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6000억弗 벌면서"…中, WTO 설득·美 접근 병행

2018-07-12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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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서 무역 불균형·기술 탈취 등 반박

왕치산, 美인사 접촉…대화 가능성 제기

지난 11일 스위스 제네바의 WTO 본부에서 열린 중국 무역정책 심사에 참석한 중국 측 대표단이 회원국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미국의 추가 도발에도 중국은 이틀째 구체적인 보복 조치를 내놓지 않는 등 확전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대신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무역전쟁의 부당함을 호소하는 한편 왕치산(王岐山) 국가 부주석을 내세워 미국과의 교섭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타진하고 있다.
◆"중국 내 美기업 매출 급증, 지재권 문제 안돼"

12일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스위스 제네바의 WTO 본부에서 진행되는 중국 무역정책 심사에 왕서우원(王受文) 상무부 부부장(차관)이 이끄는 14개 부처, 30여명의 중국 측 대표단이 참석했다.

이번 심사는 11일부터 13일까지 실시된다. 회원국들의 문제 제기를 WTO가 취합해 질의하면 심사 대상국이 서면 혹은 구두로 답변하는 방식이다. 중국에 대해서는 42개 회원국이 1963개의 질문을 던졌다.

전날 미국이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0%의 관세를 추가 부과하기로 발표한 직후 중국이 전 세계를 향해 공식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왕 부부장은 중국이 세계 경제의 발전에 기여한 측면을 부각했다.

그는 "중국이 WTO에 가입한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화물 수입액의 연평균 증가율은 13.5%, 서비스 수입액 증가율은 16.7%로 세계 평균의 2배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미국이 무역전쟁에 나선 근거로 제시한 내용들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왕 부부장은 "2001년 당시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의 매출은 450억 달러(약 51조원)에 불과했으나 2016년에는 6000억 달러(약 676조원)로 (13배 이상) 급증했다"며 "지난해 중국의 수출입 총액 가운데 외자기업 비중은 44.8%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무역 불균형을 강조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미국 기업들도 중국 시장에서 엄청난 돈을 벌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중국 내 외자기업들의 수출 규모가 커 미국의 징벌적 과세 부과가 자국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에둘러 지적했다.

왕 부부장은 "중국이 지식재산권 이용료로 지출하는 비용은 2001년 19억 달러에서 지난해 286억 달러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주중 미국상공회의소의 조사 결과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겪는 애로 중 지재권 문제는 12위에 그쳤다"며 "지재권 문제는 더이상 중요한 사안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왕 부부장은 "중국은 무역패권주의와 보호주의, 일방주의를 단호히 반대한다"며 "WTO 분쟁조정위원회에서 당면한 미·중 간 교착 국면과 일방주의의 위협을 해결해 주기를 호소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왕치산 출동, 협상 재개 타진하나

중국은 미국의 도발을 성토하면서도 물밑으로 교섭 재개 가능성을 타진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날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왕 부주석이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에서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과 회동한 사실을 전했다.

인민일보는 "미·중 관계와 양국 지방 협력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고 보도했다. 무역전쟁의 확전을 막기 위한 협상 재개 여부에 대해 교감을 나눴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시진핑의 경제책사'로 불리며 대미 교섭을 전담해 온 류허(劉鶴) 부총리가 성과를 내는 데 실패하자 왕 부주석이 직접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을 제기한다.

왕 부주석은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2년 중국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증후군) 유행 등 위기 때마다 전면에 나서 사태를 수습해 '소방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2009~2012년 부총리 시절 미·중 전략경제대화를 이끌며 미국 내에 상당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대해 베이징 소식통은 "실무진 간의 물밑 교섭이 진행될 수는 있지만 아직까지 중국 고위급 인사의 방미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양측 이견이 커 합의점 도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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