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뉴스겉핥기]착한 정책에 왜들 이러시나

2018-07-18 10:12
  • 글자크기 설정

연일 신문톱을 장식하는 최저임금·주52시간...진짜 문제는

[7월18일 최저임금 관련 논란을 1면 머릿기사로 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 왜 신문과 방송 뉴스는 착한 정책에 거품을 물까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무가 빚어낸 부작용들이 연일 신문과 방송 뉴스를 도배한다. 이 기사들이 함의하고 있는 것은 정부가 섣부른 정책을 빠른 속도로 진행하는 바람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비판일 것이다. 일리가 없다고는 할 수 없는 지적이다.

최저임금과 주52시간은, 정책의 원형질만 보자면 '착한 정책'이며 노동 약자를 보호하고 복지를 증진하기 위한 상식적인 선택이다. 그 부작용과 불만을 눈 여겨보면, 누군가를 위하는 정책이 역시 국민의 일부인 다른 누군가에게 불이익과 불편과 리스크를 주는 문제들이다. 정책의 '양날'을 잘 살핀 뒤 시행했어야 한다는 주장은 여기서 설득력을 얻는다.

# 신문사 아침 회의에서 불쑥...

아침 회의에서 이런 얘기들이 나왔는데, 누군가 불쑥 이렇게 뱉는다. "사실, 저 문제들의 본질적인 원인은 경제가 죽어있기 때문이 아닌가요?" 아무리 애를 써도 살아나지 않는 '청년 일자리'문제처럼, 문제의 원인은 불황과 시장의 활력 상실에 있다는 얘기다.

경기의 문제는 '뉴노멀'이 말하는 대로, 기존의 상식과 잣대가 잘 작동되지 않고 꾸물꾸물거리는 복잡한 인과 구도들과 신기술과 디지털네트워크와 기후문제, 인구변수, 더욱 복잡해진 국제관계가 만들어내는 불확실한 지금과 미래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심상찮은 생태계다.

경제 성장이 '노답'인 상황에서, 그 안에서 무엇인가를 쪼개고 떼내서 그동안 기울어진 정의를 바로세우려고 하니 잡음과 아우성과 분노가 생기는 셈이다. 경제는 누가 성장시키는가. 국민이 하는 일이며, 국가가 하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 실질적 주체는 기업이다. 기업이 저 뉴노멀의 질서를 체득하고 새롭게 변경을 개척해서 경제파이를 늘리는 것만이, 최저임금, 주52시간, 그리고 청년일자리까지도 해결하는 정공법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은?' (서울=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ㆍ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8.7.16 scoop@yna.co.kr/2018-07-16 14:07:39/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 정부가 기업을 살리는 방법은, 기업과 거리 두기?

정부는, 기업을 살리면 된다. 기업을 살리는 일은, 기업의 낡은 질서와 낡은 행태를 바로잡는 일이 '근치(根治)'일 수 있지만,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인식과 장기적 프로그램을 갖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며 실효있는 일일지도 모른다.

정부가 진짜 지혜롭다면, 아웃풋을 나누는 노동개혁의 한 걸음 앞에, 인풋을 키우는 기업의 활력과 의욕 증진책을 먼저 고민하고 내놓았을 것이다.

기업들을 때려잡고 그들의 비위와 비리를 들쑤셔 공분을 자아내면서 세상에서 퇴출시키는 일 또한 국민 정의감의 관점에서 속시원한 일일지 모르지만, 그런 분위기 속에 기업인들이 슬그머니 소명의식과 자존감을 내려놓는 손실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정의는 '이념'이다. 이념이 앞서면, 현실에서 인간이 자발적으로 해내던 무엇이 위축된다는 것을 다른 이념사회를 통해 우린 생생히 보아오지 않았던가.

정부가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이, 피곤한 생각이며 위험한 생각이다. 정부는 바탕을 만들고 분위기를 만들고 동기를 유발하고 의욕을 움직이게 하고 치명적인 약자를 세심히 챙기는 것에 주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간 기업은 정치와 결탁해서 많은 부당한 권리와 이익을 챙긴 게 사실이다. 정치 또한 기업을 이용해 상응하는 것을 챙겨온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지금, 정치가 기업에 할 수 있는 미덕은, 경제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자율적 작동'을 돕는 일이다. 정치가 경제 위에 군림하면서 정권이 하고자 하는 목표를 채근할 '말'들로 보다가는, 이전 정권의 적폐를 추가하는 꼴 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나눠 말하지 않은 뜻

기업에 대한 상당한 인내심과 거리두기가, 정치가 기업을 살리는 열쇠다. 기업의 분발이 너무나 필요한 시점이기에 기업을 놔둬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최근 상당한 진전을 보인 한반도 평화기류 또한, 향후 기업들의 의욕적이고 적극적인 주도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무역전쟁도 결국은 기업이 치러야할 몫이다. AI와 스마트시대, 그리고 기후문제를 풀어갈 주체도 그들이다.

그들의 무엇을 어떻게 살려내느냐가, 많은 문제에 선행해야할 문제의 핵심일 수 있다. 그건 아마 기업 스스로가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이라고 말했지,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나누지 않았으며 경제의 강자와 약자를 구분해 말하지 않은 뜻도 읽어주면 좋겠다. 그 원론적인 도식이 이 정부가 지닌 약점일지도 모른다.

오래전 유행어이지만 기업이 氣UP해야 나라가 돌아간다. 너무 당연해서 오히려 놔버렸던 상식을 생각해보는 아침이다.


이상국 아주닷컴 대표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