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이슈] 여당 "정부, 화웨이 배제 조장"..과기부 "보안 검증은 업체 몫"

2018-08-13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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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 “화웨이 보안 취약 근거 없어”

과기부 "가이드라인 정해진 적 없어"

영국 정보기관이 중국산 통신장비에 대해 철저한 보안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차세대 통신기술인 5G 시장을 주도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깔려있다. 미국과 그의 우방 국가들을 중심으로 ‘화웨이 때리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국회 여당에서 국제 사회의 정치 논리에서 벗어나 경제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사진=바이두]



5G(세대) 이동통신 상용화를 앞두고 미국 진영을 중심으로 세계 1위 장비업체 중국 화웨이에 대한 때리기가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여당 내에서 시장논리로 장비 선정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여당은 특히 정부가 화웨이 장비 배제를 의도적으로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G 장비의 보안 문제는 장비를 구매하는 업체가 해결할 문제"란 원론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타임스에 따르면 제레미 플레밍 영국 정보통신본부(GCHQ) 본부장은 이날 “5G의 중요한 기술들이 중국에서 오고 있다”며 “우리의 입법과 기술 수준이 이에 보조를 맞출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플레밍의 발언은 중국의 향상된 통신 기술력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영국 안보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표현한 것이라고 이 신문은 해석했다.

영국 정부 산하 ‘화웨이사이버보안 평가센터(HCSEC)’는 지난 7월 보고서를 통해 화웨이 장비에 탑재된 소프트웨어에 보안 문제를 지적하며 “화웨이 장비에 대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제한적 보장’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2010년 자국 이동통신사들이 화웨이 장비를 들여오는 조건으로, 매년 장비의 보안성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앞서 미국과 호주 등에서도 중국 기업의 통신장비가 보안이 취약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호주 정부는 현재 자국 이동통신사들이 중국산 통신장비를 도입하지 못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2013년부터 중국 통신업체들이 주요 데이터를 무단으로 반출할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그래픽=임이슬 기자]


국제 사회의 이 같은 문제 제기의 이면에는 5G 패권을 둘러싼 경쟁이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안 등 기술적인 문제는 표면적 이유일 뿐이라는 의미다. 4G에서 5G로 통신 기술이 진화한다는 것은 단순히 통신 속도의 증가만을 뜻하지 않는다.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의 지연 시간이 대폭 줄고, 100만개의 기기가 동시에 접속할 수 있어 자율주행차, 원격의료, 스마트공장 등 신산업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적 파급효과도 막대하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2035년경 5G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12조3000억 달러(약 1경3962조원)에 달한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이 중국의 5G 시장 진출을 지속적으로 견제하는 이유다.

그러나 중국 통신장비의 보안 문제는 의혹 제기일 뿐, 구체적으로 드러난 실체는 없다. 영국 HCSEC의 앞서 3년간 화웨이 장비 보안성 평가 보고서에서도 보안 위험이 발견되지 않았다. 가장 먼저 보안 문제를 제기한 미국조차도 특별한 근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재 화웨이 장비는 세계 135개국, 288개 사업자가 사용하고 있다. 보안 문제가 있었다면 이 정도의 시장 확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미국과 중국의 5G 주도권 다툼 속에 한국 정부와 국내 이동통신 3사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선택지에 따라 발생할 외교적 문제가 난제다. 한국 입장에선 내년 3월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위해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고 성능까지 우수한 화웨이의 장비를 사용하는 것이 경제적 측면에서 가장 바람직한 상황이다. 그러나 국내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화웨이로 인해 타격을 입을 때 제기될 부정적 여론은 큰 부담이다.

이런 가운데 여당 내에서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 경쟁력을 위한다면 정치 논리와 국수주의는 최대한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12일 의견보고서에서 “화웨이 장비에 백도어가 설치됐다는 의혹은 실체가 확인된 바 없다”며 “화웨이와 에릭슨, 노키아 등 글로벌 통신장비업체보다 취약한 가성비와 후진적 기술력을 보유한 국내 장비업체 제품을 우선적으로 써야만 국내 산업이 활성화 된다는 식의 논리는 한국의 글로벌 ICT 위상에 맞지 않고, 편협한 국수주의를 악용하는 발상”이라고 강조했다.

이병태 KAIST IT경영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국제 사회의 WTO 체제 내에서 중국산이라는 이유만으로 국수주의를 내세울 수는 없다"며 "보안성에 신뢰가 담보되는 한 성능이 우수하고 가격 경쟁력이 있다면 그(화웨이) 장비를 쓰는 것이 경제 원리"라고 말했다.

정부는 아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7월 이동통신 3사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화웨이 통신장비 도입 논란에 대해 “사업자가 잘 정해서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공을 업계에 넘겼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결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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