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최저임금 ‘뇌관’] “올해도 한계상황인데…또 10% 올리면 점포 접으라는 얘기”

2018-07-15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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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본사서도 지원 않고 손실 줄이려 폐점시키는 분위기

외식·프랜차이즈 업계 “가격 못 올리고 알바도 못써 죽을맛”

13일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직원이 매대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젠 기대도 안 합니다. 계약기간이 끝날 때까지 버티는 방법뿐이죠.”

편의점 운영 5년차인 이영식씨(40)는 15일 기자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이씨는 최근 급격하게 오른 최저임금을 두고 정부의 졸속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편의점 업계의 현실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는 것이다.
이씨는 “올해 (전년 대비) 16%나 최저임금이 올라 경영이 한계상황에 도달했는데 내년에 또 10% 가까이 올리는 건 점포를 접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다”며 “예전엔 아르바이트생을 줄여가면서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했는데 이제는 그냥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저임금이 너무 급속도로 오르자 본사도 오히려 강하게 나가고 있다고 털어놨다. 과거에는 본사에서 상생지원금 등으로 점주들을 회유하며 대외적으로 좋은 이미지 구축에 나섰지만 현재는 반대라는 것. 이씨는 본사도 경영이 힘든 점포는 오히려 폐점시켜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향을 택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경기도의 한 공단 근처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이씨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지역의 경기가 전체적으로 나빠졌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공장에서 근무하는 사람도 같이 줄다 보니 편의점 고객 수도 줄었다”며 “경기가 안 좋으니 사람들의 지출이 줄고 소매점도 도미노처럼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오른 최저시급으로 인해 알바생과의 갈등도 더욱 커졌다고 덧붙였다. 최저임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예민해지다 보니 임금 지급을 두고 아르바이트생이 점주를 협박하는 사례가 빈번해졌다는 것.

이씨는 “일을 성실하게 하는 알바생에게 최저임금 이상의 돈을 주는 것은 조금도 아깝지 않다”며 “대부분 어린 대학생들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임금을 맞춰달라고 생떼를 쓰는 경우가 훨씬 늘어났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어려운 상황의 해결책에 대해서 이씨는 두 가지를 제안했다. 하나는 편의점 영업시간의 자율화이며, 또 다른 하나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최저임금의 재조정이다. 그러나 이씨는 두 가지 제안의 실현 가능성이 모두 낮다며 고개를 저었다.

외식‧프랜차이즈 업계도 마찬가지로 어려운 현실을 지적했다. 최근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배달료를 책정한 치킨업계에서는 내년에 또다시 10% 이상의 최저임금 인상안이 나오자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마포구에서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10년간 운영해온 박모씨(49)는 올해부터 알바생을 모두 내보내고 부부가 직접 운영한다고 밝혔다. 박씨는 “주로 와이프가 닭을 튀기고 제가 배달을 나간다”며 “월드컵 시즌이나 성수기에는 어쩔 수 없이 시간제 알바를 한명 정도 쓰는 게 고작”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는 배달대행업체가 많아져 최저임금 인상과는 상관이 없지 않으냐는 여론의 핀잔에 박씨는 오해가 많다고 항변했다.

그는 “배달대행 수수료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따라가기 때문에 올해 수수료가 모두 10% 이상 올랐다”며 "그렇다고 치킨값을 올리면 소비자들의 반발이 거세 가맹점주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중간에서 죽을 지경"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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