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잡음' 모르쇠 美증시…"랠리 더" vs "조정 임박"

2018-08-0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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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기업 실적·경제 강력한 성장세…선물·옵션시장, 랠리 지속 베팅

"주가 수준 닷컴버블 2배" 과열 우려도…모건스탠리 "조정 임박"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사진=AP·연합뉴스]


미국 뉴욕증시 간판지수인 S&P500이 지난 1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2872.87)에 바짝 다가섰다. 올 들어 7% 가까이 오른 결과다. 8일(현지시간) 마감가는 2857.70. 최고치와의 거리는 15.17포인트, 0.53%에 불과하다.

뉴욕증시는 2009년 이후 올해로 9년째 강세장을 지키고 있다. 올 초 인플레이션 우려가 불거지면서 잠시 부침을 겪었지만 곧 상승세를 되찾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를 비롯한 주요 중앙은행들의 통화긴축, 글로벌 무역전쟁을 비롯한 악재에도 꿋꿋한 모습을 보였다.
시장에도 낙관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선물·옵션시장에서 미국 증시의 랠리가 계속되고, 변동성은 낮은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데 트레이더들의 베팅이 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낙관론자들은 그럴 만한 이유가 충분하다고 보지만, 조정 가능성을 경고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美증시, 무역전쟁 '잡음' 무시…"랠리 더 간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는 이날 전문가들의 견해를 근거로 미국 증시가 무역전쟁을 비롯한 잡음을 무시하고 사상 최고치에 근접한 이유로 4가지를 들었다. ①강력한 기업실적·바이백 기대감 ②강력한 경제 성장세 ③중앙은행 지원 ④워싱턴 정치불안 등이다. 일련의 호재 덕분에 랠리가 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먼저 미국 기업들의 실적개선 행진이 돋보인다. S&P500 기업 가운데 81%가 지난주까지 4~6월기 실적을 발표했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이 중 80%가 월가의 예상치를 웃도는 순이익을 기록했다. 팩트셋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8년 3분기 이후 최고 수치다. 순익 증가율은 전년동기대비 24%로 전 분기 수준을 유지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정책이 미국 기업들의 실적개선을 뒷받침했다.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는 감세 효과를 반영한 미국 기업의 순익이 외국 기업의 3배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감세정책은 기업들의 바이백(자사주 매입) 및 배당 확대 기대감을 자아냈다. 감세 조치로 기업들이 법인세 부담을 피해 해외에 쌓아둔 막대한 현금을 국내로 들여올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월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미국 기업들의 바이백 규모가 올해 1조 달러를 넘을 것으로 봤다. 바이백과 배당이 늘면 주가 상승 압력도 커진다.

탄탄한 경제 성장세도 증시에서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미국 경제는 지난 2분기에 4.1%(전분기 대비, 연율 기준) 성장했다. 2% 수준인 잠재성장률을 훌쩍 웃돌았다. 실업률은 4%로 사실상 완전고용 수준에 도달한 지 오래다. 상대적으로 더뎠던 물가상승세도 목표치인 2%에 근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재계 인사들과 함께한 저녁 자리에서 3분기 성장률이 5%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희망사항'일 뿐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하지만, 미국 경제의 확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별로 없다. CNBC는 월가가 잘 아는 한 가지가 있다면, 경기확장기에는 약세장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은행도 증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CNBC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면서도 여전히 완화기조를 강조하고 있고,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도입한 통화부양기조를 해제하고 있지만 속도가 매우 더디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스위스, 노르웨이 등은 중앙은행과 국부펀드를 동원해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매입하며 직접 주가를 떠받치고 있다. 여기서 비롯된 자금은 미국 증시에도 큰 힘이 되고 있다. 데이비드 로젠버그 글러스킨셰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행(BOJ)과 스위스 중앙은행(SNB)이 쥐고 있는 ETF가 각각 2500억 달러, 1800억 달러어치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그는 노르웨이 국부펀드도 전체 자산 8600억 달러의 60%를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증시는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도발적인 트윗(트위터 게시글)에 따른 정정불안을 잘 극복해왔다. 시장에서는 다음에 닥칠 정치적 역풍으로 미국 의회가 11월에 치를 중간선거를 꼽는다. 그럴듯한 중간선거 시나리오는 집권당인 공화당에 불리하지만, 시장에는 오히려 호재가 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에드 밀스 레이먼드제임스 공공정책 담당 애널리스트는 최근 추세와 역사적 사례 등을 근거로 이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 지위는 지키겠지만, 하원에서는 민주당에 다수당 지위를 내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증시에는 이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나리오가 될 것으로 봤다.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규제철폐를 위해 지명하는 요직 인사들에 대한 비준안을 처리할 수 있고, 하원에서는 민주당이 공화당 보수파가 가로막았던 재정·사회보장 확대 관련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美증시 '조정' 경고등…"주가 수준 너무 높아"

반면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최신 보고서에서 "(미국 증시의 상승을 주도한) 모멘텀의 두 다리가 부러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는 '상당한 조정'의 방아쇠를 당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성장주의 부진이 미국의 경제 성장세에 대한 의심을 자아내고 있고, 애플이 최근 '꿈의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달성하면서 가격 부담도 커졌다는 진단이다.

마켓워치도 미국 증시의 주가가 과열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주가 수준 척도 가운데 하나인 '주가매출비율(PSR)' 중간값 기준으로 S&P500지수의 주가 수준이 '닷컴버블'이 터진 2000년보다 2배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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