 롯데, 신라, 신세계 3강구도로 재편될 조짐이다.

지난 22일 천안 관세국경관리연수원에서 열린 인천공항 제1 터미널 면세점 재입찰 특허심사위원회 발표에서 예상을 뒤엎고 신세계가 모두 차지하는 결과가 나왔다.
신세계는 롯데면세점이 반납했던 인천공항 제1터미널의 화장품(DF1)·패션(DF5) 등 2개 면세점 사업권을 모두 가져갔다.

롯데는 지난 2월 임대료 부담을 이유로 향수·화장품과 탑승동을 묶은 사업권(DF1)과 피혁·패션 사업권(DF5)을 모두 반납했다. 이에 인천공항공사는 새 사업자를 찾기 위해 해당 사업장의 재입찰 공고를 냈다.

사업 신청자는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 두타면세점 총 4곳이었고 복수 사업자로 신라와 신세계가 마지막 경쟁을 펼쳤다.

인천공항공사는 운영자 경영능력(500점)을 1차 평가하고, 2차로 관세청에서 특허보세구역 관리역량(250점), 사회환원 및 상생협력(200점), 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50점) 등을 합산해 최종 사업자를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신세계가 1차 입찰에서의 과감한 금액 베팅으로 두 사업장을 모두 가져갈 수 있었다는 평가다. 배점표를 살펴보면 DF1의 경우 신세계와 신라는 각각 879.57점과 815.6점이었다. DF5도 신세계와 신라가 각각 880.08점, 807.51점으로 두 사업장 모두 비슷한 채점결과가 나왔다. 모두 입찰금액을 평가하는 ‘운영자 경영능력’ 항목에서 차이가 난 점수가 그대로 이어졌다. 앞서 신세계면세점이 제시한 입찰가는 신라면세점이 제시한 입찰가보다 675억원이나 많았다.

이번 입찰 결과에 따라 업계의 시장점유율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 롯데가 41.9%로 1위, 신라가 29.7%(HDC신라면세점 포함)로 2위, 신세계가 12.7%로 3위다. 향수·화장품 판매를 하는 DF1과 피혁·패션을 판매하는 DF5 두 곳의 연간 매출액은 8700억원가량으로, 지난해 국내 면세업계 총 매출 14조2000억원의 6∼7%에 해당한다. 제시된 수치만큼 시장점유율에 변동이 있다고 가정하면, '롯데 35.9%, 신라 29.7%, 신세계 18.7%'로 각 업체 간 간격이 줄어들게 된다.

아울러 내달 신세계면세점이 서울 강남점까지 오픈하면 점유율은 22%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 면세점 업계 1위와 3위 간 시장점유율 차이가 약 10%p(포인트)까지 좁혀질 수 있는 셈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높은 입찰가를 써낸 신세계가 임대료 부담으로 수익성이 나빠지는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신세계는 면세점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이번 면세점 입찰까지 신세계가 승리를 가져감으로써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의 입지는 더욱 단단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세계는 2015년 11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워커힐면세점의 특허만료로 치러진 이른바 2차 면세대전에서 명동점을 오픈했고, 이듬해 12월 3차 신규면세점 입찰대전에서도 고속터미날 부지의 강남점 사업권을 따냈다. 이번에 인천공항 T1 면세점까지 차지하면서 굵직한 면세점대전에서 모두 승리를 가져갔다.

신세계디에프 관계자는 "인천공항을 세계적 관광지로 만들겠다는 의지와 명동 면세점과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등에서 보여준 콘텐츠 개발 능력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며 "사업의 규모가 커진 만큼 업계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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