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발견]15. 걸리버 여행기와 여론 비틀기

2018-09-1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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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선 스위프트 '걸리버 여행기'

조너선 스위프트[사진=위키피디아]


# 친구의 배반이나 변절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숨어 있거나 드러나 있는 적의 비난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었다. 지위가 높은 사람의 환심을 얻기 위해 몰래 뇌물을 주거나 아첨할 일도 없었다. (중략) 악덕에 의해 거지 신세로 전락한 귀족도 없었다. 지배자도,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도, 재판관도, 춤을 가르치는 교사도 없었다. <걸리버 여행기, 351쪽> (조너선 스위프트, 문학수첩)

그동안 알고 있던 지식이 실제로는 사실과 매우 다르다는 것을 깨달을 때가 있습니다. '걸리버 여행기'라는 책이 그 대표적인 예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람들 대부분 이를 동화로 알고 있지만 과거 영국에서 금서로 지정됐던 문제작이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걸리버라는 사람이 소인국에 표류하면서 겪은 일을 담은 책이 아닙니다. 인간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독설, 풍자, 조롱이 담겨 있습니다.
거인국을 여행하면서 사람들의 모습을 확대, 숨겨져 있던 인간의 결점을 들춰냈습니다. 하늘의 나는 섬을 통해 인간의 비상식적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휴이넘'으로 불리는 말들이 지배하는 나라를 아주 도덕적이고 이성적인 사회로 묘사하면서 당시 영국의 상황에 빗대어 인간 사회를 탐욕, 이기심, 본능에만 집착하는 혐오스러운 사회로 비하했습니다.

하지만 이 내용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지금도 꾸준히 동화로 책이 출판되고 있습니다. 이는 당시 지배층이 불편한 내용을 삭제하고 왜곡하고 덧대어서 읽는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모습은 300년이 지난 현재까지 계속 이어집니다. 자신의 입맛에 맞게 사실을 숨기고 비틀어 자신이 유리한 방향으로 여론을 형성하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SNS)의 발달로 그 움직임이 더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벌어집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의 눈을 가리고 사회적 갈등을 더욱 부추기는 모양새입니다.

최근 정치적 이념뿐만 아니라 사회계층, 세대, 남녀 등 갈등의 주체가 더욱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덩달아 이를 악용하는 사람도 많아졌습니다. 스위프트가 풍자한 인간 사회가 진짜 현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걸리버 여행기[사진=홍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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