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블라인드] 연봉 높으니 감정 쓰레기통 되라?

2018-08-1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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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업 서비스업으로 변질

반말·협박·떼쓰기 다반사

해외선 상상할 수 없는 일

[사진= 연합뉴스 제공]


"입행 전에는 전문직이라는 자부심이 강했는데 입사 3년이 지난 지금은 회의감만 듭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의 발언이다. 너스레라고 치부하기엔 무게감이 상당하다.

속사정은 이러하다. 창구 업무를 맡다보니 툭하면 반말을 하거나, 엄연히 번호표가 있는데 마구잡이로 먼저 업무를 보게 해달라고 떼쓰는 사람들을 숱하게 보게 된다. 여직원들이 '아가씨'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일은 다반사다.
이는 약과다. "방금 전까지 웃으면서 이야기하던데 왜 내 차례가 되니까 무표정이냐. 내가 우습냐"며 시비를 거는 고객이 있는가 하면 "왜 고객님이라고 안하고 본인이라고 부르냐"고 민원을 넣는 사람도 있다.

위법을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가족인데 왜 동생 대신 은행 업무를 볼 수 없는 것이냐. 참 깐깐하게 군다"라는 말은 하루에 꼭 한 번씩 듣는 단골 불평이다.

때문에 대면 업무를 하는 은행 직원들은 '고객들의 감정 쓰레기통이 된 것 같다'고 토로한다. 은행업은 엄연한 금융업인데 우리나라에선 서비스업으로 변질됐다는 게 중론이다.

일부 은행에 가면 '지금 응대하고 있는 직원은 고객 여러분의 가족 중 한 사람일 수 있습니다'라는 포스터를 종종 볼 수 있다. 지점 직원들의 정신적 피로도가 크다고 판단, 은행연합회·저축은행중앙회 등의 금융협회에서 이를 제작해 각 지점에 배포했다. 

금융사는 고객의 인격 침해, 업무방해, 협박 및 위협, 무리한 보상요구, 성희롱, 폭행 등으로부터 고객 응대직원을 보호하기 위해 관련법에 따라 수사기관에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형법에 의해 처벌도 가능하다. 하지만 실제로 처벌이 이뤄지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같은 상황은 해외 은행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모든 고객에게 친절한 우리나라 은행과 달리 미국·유럽 등 해외 은행들은 철저히 자산에 따라 고객 응대를 달리한다. 일정 수준의 자산을 충족하지 못하면 아예 은행 서비스가 불가능한 곳들도 있다. 

우리나라는 과거 '고객이 왕이다'라는 인식이 은행업에도 적용됨에 따라 현재와 같은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전언이다. 일각에서는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 그 정도는 감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은행원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돈을 많이 준다고 해서 더 많이 고생을 해야한다는 논리는 천박한 자본주의에 불과하다"면서 "다른 금융권과 비교하면 은행권이 연봉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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