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협상 돌파구, 난처해진 中…시진핑의 선택은

2018-09-1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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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주도로 비핵화 프로세스 진전

美 거센 압박 속 中 대북 영향 약화

무역전쟁 불구 북중 밀착 강화할까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 공동선언' 합의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남북 공동의 노력으로 교착 상태에 빠진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의 돌파구가 마련되면서 중국만 더욱 난처해졌다.

북한과의 밀월 관계를 지렛대 삼아 미·중 무역전쟁과 북·미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중국에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려던 계획이 무산 직전에 이르렀다.
한반도 내 영향력 유지를 위해 대북 지원 등을 강화할 경우 미국을 자극해 양국 갈등만 증폭될 수 있어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북·미 대화 재개 유력, 中 속내 복잡

남북 정상은 19일 발표한 '평양 공동선언'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동창리 엔진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영구 폐쇄라는 선물을 건넸다.

미국의 상응하는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전제가 붙기는 했지만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등의 조치에 나설 의사도 밝혔다.

공전을 거듭하던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가 재가동되고 북·미 2차 정상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국도 표면적으로는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논평을 통해 "북핵 문제의 근원은 북·미 갈등"이라며 "이제 미국이 남북의 노력에 호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북·미 대화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한 셈이지만 속내는 복잡해 보인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0%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안을 최종 승인하는 등 미·중 무역 갈등이 극에 달한 시점에 이뤄졌다.

미국이 중국을 향해 북핵 문제에 함부로 끼어들지 말라는 경고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공동성명에 담긴 전향적 내용들도 북한이 주동적으로 결정한 것이다.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앞세워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던 전략이 어그러졌다.

북·미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주한미군 및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철수 등 중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이슈를 올려놓으려던 계획도 관철하기 어렵게 됐다.

오히려 한·미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유엔 총회, 종전선언 등 향후 숨가쁘게 진행될 다수의 정치 이벤트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의 영향력 유지와 이익 보장, 미국의 독단적 행보 저지가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기본 입장"이라며 "최근 일련의 상황을 보면 이같은 원칙이 많이 훼손된 분위기"라고 전했다.

◆대미 강공 VS 궤도 수정, 전망 엇갈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 중국 수뇌부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다.

미국과의 관계가 되돌리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됐다고 판단할 경우 한반도 내 지분 유지를 위해 북·중 밀월 관계를 강화할 수 있다.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내 갈 길을 가겠다는 식의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시 주석의 방북이 재추진되고, 유엔의 대북 제제 결의안을 아슬하게 넘나드는 수준으로 대북 경제 지원을 확대해 나가는 등의 시나리오다.

문제는 북한이 중국의 의도대로 움직여 줄 지 여부다. 어렵게 미국과 대화의 물꼬를 튼 마당에 비핵화 협상의 판을 깰 정도로 북한이 중국과 밀착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입장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267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또 다시 관세폭탄을 터뜨리겠다며 3차 공습을 공언한 상황에서 미국을 자극하는 정치적 결단을 내리기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결국 미국과 대화를 지속하는 가운데 종전선언 논의에 참여할 시점을 모색하며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배제되는 것을 피하려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도 이날 톈진에서 열린 제12회 하계 다보스포럼 기조연설에서 "분쟁은 협상을 통해 풀어야 하며 일방주의는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전날 6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보복 조치를 감행한 직후 나온 중국 최고위급의 발언이라 주목된다.

리 총리는 "최근 위안화 환율에 일정한 폭의 파동이 일었는데 이를 의도적인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중국은 위안화를 절하해 수출을 자극하는 길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확전 일로인 상태지만 피차 간에 협상 모멘텀은 유지하자는 유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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