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무차별 때리기 자성 목소리 커져... "건전한 비판 필요한 시기"

2018-07-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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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나친 삼성비판 경계 목소리… 사회적 가치 창출 긍정적 변화

지난 9일 오후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노이다시 삼성전자 제2공장 준공식에 이재용 부회장(오른쪽 두번째)이 참석해 있다.[사진=연합뉴스]


“국회에서 입법으로 막아주십시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재계가 된서리를 맞았던 2016년 12월.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국정 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이 같은 소신을 밝혔다.
국내에서 정치권과 기업의 유착은 그간의 관행으로 인해 법으로 막지 않는 한 끊기 어렵다는 취지에서 나온 발언이다.

고 구 회장의 이 같은 주장이 최근 재계에서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압수수색 등 삼성에 대한 전방위적인 공세가 펼쳐지고 다른 한편으론 일자리 창출 등에 대한 요청이 이뤄지면서 당시 청문회 상황을 연상케 하고 있어서다.

글로벌 기업인 삼성을 무차별적으로 끌어내리기보다는 건전한 비판을 통해 우리 경제와 함께 성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에도 자연스레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최근 정부 정책은 액셀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는 격"

18일 재계에 따르면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삼성전자의 협력사 쥐어짜기' 발언을 계기로 ‘삼성 때리기’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정치계뿐만 아니라 학계, 재계 등에서도 이번 기회를 계기로 재계 1위 삼성이 건전한 비판을 통해 발전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 지난 16일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홍 원내대표의 발언에 반론을 제기하며 지나친 대기업 비판의 자제를 당부했다.

그는 “(국민소득에서) 기업 비중이 커지고 가계 비중이 줄어든 것은 자본주의의 전면적 세계화에 따른 필연적 현상”이라며 “아직 한국에서는 중소기업이나 벤처에서 국가경제를 이끌 혁신적 산업이 나오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며, 혁신성장은 대기업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짚었다.

학계에서도 정부의 지나친 삼성 압박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최근 정책은 액셀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는 것 같다”며 “압수수색 등 전방위적인 압박을 통해 삼성의 경영활동에 브레이크를 밟는 동시에 일자리 창출과 투자에 나서라며 액셀도 밟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최준선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기업을 압박한다고 ‘낙수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며 “정부는 정책을 통해 규제를 먼저 풀어야 일자리 창출 등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기업 스스로 혁신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해야"

‘최순실 국장농단 사태’ 이후 한껏 위축됐던 재계에서도 기업들 스스로 혁신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국내에 낸 세금은 전체의 80%가 넘는 12조2310억원"이라며 "이는 지난해 삼성전자의 전체 매출(239조6000억원) 대비 국내 매출 비중(13%)과 비교하면 삼성의 기여도는 확연히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삼성전자는 최근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등에서 중국의 추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반도체 호황도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혁신에 나설 수 있도록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최근 무차별적인 비난으로 오히려 삼성의 발목을 잡고 있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에 대해 비판 일색이었던 여론도 최근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홍 원내대표 발언과 관련된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 대표적인 예다. 삼성전자가 수익을 사회와 나눌 필요가 있다는 홍 원내대표의 주장에 대해 일부 동조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네 돈 주라’ 등 원색적인 비난도 적지 않았다. 

◆삼성, 사회적 가치 창출 지속 확대··· 최근 여론 변화에 '한몫'

이 같은 여론의 변화 움직임은 삼성전자가 꾸준히 사회적 가치 창출에 나선 결과라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재계 1위라는 명성에 걸맞게 규모 등에서 다른 대기업들을 압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달 중 지급할 것으로 알려진 협력사 격려금이 대표적인 예다. 삼성전자의 올 상반기 반도체 협력사 격려금의 경우, 역대 최대 규모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 2차 협력사 413곳에 8228억원을 지원했던 협력사 상생펀드 규모도 올해 늘리기로 했다.

이 부회장의 최근 행보도 여론의 변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비판적인 여론을 의식해 지난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후에도 최대한 대외 활동을 자제해왔다. 그는 이달 초 문재인 대통령의 인도 삼성전자 공장 방문을 첫 공식행사로 택하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여론의 변화는 끊임없는 압수수색 등 삼성전자에 대한 무리한 공세도 한몫했다”며 “강자라고 생각했던 삼성에 대해 동정여론이 퍼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에 대한 사회적 비판은 그간 잘못된 관행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스스로 변화하려는 노력 없이는 우리 사회에 뿌리깊게 자리 잡은 반기업 정서를 바꿀 수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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